▲ 김 명 찬 목사

예수님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역사현장에서 활동하셨다. 예수님은 이들과 함께 생활하시며,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그리고 이들의 사람다운 삶과 인권을 위해 새로운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셨다.

시인 김지하는 “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나누어 먹는 것이다”고 했다. 예수님은 자신의 것이 따로 없었다. 모든 것이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것이었다. 한마디로 예수님은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살았다. 예수님의 주변에는 늘 창녀, 세리, 병자, 불구자, 어부, 농부들이 있었으며, 권력자를 비롯한 종교지도자, 부자들은 예수님을 적대하고 비웃었다.

그럼에도 예수님은 여기에 구애받지를 않았다. 계속해서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과 함께 하나님나라를 선포하고, 하나님나라를 시작했다.

예수님은 지배하고 섬김을 받으려고 이 땅에 오신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섬김는 나라, 착취와 굶주림 대신에 적은 음식으로 함께 나누어 먹는 풍성한 나라, 폭력과 압제 대신 사랑과 평화가 지배하는 아름다운 나라를 가난하고, 소외되고, 억눌린 사람들과 함께 시작하였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하나님 외에 어떤 것도, 사람이나, 권력이나, 돈이나, 명예든, 남자든, 여자든 사람 위에 두지 않는다는 고백이다. 만일 사람 위에, 하나님 외의 다른 것을 둔다면, 그것은 우상숭배가 된다. 또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나 자신이 다른 사람을 짓밟고, 올라서지 않는다는 고백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런 믿음의 나라이다.

그렇다 하나님의 나라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 사이의 벽이 무너지고 함께 만나는 나라, 나라와 나라 사이의 벽이 무너지고, 너와 나와 그의 벽이 무너져 서로 하나가 되는 사랑의 일치에 이르는 나라, 절망과 좌절, 그리고 고독과 열등감 속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하나님의 자녀로서 기쁜 생명의 잔치를 벌이는 나라이다.
이제까지 멸시받고 억눌리고 빼앗기기만 하던 사람들이, 남의 발아래서 종노릇 하던 사람들이 주인이 되는 나라이다. 이들에 의해서 새로운 하나님의 나라가 동터 온다. 예수님는 이런 나라를 시작하는 분이시며, “가난한 사람이 행복하다”고 선언하셨다.

이 말은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이 나타나고, 하나님의 나라가 시작된다는 것을 뜻한다. 하나님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아픔을 함께 아파한다. 하나님은 항상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 계시다. 가난한 사람들의 괴롬을 통해 새 역사를 열어 주신다.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 속에서 온 인류가 하나 될 수 있다.

지금 굶주린 사람들, 우는 사람들을 외면하는 사람들은 몸은 살았으나, 영은 죽은 사람이다. 인간성을 잃고 굶주린 늑대로 타락하게 된다. 가난하고 우는 사람들을 외면하는 사람은 굶주린 늑대와 다를 바 없다. 이들을 위해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인류는 사람이 되느냐, 아니면 굶주린 늑대가 되느냐가 결정된다.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 속에서 인류는 하나님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참된 진리의 생명을 찾을 수 있다. 또한 형제애를 찾고, 풍부한 삶을 발견할 수 있다.

박재순 교수는 자신의 저서 <예수운동과 밥상 공동체>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통해서만 하나님나라가 시작된다. 가난한 사람들에 의해 구원을 받게 된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먼저 하나님나라가 열린다”고 했다. 그리고 이들에 의해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 나라의 잔치에 초대된다고 했다. 이것은 성서의 말씀이기도 하며, 예수님의 활동에서 그대로 찾을 수 있다. 한마디로 가난한 사람들은 예수님과 함께 새로운 삶의 잔치, 기쁨과 사랑의 잔치에 참여하게 된다.

인천 갈릴리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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