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경 욱 목사

최근 6살 아이를 학대하다 못해 숨진 아이의 시신을 불태우고 야산에 암매장까지 한 양부모 사건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은 무려 17시간 동안 아이의 온 몸을 투명테이프로 묶고 방치했다. 아이를 묶어두고 방에 가둔 뒤 아무것도 먹이지 않았다. 외출했다 집에 돌아와 아이가 숨진 것을 발견했지만 학대사실이 들통 날까 두려워 시신을 불태우고 산에 매장했다. 그리고는 뻔뻔하게도 아이를 잃어버렸다며 거짓으로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이들이 집을 나설 때 아이와 같이 외출하지 않은 점을 CCTV 등을 통해 확인하고 이들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아무 것도 모르는 6살 아이가 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 속에서 결국 죽임을 당한 것이다. 이 같은 아동학대와 가족 간의 범죄는 잊을 만 하면 계속해서 언론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안타깝고 충격적인 사건의 근저에는 가족해체로 인한 원인이 자리 잡고 있다. 현대 사회의 위기는 가족해체에서 비롯된다는 사회학자들의 지적이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특징은 다른 나라와 달리 전통적인 혈연 중심의 가족제도가 급속하게 변화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대가족 제도가 무너지면서 핵가족 중심의 생활 패턴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러한 생활 방식의 변화가 혈연을 중심으로 유지해온 인간적 관계를 무너뜨린 것이다. 부모를 모시지 않으려는 형제간의 다툼이 비일비재하고 늙으면 자식들의 도움 없이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부모들 사이에서 자식 사랑을 멀리하고 있는 풍조가 만연되어 있다.

이러한 변화의 기로에서 살고 있는 세대들은 평생 자식을 위해 송두리째 삶을 희생하고 난 이후의 불안한 노후에 대한 걱정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들 세대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할 겨를도 없이 오직 자식을 위해 살아온 우리 시대 부모들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많은 노인들이 의지할 곳이 없어 거리를 방황하거나 병든 몸을 돌보아 주는 사람도 없이 홀로 독거생활을 하고 있다.

가족의 사랑이 메마른 오늘 우리 사회는 모두가 자신만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삶과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짐이 되면 가족을 서슴없이 버리고 자식까지 외면하는 일도 다반사다. 이런 풍조 속에서 부모를 살해하는 패륜아가 늘고 있는가 하면 자식을 버리고 집을 가출하는 아내, 심지어 짐이 된다는 이유로 자식을 살해하는 비정한 아버지들도 적지 않다.

이처럼 냉혹한 사회는 이기적이고 비윤리적인 인간을 만들어간다. 이웃과 단절된 자기만의 공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현대인들은 좌절하거나 실패했을 때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보다 사회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을 불태우다 급기야 끔직한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또한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삶을 영위하려고 하기보다 순간적인 쾌락만을 추구하며 마약이나 성매매 등 향락과 퇴폐적인 생활을 탐닉하게 된다.

유흥비를 벌기 위해 절도행각은 물론 강도도 마다하지 않는다. 세상이 무서워졌다는 말이 그래서 나돌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세태 가운데 기독교 상담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가정 폭력 상담자 가운데 목회자의 아내가 4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충격적이다. 목회자들도 성경보다 세상 풍조를 따르고 있는 세태가 더욱 무섭다.

그러니 교회가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기보다 돈벌이에 눈이 멀었다는 비난을 받는 것이 아닌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때이다. 원수를 사랑하기에 앞서 이웃을 사랑할 줄 아는 정신을 먼저 가르쳐야 할 때에 신앙교육이라는 것이 그저 자기 축복만 받는 방법만을 가르친다면 삭막하고 무서운 우리 사회를 과연 구원할 수 있겠는가.

교회는 회개와 참회를 통해 주님으로부터 용서를 받는 곳이지 자신의 욕망과 바라는 바를 이루는 곳이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미신화하지 말고 진정한 구세주로서 섬겨야 한다. 성도들을 참다운 신앙으로 회복시켜주려 노력을 기울이는 교회가 더욱 절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예장 대신(백석)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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