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명 환 목사

올해는 종교개혁 499주년을 맞는 해이다. 내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교회와 단체마다 이벤트적인 사업을 벌이겠다고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과연 종교개혁을 말할 자격이나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오늘 한국교회의 면면을 살펴보자. 교회의 본질이 무엇이며,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망각했다는 사실이다. 목사인 나 자신이 부끄럽다. 중세교회는 성경을 철저하게 철갑 통에 가두어 놓고, 면죄부를 판매하며, 타락했다. 어찌 보면 오늘 호화로운 교회당을 건축하기 위해 헌금을 강요하는 한국교회와 너무 닮아 있다. 한국교회는 하나님나라의 척도를 ‘헌금의 액수’로 계산하며, 교회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한국교회는 ‘돈’을 ‘신’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지적한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정치권력과 밀착되고, 경제적 변화와 함께하며, 세계교회가 놀랄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교회가 부자가 되어 버렸다. 목회자들도 부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이들의 입맛에 맞는 설교를 하기에 바쁘다. 교회가 그 만큼 예수님이 벌인 하나님나라운동에서 이탈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교회는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으며, 교회의 본질을 상실해 버렸다.

예수님은 어리석고, 약하고, 천하고, 멸시받고, 존재 없는 자들과 하나님나라운동을 벌였다. 이곳은 분명 예수님의 역사의 현장이었다. 헌데 오늘 한국교회는 생활고에 허덕이는 가난한 이웃, 이웃에 의해 죽임당한 자들, 떠돌이, 삶의 현장에서 쫓겨나 고난당하는 사람들, 각종 질병에 고통당하는 사람들, 통일을 갈망하는 이산가족의 아픔에 대해서 아랑곳 하지 않고, 호화로운 교회당을 건축하는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한 버스를 운행하며, 이웃교회의 교인을 빼앗는 교인쟁탈전도 벌이고 있다.

심지어 교인들이 낸 헌금으로 부동산을 매입하고, 사채놀이 하고, 다단계 사업을 하는 교회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여기에다 일부 목회자와 교인들의 윤리적 타락은 한국교회의 정체성과 위상을 크게 실추시키고 있는 것은 물론, 교회의 질서를 무너트리고 있다. 교회 내에서 잦은 다툼이 일고 있는 것은 이를 반증해 준다.

이러한 잘못은 한국교회가 교회의 본질을 상실하고, 정체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오늘 신학교 교육마저도 교회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답하지 못하고 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머리이다.

“그리스도는 교회의 머리이다. 또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다. 교회의 토대는 그리스도이며, 그리스도가 교회를 세웠다”고 했다. 이것에 대해서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목회자들 역시 설교 때마다 부르짖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그리스도인들은 참된 교회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그리고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에서 참된 교회를 찾아야 한다.

예수님은 죄인들과 어울렸다. 예수님은 세리와 창녀가 의로운 하나님나라에 먼저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성격이 다르고, 생김새가 서로 다르고, 지위와 신분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사귀고 모두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이었다. 이것이 예수님의 첫째 원칙이며, 교회의 첫째 원칙이다.

그러나 오늘 교회와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끼리끼리 사귀는 원칙과 유유상종의 원칙에 따라 만들어진 공동체이다. 부자는 부자끼리, 의로운 사람은 의로운 사람끼리, 노예는 노예끼리 살아가는 것이 사회생활의 원칙이다. 이것은 현대 한국교회도 마찬가지이다. 호화로운 교회당을 건축해 놓고, 부자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성서는 처절하게 고통스러운 십자가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이 알려진다는 것을 가르친다. 또 성서는 거룩한 하나님과 추한 죄인의 만남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죄가 많은 곳에 은혜가 넘친다고 한다. 서로 다른 이들과의 사귐이 신앙의 원칙이며, 지위와 신분을 넘어서서 친교를 나눌 수 있을 때 인간의 삶은 더욱 깊어지고 풍성해진다는 것이다.

인천 갈릴리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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