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경 욱 목사

11월 말에 들어서면서 날씨가 한층 쌀쌀해졌다. 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마다 매서워진 바람에 옷깃을 여미기 바쁘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안 그래도 힘겹게 살아가는 소외된 이웃들이 불현듯 떠오르곤 한다. 기독교인을 자처하는 우리들이 주변 이웃들에게 따뜻한 온정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지 자못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사실 섬김과 나눔을 실천하는 것은 계절과는 상관이 없다. 어찌 보면 성숙한 사회일수록 이러한 것들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특히 기독교인이라면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더더욱 자신을 돌아보고 남을 돕고 봉사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요즘에는 자원봉사라는 말은 우리 귀에 매우 익숙하다. 과거 우리 부모님들은 자녀 교육이나 생계 문제에 등으로 남을 돕는 여유를 갖기 힘들었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부모님 세대보다 한결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살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에어로빅, 스포츠 센터, 문화교실, 노래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뛰어들어 각기 자기들의 여가시간을 즐기고 있다.

물론 개인의 만족을 위하여 시간을 소비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 시간 중 짬을 내서 내 이웃이나 내 주변의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섬기는 시간을 갖는다면, 자신을 위한 여가활동을 즐기는 것과는 다른 만족감과 기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자원봉사는 사회구성원 서로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자진해서 도움의 손길을 펴주며 우리 사회를 잘 사는 사회로 만들어가는 행동이다. 자원봉사를 통하여 자기 능력이나 개성을 발달 또는 발전시키면서 자기 자신을 찾고 성장하며 인간의 가치 있는 삶과 공동체적 협동심도 배우게 된다.

요즘 학생들은 방학이 되면 자원봉사할 곳을 찾기에 바쁘다. 물론 봉사한 후 봉사한 시간과 일의 확인서를 받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봉사를 제공하는 측에서 봉사의 내용도 잘 준비해 놓지 않으면 청소나 간단한 노력봉사 외에는 시킬 수가 없다.

자원봉사의 역사가 우리보다 앞선 외국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하는 일이 다양하다. 정책대립 캠페인, 공해문제, 자연보호를 위한 운동, 모금하는 일, 지역사회개발계획에 협력하는 일, 치료적 재활적 봉사가 필요한 곳 등은 물론 빈민이나 공권을 침해당하는 사람들의 대변인 역할도 자원봉사자들이 맡고 있다.

자원봉사는 권력이나 외부의 강요 또는 체면 때문에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의지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무보수의 복지활동이다. 다시 말하면 자원봉사활동은 사회복지의 시민참여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시민의 의식 속에 복지의 씨앗이 잘 자라게 하는 자원봉사정신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참다운 복지사회, 복지국가가 실현될 수 있는지 없는지가 달려 있다.

아울러 자원봉사를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제대로 구비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면 결식 아동들의 도시락 만들기, 독거노인들에게 밑반찬 만들어 전하기, 방임 아동 돌보기, 장애인 돕기, 청소년 상담 및 보호교육, 방과후 공부방, 노인 문화교실, 노인들의 주간보호, 가정문제 상담 등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을 위해 체계적으로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럴 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자원봉사자들이다. 한두 번 시간 날 때 잠시 들러서 돕는 봉사가 아니라 6개월이나 1년 간 꾸준히 시간을 정해놓고 계속해서 돕는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 보통 교회에서는 교회를 위한 일에 성도들이 자원봉사를 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교회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자원봉사는 자신의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꼭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일이다.

예장 백석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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