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명 환 목사

"사람은 누구나 다 위에 있는 권세에 복종해야 한다. 모든 권세는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이며, 이미 있는 권세들도 하나님께서 채워주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권세를 거스르는 사람은 하나님이 정하신 것을 거스르는 것이며, 따라서 거스르는 그 사람은 자기에게 내릴 심판을 각오해야 한다. 선한 일을 행하는 사람들에게는 통치자가 두려울 것이 없고 악을 행하는 자에게는 두려움이 된다 …(중략)… 그는 당신의 유익을 위하여 일하는 하나님의 일꾼이다. 그러나 당신이 악한 일을 행하면 두려울 수 밖에 없다. 그는 공연히 칼을 차고 있는 것이 아니다 …(중략)…그들은 하나님을 섬기는 자들로서 이 한가지 업무에만 종사하고 있다. 그러므로 여러분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로마서 13장 1-7절)"

이 성경구절은 2천년동안 교회사에 악용되었다. 많은 교회 지도자들은 이 성경구절을 내세워서 교회와 권력의 야합을 정당화하고, 어용교회를 옹호했다. 또한 보수적인 일부 한국교회도 이 구절을 내세워 안심하며 군사독재정권을 비호했다. 그리고 정치에 대해서 비판하는 목사들을 오히려 정치목사로 매도해왔다.

이 성결구절을 적용해 교회가 반정부적인 발언을 해서는 안되는 데도 불구하고 정부를 존경해야 한다는 식으로 철저하게 이용했다. 이 성경구절을 가지고 정치권력을 철저하게 거부한 경우도 있다. 이처럼 같은 성경구절을 가지고 정반대주장을 내세웠다.

오늘날 교회와 정권 사이는 매우 밀착되어 있다. 정치가 국민의 생활 구석구석까지 영향을 주고, 국민 의식이나, 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오늘의 시대에 이 성경구절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그래서 그런지 보수적인 목회자 대부분은 “권력도 하나님으로부터 나왔다”며, 권력과 결탁하는 일에 주저하지 않는다.

현재 촛불집회가 매주 토요일 전국 60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집회에 230여만 명이 참여한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지를 않는다.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외치는데, 유독 목회자와 기독교인들만이 박 대통령 감싸기에 앞장서고 있는 모습이다. 이것은 대통령의 잘잘못을 떠나 이 성경구절을 잘못 적용한 결과일 것이다.

그런데 이 성경구절은 권력자들의 어두운 면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권력자들이 권력의 횡포를 저질러도 무조건적으로 무한정 권력자를 따라야 하는가(?)를 나 스스로에게 자문해 본다.

바울은 권력자들이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고, 하나님에게 항거 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침묵했다. 여기에는 어떠한 구체적인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바울은 세상의 정치 질서를 완전히 무시하고, 권력자들을 명시하는 경솔한 열광주의자들에게 경고하고 있다. 교회는 이 세상 나라들에서 하나님나라에 부름을 받은 자들의 공동체이다. 교회는 이 세상 안에 있지만, 이 세상에 속하지 않고, 하나님나라에 속해 있다(요한복음 17장 16절). 한마디로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나라의 시민권을 가졌다는 것이다.

바울의 모든 권력이 하나님이 준 것이라는 말은, 인간은 모든 권력이 하나님에게 속해 있고, 하나님에게 봉사한다는 말로 해석된다. 그리고 “통치자는 여러분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하나님의 심부름꾼이며,… 하나님의 법을 대신 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는 권력자들이 악마의 심부름꾼 노릇을 하면, 존경 할 것이 아니라, 항거하고 거부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분명한 것은, 모든 통치자는 하나님의 심부름꾼이기 이전에 국민의 심부름꾼이며, 국민의 권익을 위해서 국민의 심부름꾼 노릇을 잘 할 경우에만, 하나님의 심부름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스도인들은 잊어서는 안된다. 이것이 바로 성경의 진리이며, 그리스도인들이 취해야 할 태도이다.

인천 갈릴리교회 담임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