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길자 목사

국내 주요 기독대학 신학과 지원자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걱정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해 기독대학의 지원율은 높지 않았다. 장신대가 2.36대 1, 총신대 2.67대 1, 목원대 2.44대 1, 안양대 2.88대 1, 서울신대 2.09대 1, 성결대 1.76대 1, 나사렛대 1.40대 1 등 대다수 기독대학 신학과 경쟁률이 2-3%대에 머물렀다.

그래도 이런 대학들은 나은 편에 속한다. 감리교신학대(0.99대 1), 고신대(0.92대 1), 침신대(0.79대 1), 아세아연합신학대(0.81대 1) 등은 경쟁률이 1:1에도 미치지 못해 미달사태를 빚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학들은 추가모집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학과 졸업생들의 대부분이 신학대학원을 거쳐 목회자가 된다는 점에서 한국교회의 미래가 어둡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신학과를 지원하는 학생들이 줄어드는 이유로 학령인구 감소를 들고 있다. 실제로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대입 학령인구는 2015년 66만명에서 2020년 51만명, 2025년에는 45만명, 2065년엔 22만명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에서도 이를 감안해 2023년까지 대학 정원을 16만명 감축하는 대학 구조개혁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학령인구 감소로 신학과 미달사태를 설명할 수는 없다. 그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대다수 크리스천 학생들조차 신학교 지원을 꺼린다는 점이다. 이는 사회적인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한 한국교회의 현주소와 맞물려 있다. 게다가 상당수 신학대학들은 끊이지 않는 학내 분규에 휘말려 있다. 결국 신학교와 목회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이 다음세대 크리스천들에게 신학대학 지원을 기피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신학대학을 졸업한 이후에 사역할 곳이 부족한 것도 신학대학을 기피하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신학대학 졸업생들 중 상당수가 진로를 고민하며 갈팡질팡 하고 있다. 사역지가 한정돼 있고, 갈 곳이 없어 개척을 하려고 해도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등 수저계급론이 교회 안에도 팽배해 있어 별다른 배경이 없는 흙수저 졸업생의 경우에는 대형교회 목회자 자녀인 금수저 졸업생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사실 신학과 지원 감소 현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계속해서 위기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럼에도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어 답답한 마음이다.

우선은 기독대학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매진해야 한다. 이전과는 다른 차별화된 교육 시스템을 구현시켜야만 치열한 대학 구조정과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아울러 한국교회의 구성원들이 신학대학 활성화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한국교회를 바르게 하고 사회적으로 추락한 한국교회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처럼 교회에 대한 인식이 바닥에 떨어져서는 신학과에 지원할 학생들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회복해야 신학과에 지원해 훌륭한 목회자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이 하나 둘 늘어갈 것이다.

또한 각 교단은 과감하게 흩어져 있는 소속 신학교들을 통폐합하고, 획기적으로 신학정원을 줄여야 한다. 지금은 양과 숫자로 승부할 때가 아니다. 무엇보다 정말 우수한 목회 자원을 선발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교회에서 신앙도 좋고 학교성적도 좋은 우수한 학생을 최우선으로 선발할 수 있어야 하고, 아낌없는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그들이 오직 말씀과 기도와 신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 생명을 붙잡고 평생을 울 수 있는 성실한 목회자, 한국교회뿐만 아니라 세계교회를 이끌어갈 지도자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다.

지금대로라면 한국교회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신학대학은 각 교단의 미래이자 한국교회의 자산인 목회자를 길러내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결론을 내기보다 목회현장과 교단 상황을 고려해 종합적인 프로세스를 마련해 신학교육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빛사랑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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