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 부활절을 앞두고 부활절연합예배 준비가 한창이다.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는 예수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여 교파와 지역을 초월해 모든 성도들이 함께 연합하여 드리는 예배라 할 수 있다.

한국교회는 현재 수많은 교단으로 분열돼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일 년에 한 번 드려지는 부활절연합예배를 통하여 연합과 일치를 도모하는 것은 커다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올해 부활절연합예배는 ‘연합’이라는 의미와는 동떨어지게 교계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이 각각 드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 목사, 이하 교회협)가 부활절인 4월 16일에 ‘부활절 맞이’를 준비하고 있는 것과 별도로 예장 통합, 합동, 대신, 기하성 여의도순복음교단, 기감, 기성, 기침 등 7개 대형교단을 중심으로 교단 연합의 부활절연합예배가 따로 드려진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부활절연합예배마저도 하나의 한국교회로 연합되어 드리지 못하는 것에 대해 탄식을 쏟아내고 있다.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한국교회의 자화상이 부활절연합예배 현장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게다가 올해 부활절인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3주기와 겹친다. 이에 따라 교회협이 주최하는 ‘부활절 맞이’는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기억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회협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남재영 목사)는 사순절의 첫 주간을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하는 금식기도회로 시작한다. 3월 6일부터 10일까지 안산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에서 기도회를 진행하며 가족을 잃은 슬픔이 있는 곳에 부활의 기쁨이 임하기를 기원하며 기도한다.

그러나 교단연합의 부활절연합예배는 세월호 관련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김삼환 목사의 명성교회에서 드리기로 해 이에 대한 논란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주최측이 세월호 3주기에 맞춰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예배에 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다르게 명성교회를 예배 장소로 선정한 것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교회 저변에서는 부활절연합예배를 진보와 보수가 하나 되어 드리는 것이 마땅하며, 단순히 대형교단과 대형교회 위주로 한국교회의 세를 과시하는 행사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기억하고 사회 구석구석의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진정한 부활의 기쁨을 나누는 예배가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나된 부활절연합예배 염원
한국교회가 첫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린 건 해방 직후인 1947년 4월 6일이다. 남산에서 드려진 이 예배는 1946년 가을 창립된 조선기독교연합회(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전신)가 주한미군과 함께 개최한 것이었다. 그 후 6.25전쟁으로 3년간 부산에서 예배를 드리다가 1954년부터 다시 남산에서 모이게 되었다.

하지만 그 후 급속도로 분열된 장로교의 분열로 1962년부터 부활절 연합예배는 두 개로 나누어졌다. 1962년 진보측은 배재고등학교 교정에서, 보수측은 균명고등학교 교정에서 따로 예배를 드렸다. 1973년 보수측이 진보측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주관하는 부활절 연합예배에 함께 하기로 하면서 부활절 연합예배 준비위원회가 구성되어 양측은 10여 년간의 분열을 청산하고 연합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1990년대에는 부활절 연합예배 위원회가 상시 조직으로 전환되었고, 그 동안 장충체육관과 상암월드컵경기장 그리고 잠실올림픽주경기장 등에서 부활절 연합예배를 개최했다. 그 후 부활절 연합예배의 주최권을 둘러싼 논쟁이 지속되면서 2006년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가 탄생되어 2007-2010년까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개최됐다.

그러나 한기총이 분열되면서 부활절연합예배는 각 연합기구별로, 또는 각각의 교단이 중심이 된 교단연합의 형태로 제각각 드려지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교계에서는 진보측과 보수측을 아우르는 하나된 부활절연합예배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대형교회 중심의 이벤트성 행사 ‘그만’
아울러 부활절연합예배가 단순히 대형교단과 대형교회 중심으로 드려지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부활절연합예배 장소로 대형교회가 선정되고 인원을 동원하고 누가 설교하고 하는 등의 문제로 수차례 잡음이 일었기 때문이다. 부활의 참의미를 되새기기보다 이벤트적인 행사에 집중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교계 한 목회자는 “부활절연합예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거져 나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귀를 의심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행사의 요직이 행사를 위한 헌금액수로 결정 된다느니 보다 많은 성도들을 모으기 위해 설교는 큰 교회 누가 해야 한다는 식의 사람 냄새가 너무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목회자는 이어 “크고 많은 것만을 추구하는 물량주의자들이 판을 치는 한국교회의 저급한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왜 부활절 연합예배를 대대적으로 드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반문하고 있다. 크고 넓은 장소에 구름떼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예배를 드려야 하나님께 더 영광스러운 일이 되느냐는 것이다. 물론 범교단적인 행사를 치러 세를 과시하는 것이 일정 부분 복음전도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벤트적인 대형 행사가 아니더라도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의 참의미를 되새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왜 부활에만 초점을 맞추나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이 부활절 당일에만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그리스도의 부활 이전에 고난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사순절은 삼일절인 지난 1일부터 시작됐다. 1일부터 부활절인 4월 16일까지의 기간 중에서 7번의 주일을 뺀 40일간이 바로 사순절 기간이 되는 것이다. 사순절 기간 동안 경건과 절제로 그리스도의 고난을 기억하면서 이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들은 올해 사순절을 어떠한 자세로 보내야 할까. 경건훈련과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는 손길, 말씀 묵상과 경건의 기도, 절제와 금식의 시간, 봉사와 구제, 전도의 기회로 삼는 자세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사순절 지키기의 핵심은 경건훈련에 있다. 이 기간 중에는 오락을 멀리하고, 날마다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며 기도하는 등 경건한 삶을 스스로 실천해야 한다.

문제는 오늘날 사순절을 제대로 지키는 성도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사순절 기간임에도 오히려 세속적 즐거움에 빠져 경건함을 잃어버린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한국교회 안에서도 이 귀중하고, 은혜로운 기회를 소홀하게 여기는 경향이 생겼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그동안의 과오를 반성하고, 사순절을 온전히 지키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먼저 교계 지도자들이 실수와 갈등, 분쟁으로 얼룩진 과거를 반성하고, 겸허한 성찰과 함께 그리스도가 걸어간 삶의 모습을 닮아가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사회전반에 확산되어 있는 한국교회에 대한 불신을 종식하고, 교회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사회의 갈등극복과 경제난 및 환경재난으로 고통당하는 이웃들에게 희망의 손길을 교회가 건넬 수 있도록 지도자들이 먼저 경건함을 되찾아야 한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문제로 사회적 갈등이 극에 달한 지금, 오직 교회가 한국사회를 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다는 소망과 신뢰를 안겨줄 수 있도록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아울러 사순절을 계기로 이 땅에 소외받은 이웃들을 위한 섬김과 나눔 사역을 새롭게 정립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그동안 교회의 외형적 성장에만 치우쳤다면, 진정으로 소외된 이웃들이 환하게 웃을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건네야 한다. 사순절 기간만이라도 소외된 이웃들의 고통 받는 삶을 체험하고, 그들이 온전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보여주기식 나눔 실천에서 벗어나 진심으로 우러나는 섬김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주님의 고난을 생각하며, 말씀 묵상과 경건의 기도를 해야 한다. 가정에서 자녀와 함께 가정예배를 드리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훗날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사순절 기간에 경건한 삶을 지켜나갈 것이다. 또한 스스로 사순절 기간 동안 성경읽기를 위한 계획을 짜서 매일, 매시간 성경읽기를 추천한다. 더불어 교회마다 사순절 기간에는 특별새벽기도를 진행하는 데 성도들 스스로 목표를 두고 새벽기도에 참석해야 한다. 이 새벽기도를 통해 느슨해진 신앙을 다시 회복시킬 수 있고, 닫혔던 영성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은 부활절을 앞둔 사순절 기간을 보내면서 그리스도의 고난을 되새기며 경건과 절제의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부활절연합예배도 화려한 이벤트적 행사를 지향하기보다는 부활의 참의미를 되새기는 예배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