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이란 부활절까지 주일을 제외한 40일의 기간으로, 부활절을 기다리면서 신앙의 성장과 회개를 통한 영적 훈련의 시기이자, 우리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십자가에 달려 고난당하신 예수님의 죽음을 묵상하는 시기이다. 이 때에는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기도하는 등 경건과 절제의 삶을 스스로 실천에 옮겨야 한다.

작금의 시대에 사순절을 온전히 지키는 성도들이 몇이나 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오늘 한국교회의 성도들은 사순절을 바로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성도들이 흔히 하는 착각 중 하나가 부활절만을 중요시 하고, 사순절은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사순절은 반드시 우리들이 온전하게 지켜야 할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예수의 고난의 길을 함께 거닐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흥청망청 ‘나 몰라라’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경건하게 보내야할 의미 있는 순간임에도 금식과 금욕 등을 지키기는커녕, 언제인가부터 세속적 즐거움에 빠져 경건함을 잃어버렸다. 그러면서도 입으로만 사순절을 잘 지키고 있다고 큰 소리를 치고 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한국교회와 성도들은 사순절을 온전히 지켜 나가기 위해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우리의 죄를 대속하신 예수가 고난당하신 이 순간을 허투루 보내지 말고, 진정 회개와 각성을 통해 깨지고 거듭나도록 임해야 한다. 세속적인 욕망에 사로잡히지 말고, 절제를 통한 경건을 도모해야 한다. 그리고 낡은 것들을 과감히 청산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예수의 발자취를 쫓아야 한다. 그것이 작금의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주어진 과제다.

그러기 위해서는 쪼개지고 갈라져 산산이 부서진 한국교회가 주 안에서 하나가 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과거를 반성하고, 화합과 일치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세속적인 권력과 재물의 욕심에서 벗어나 오직 하나님이 주신 사명만을 위해 전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워야 한다. 내가 아닌, 우리가 되어야 하고, 내 것이 아닌 우리의 것이 되어야 한다. 욕심을 버릴 때 모두는 하나가 될 수 있다. 한국교회가 진정 세속적인 욕심에서 자유롭게 해방될 때 한국교회를 향한 불신은 종식되고, 사회 전반에 확산된 각종 문제도 동시에 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순절 기간을 통해 이 땅의 소외된 이웃을 위한 한국교회의 나눔과 섬김의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이 땅에는 가진 자보다 소외된 자들이 더욱 눈물을 흘리며 살아간다. 가뜩이나 경제적인 침체로 인해 이들의 삶은 더욱 핍박에 처해 있다. 그러나 이들의 손을 잡아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사회는 각종 문제로 인해 이들을 돌보기에 여력이 없고, 국가는 혼란한 상황에 처해 마찬가지로 이들에게 관심마저 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의 삶은 더욱 힘에 겹다.

이들에게 유일한 희망은 바로 한국교회와 성도들이다. 교회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이들이 교회 문턱을 쉽게 넘을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의 아픔이 무엇인지, 이들이 처한 현실적 고통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함께 고통을 겪으면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때로는 기도로, 때로는 물질적 후원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헌혈을 하거나, 식사를 대접하거나, 옷을 입혀주거나, 장기기증에 서약을 하거나 등등 세상에 나눌 수 있는 일들은 많다. 다만 행동이 실천으로 옮겨지느냐가 문제다. 이는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선행이 아니다. 누구나 차별 받지 않도록 누구나 하나님의 자녀로서 온전히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으는 일이다.

올해 사순절 기간에는 한국교회와 성도들 모두 경건과 절제된 생활을 하고, 나아가 이 땅의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하는 의미 있는 순간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예장 성서 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