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남수 목사.

한국교회의 하나 됨의 여정이 멀고도 험하다. 진보는 진보대로, 보수는 보수대로 갈기갈기 찢겨 서로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 저마다 “우리가 원조다”고 외치는 식당들처럼, 한국교회도 하나 되려는 노력보다 “우리가 정통성이 있다”며 지겨운 정통성 싸움을 벌이고 있다. 신물이 날 정도다. 더욱이 보수적인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연합단체마저 본질을 잃어버리니 채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 한국교회총연합 등으로 나뉘어 넘버원을 자처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는 역할보다는 오히려 쪼개고 또 쪼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끝없이 추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교회의 앞날은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처하게 된다.

분명한 것은 한국교회의 하나 됨은 몇몇 개인만이 주장하는 것이 아닌, 한국교회 전체의 간절한 소망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자, 이 나라와 민족의 등불이었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그런데 이런 저런 이유를 내세워 한국교회의 하나 됨을 방해하는 행태는 어떠한 모양새로도 납득할 수 없다. 특히 몇몇 대형교단 끼리의 정치적인 이유로 한국교회의 하나 됨을 망치는 행위는 주저앉은 한국교회를 아예 드러눕게 만드는 처사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한국교회의 하나 됨이지, 각 교단이나 단체, 혹은 개인의 얽히고설킨 이해관계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은 멈춤이 없이 전진해야 한다. 한기총과 한교연이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오직 한 길, ‘통합으로 가는 길’에만 전념해야 한다. 그 어떠한 장애물이 있더라도 뛰어 넘어 하나 됨의 목표에 도달해야 한다. 이를 두고 몇몇은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은 이단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결코 선행될 수 없다고 하는데, 틀린 말이다. 세상 사람들이 가장 썩었다고 인식하는 국회에서조차 각 정당끼리의 통합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뤄진다. 대통합의 단초를 놓고 난후에 작고 세밀한 부분들은 조율해 나간다.

한국교회도 마찬가지다. 언제까지 정치적 이권, 이단문제 등으로 머뭇거리면서 째깍째깍 흘러가는 골든타임을 놓쳐버릴 텐가. 이제 더 이상 한국교회의 뒤처짐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 즉시 하나의 몸이 되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솔직히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에 대한 논의는 수년째 계속해오지 않았는가. 무엇이 두렵고 무서워 한걸음 전진하지 못한단 말인가. 한국교회의 하나 됨보다 더 중요한 게 무엇이란 말인가.

‘등고자비’란 사자성어가 있다.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선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뜻으로, 모든 일은 순서대로 하여야 함을 이르는 말이다. 지금 한국교회에 꼭 필요한 사자성어라고 본다.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은 마지막 목표가 아닌, 한국교회 전체의 하나 됨을 위한 가장 낮은 단계의 출발점이다. 첫발도 떼지 못했는데, 제아무리 한국교회의 하나 됨을 외친다고 한들 이룰 수 없는 목표다. 우선 첫발을 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첫발이 바로 한기총과 한교연의 대가 없는 대승적 통합이다.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지금 당장 하나 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이 보시기에도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물론 첫술부터 배부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차근차근 전진해 나가면 된다. 세부적인 문제들은 계속해서 차분히 조율해 나가면 된다. 이것저것 따지다가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지금 당장 한기총과 한교연의 하나 됨이라는 도화지 안에 한국교회 전체의 하나 됨을 위한 꽃과 산, 강 등을 그려 넣어야 한다.

예장 개혁선교 총회장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