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말에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할 것인가 실패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전쟁 당시 자유 수호를 위해 함께 피 흘린 혈맹이자 동맹국인 우리나라는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문제를 미군 감축 또는 철수 카드로 몰고 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정치적 동향에 그만큼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안 역대 대통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인 말과 행동으로 숱한 구설수를 남겼다. 그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보수 표심을 자극해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그가 보여준 대통령으로서의 철학과 정책은 미국을 수준 이하의 나라로 떨어뜨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금 트럼프의 지지도는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에 10% 이상 뒤지고 있고 그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재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사람들이 트럼프가 연말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때 세계의 경찰국가로 불리며 자유 민주주의의 수호신처럼 추앙받던 미국은 보호무역주의와 배타적 이민정책으로 이제 자국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덩치 큰 미숙아취급을 받고 있고 있다. 트럼프가 비록 해외에서는 인기도 없고 격 떨어지는 장사꾼에 지나지 않는다는 혹평을 받고 있지만 미국 내 사정은 사뭇 다르다. 트럼프가 집권한 3년여 동안 경제가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고 실업도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자국 우선주의 정책도 서구에서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미국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대통령에 뽑은 이유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잘 나가던 트럼프도 지금 그의 정치 인생에서 일생일대의 고비를 맞고 있다. 그것은 코로나19와 지난 5월25일 미네소타주에서 백인경찰의 구둣발에 목을 눌려 질식사한 흑인청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다.

미국은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15만명을 넘어섰다. 전 세계 국가 중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이 10만 명이 넘은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또한 누적 확진자는 443만 3410명으로 미국은 확진자와 사망자 수 모두에서 코로나19 최다 발생국 반열에 올랐다.

미국이 코로나로 인해 온통 마비될 지경에 이르자 그 모든 화살이 트럼프 행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는 코로19가 확산되는 와중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을 언론에 과시하고 다녔다. 심지어 말라리아 약을 먹으라고 권하기도 했다. 아직도 트럼프는 “미국이 전 세계에서 코로나에 가장 잘 대응하고 있는 나라”라는 황당한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있다.

트럼프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는 또 하나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이다. 이 시위는 뉴욕을 시작으로 이제는 미국 전역으로 확산일로에 있다. 트럼프가 이를 정치 쟁점화해 백인 표를 결집하는 데 유리하게 사용할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미국 내 해묵은 인종갈등은 누구도 쉽게 풀기 어렵다. 그래도 트럼프라면 국면 전환을 위해 무슨 시도든 할 것이다. 편 가르기와 표플리즘 등 국민적 증오와 복수심을 이용해 반사이익을 얻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이 비난 미국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도 증오와 복수, 표플리즘을 정치에 이용한 사례는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민주주의의 토대위에 국민이 위임한 권력이라도 이를 남용하거나 잘못 사용하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사회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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