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필 목사.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오신 아기 예수가 탄생한 성탄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둠으로 물든 이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해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의 날, 코로나19 펜데믹이 끝이 나고,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이 종식되길 소망한다.

올해는 유독 힘든 한 해였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나라는 물론, 지구촌 곳곳은 마비가 됐고, 지금까지 누려왔던 우리의 일상은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1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 펜데믹 사태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며, 치료제나 백신의 개발 소식이 들리고는 있으나 여전히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세계 초 인류국가들조차 코로나19의 마수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으며, 그동안 쌓아놓았던 국가이미지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펜데믹이 가져온 경제위기는 이제 각 나라를 넘어 국제적 위기에까지 다다를 지경이다.

이런 가운데 대한민국의 상황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 뿐, 크게 다르지 않는 듯 하다. K-방역으로 잘 지켜왔던 것이 최근 700명에 이르는 확진자 증가세에 주춤하고 있으며, 장기적 경기침체는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나서 위기극복을 위해 기도하고, 행동했던 한국교회의 상황도 좋지 못하다는 것이다.

발생초기 잠잠했던 상황에서 신천지로 인해 촉발된 코로나19 확산은 곧 한국교회에까지 불똥이 튀게 만들었다. 이후 몇몇 교회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한국교회 전체는 싸잡아 비판당했다. 여기에 정부가 한국교회를 마치 코로나 확산의 온상으로 여겨 예배 탄압이라는 강수까지 둬서 한국교회의 이미지는 더욱 떨어졌다. 하지만 솔직히 한국교회 전체 숫자를 생각하면 몇몇 교회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누구보다 방역지침에 따르며 애썼던 노력을 감안하면, 한국교회의 예배까지 제약을 두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정부의 방역지침에 쌍수를 켜고 반대하고 나서라는 것이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한국교회가 하나 된 목소리로 이 난국을 극복해야 한다.

아기 예수가 낮은 자의 모습으로 오신 것처럼, 한국교회도 낮은 자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 때로는 멸시받고 천대받는 자들의 친구이자, 병든 자들을 치료하는 위로자, 가난하고 굶주린 자들의 동반자로서 섬김의 본을 보이셨던 예수의 향기를 내야 한다. 교회가 좀 억압을 받고 피해를 받더라도, 국민의 생명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이 땅의 소외된 이웃들의 든든한 동반자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 교회의 문턱을 낮추고,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공동체로서의 사명을 잘 감당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심적 우울감에 빠진 이웃들의 닫힌 마음을 열어주고, 아픔과 고통에 공감대를 형성해 달래줘야 한다. 그것이 지금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

그리고 한국교회가 성탄절을 맞아 말뿐이 아닌, 진정한 하나 됨을 이뤄가길 소망한다. 정치적 하나 됨이 아니라, 진정한 하나 됨을 이루길 바란다. 그것이 연합단체의 하나 됨을 이루든지, 지역교회들의 하나 됨을 이루든지, 교회 내부적 연합을 이루든지,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 하나 됨이어야 한다. 2020년 잠깐 쉬어가는 한국교회였다면, 2021년에는 깨어지고 거듭나는 한국교회로서 이 땅에 희망을 주는 ‘사랑의 종교’의 타이틀을 되찾길 간절히 희망한다.

예장 한국총회 총회장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