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알의 사과 속에는

한 알의 사과 속에는
구름이 논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대지가 숨쉰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강이 흐른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태양이 불탄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달과 별이 속삭인다. 

그리고 한 알의 사과 속에는 
우리 땀과 사랑이 영생한다

* 구상 (본명 구상준 ) (1919년 9월 16일 - 2004년 5월)
2004년 금관문화훈장
1993년 제38회 대한민국 예술원상/

▲ 정 재 영 장로

구상 시인의 시와 삶은 하나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모든 문인들은 구상 시인의 인격을 추앙하였고, 시인의 일화는 존경받을 일로 가득하다. 시인과 대통령과의 일화에서 볼 때 얼마나 세속 영화를 멀리 했는가를 보여준다. 이 일은 혼탁한 시대에서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그래서 작품마다 언어가 힘을 가지고 있다. 그의 시적 수사학은 창작 기법에서 초연하다.
구 시인을 연구한 사람들은 ‘기독교적 존재론을 기반으로 미의식을 추구, 전통사상과 선불교적 명상 및 노장사상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정신세계를 수용해 인간존재와 우주의 의미를 탐구하는 구도적 경향이 짙다.’라고 한다. (두산백과 참조)

6.25 전쟁을 통한 부조리를 노래한 『초토의 시』 후, 시인은 내적 세계에 천착하여 종교 세계로 귀의하여 구도의 작품을 만들었다.

여기 제시하는 작품도 그런 정신사적 위치를 볼 수 있다.

사과 한 알을 사과 아닌 다른 과일로 바꾸어도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뜻이 변경되지 않는다.

굳이 한 알이라 함은 개체가 가지는 대표성을 말함이다. 사과는 단순한 사물이 아닌 존재 전체를 통칭하는 사물이다. 또 단수인 사물은 사물의 일반성을 말하는 것이다.

내용에 구름, 대지, 강, 태양, 달과 별, 땀과 사랑이 나온다.

구름은 천상적 이미지요. 대지는 지상적 이미지를 동원함으로 양극의 구조를 염두에 둔 배치다. 역시 강은 땅에, 태양은 하늘에 있는 존재다. 태양과 달과 별도 서로 이질적이며 상반성의 구조다, 이것은 상호 의존적인 존재에 대한 총체적 의미를 가진다. 한걸음 나아가 땀과 사랑은 신적이며 인간적인 융합성을 상징한다. 이런 구조는 사과 하나 속에 우주적 융합 의미가 들어있다는 것을 말함이다. 동시에 창조와 섭리의 통일성을 보여주려 함이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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