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순임 목사.
유순임 목사.

변혁의 2022년도 이제 한 달 남짓 남았다. 많이 느슨해졌기는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로 고통스러운 삶의 현장이 지속되고 있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며 세계 경제는 물론 대한민국의 경제상황은 매서운 찬바람이다. 한국교회 역시 유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어 교회의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아 있을 순 없다. 위기를 극복하고 일어서 아픔과 고통에 처한 사회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가장 선행되어야 할 것은 바로 잃어버린 대사회적 신뢰회복에 있다. 그 길만이 오늘 사면초가에 빠진 한국교회가 바로 서고, 우리 사회가 회복되는 지름길이다.

한국교회의 신뢰회복은 바로 목회자의 회개부터 시작된다. 오늘 한국교회의 여러 질타의 목소리는 모두 목회자의 잘못된 행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누구보다 솔선수범하고, 정의로워야할 목회자가 오히려 온갖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주의 종인데 마치 스스로 주인이 된 것처럼 행동하고 있으며, 누구보다 낮은 자세로 섬김의 본을 보여야할 위치를 망각하고 세상 가장 높은 권좌에 올라 세상을 내려 보고 있다. 말 그대로 교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지금의 모습으로는 설 곳을 잃어버린 한국교회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진정 한국교회를 걱정한다면 목회자 스스로 낮아지고 깨어지고 비워져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세상 누구보다 낮은 자세로 섬기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헌신해야 한다. 목회자는 목회자다워야 한다.

아울러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오늘의 현실을 통감하고, 화합과 일치로 거듭나야 한다. 작금의 한국교회는 분열의 온상으로 치부되며, 사회로부터 손가락질 당하고 있다. 그만큼 교단이나 단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으며, 무려 200개 이상의 교단이 즐비할 정도다. 그럼에도 또 다시 분열의 나팔소리가 들린다. 가뜩이나 교회 이미지가 추락한마당에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는 모습은 옳지 않다. 지금은 오히려 둘로 갈라진 교단을 하나로 묶고, 세계로 나뉜 단체를 하나로 엮는 작업이 절실할 때이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들의 손에 들린 수많은 권리를 내려놓아야 한다. 조금 손해 보더라도 전체의 유익을 위해 양보하는 미덕이 필요할 때이다. 그것이 자리욕심이든, 재물욕심이든, 어떠한 욕심이든 내려놓아야 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하나가 될 수 있다. 내가 하나를 내려놓을 때 상대도 하나를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교회가 먼저 하나가 될 때 분열로 가득한 우리 사회 역시 하나로 뭉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한국교회는 대사회적 신뢰도 회복을 위해 이 땅의 소외된 이웃을 향해 아낌없는 나눔의 손길을 전해야 한다. 가진 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던 모습에서 벗어나 고통 받고 외면 받고 있는 약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그들의 아픔을 나눠야 한다. 세상이 힘들다보니 소외된 이웃을 향한 도움의 손길마저 끊긴 오늘, 그들의 슬픔과 아픔을 치유해줄 수 있는 것은 오직 한국교회뿐이다. 그런데도 한국교회마저 재정적 어려움이나 이런 저런 핑계를 들어 도움의 손길을 놓아버린다면, 그들이 이 사회를 살아가기는 혹독 그 자체이다. 제 아무리 교회가 어렵고 세상이 변했어도, 불우한 이웃을 향한 도움의 손길은 지속되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와서 나눔과 섬김의 본을 보이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따라가야 한다. 교회는 사회의 희망이자 등불이다. 예수 그리스도 말씀대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할 때 자연스럽게 바닥으로 실추되어 있는 한국교회의 신뢰도는 다시 높아질 것이다. 교회가 희망의 메신저가 되어야 한다.

한 해의 마지막 달력 한 장만을 남겨둔 지금, 늦었다면 늦었지만 이제라도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를 향한 희망, 소망,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길 바란다. 한국교회의 부흥과 성장은 교회의 외연적 성장에만 있지 않다. 바로 이 땅에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섬김을 실천할 때 진정한 제2의 부흥과 성장을 일궈낼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길 바란다.

예장열린총회 초대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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