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선인장

울고 싶을 땐
그냥 울어라 내 딸아

울음을 너무 참으면
네 몸뚱이가 눈물단지로 변한단다
네 영혼이 가시방석으로 변한단다

내 딸아
울고 싶을 땐 그냥 울어라

너무 오래
울음을 참으면
사막과 결혼하게 된단다

문 현 미 시인
문 현 미 시인

얼마나 더 견뎌야 잎이 가시로 바뀔까?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친 선인장이다. 비가 거의 오지 않는 황량한 사막에서 산다. 거기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길은 초록잎 대신 가시를 선택하는 것이다. 선인장은 온몸에 가시를 잔뜩 품고 있다. 제 몸에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서다. 살기 위해 긴 기다림 끝에 잎이 가시로 바뀌었다. 사람이나 동물이 함부로 다가갈 수 없다. 자칫 잘못하면 가시에 찔리기 십상이다.  

이런 선인장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적 발화가 무척 독특하다. 시적 화자가 어머니다. 우리 어머니들은 오랜 세월 인내와 침묵으로 모든 것을 수용해 오셨다. 가족들 앞에서 결코 눈물을 보이지 않으셨다. 모진 비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끗꿋하게 견뎌내신 분이 어머니시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딸에게 단호한 어조로 명령을 하신다.“울고 싶을 땐/그냥 울어라 내 딸아”이제는 참지 말라고 당부하신다. 그에 대한 이유가 분명하다. 울음을 자꾸 참다 보면 몸은“눈물단지”로, 영혼은 “가시방석”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이때 눈부신 은유가 탄생한다. 

짧은 시에서“울고 싶을 땐 그냥 울어라”는 표현이 두 번이나 반복된다. 그만큼 시적 화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즉 이 메시지가 바로 시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사막과 결혼”하게 될 거라는 충격적 예언을 한다. 그러니 어머니는 딸에게 마음껏 울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수동적 자세에서 주체성이 있는 존재로 나아가라는 주문이다. 이건 비단 딸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에게 바라는 간절한 당부이기도 하다. 

척박한 환경에서 제 몸을 지키는 선인장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각이 날카롭다. 그 덕분에 울고 싶을 때 그냥 울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한해의 마지막 12월이다. 아프고 힘들 때 참지 말고 울자. 나를 위해서, 그대를 위해서 울자. 함께 부둥켜 안고 울자. 실컷 울고 난 다음에는 웃음이 기다린다.“웃음과 울음이 같은 음”(천양희,「생각이 달라졌다」)이란 것을 비로소 느낀다.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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