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을 잃어버려 표류하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드디어 새 선장을 필두로 힘차게 항해할 준비를 마쳤다. 사상 초유로 대표회장 후보 등록자가 한 명도 없어서 한 차례 연기됐던 제28대 대표회장 후보에 한국기독교정책연대 대표 정서영 목사가 단독으로 입후보하면서 24개월여 만에 변호사에게 주어졌던 한기총호의 키를 이제야 주의 종이 건네받게 됐다. 이제 한기총은 요동하는 세파 속에서 복음주의적 신앙고백의 토대에 굳건하게 서서 힘써 기도하며, 정부와 사회를 향한 올곧은 목소리를 통해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을 실현함으로써 한국기독교 위상을 공고히 해 내기 위해 출항하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그동안 한기총호가 정박해 있는 가운데 이곳저곳이 낡을 대로 낡아 당장 닻을 올릴 수도 없다는 점이다. 이를 무시하고 호기롭게 나섰다가는 자칫 얼마가지 못해 침몰할 수도 있다. 따라서 우선 당장 필요한 것은 한기총호의 내부적 문제들을 두루 살피고, 그런 이후 연합기관 통합이라는 대항해에 나서야 한다.

다툼 내려놓고 일심으로 나아가야

한기총호의 키를 쥐게 된 정서영 대표회장 후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함께 항해를 할 선원들을 구성하는 것이다. 솔직히 현재 한기총의 위상은 과거 한국교회를 주름잡았던 모습과는 상반된다. 이른바 ‘105금권선거의 비화가 알려지면서 윤리성을 잃어버렸고, 그 과정에서 한기총 정상화를 외치던 인사들은 급기야 새로운 연합단체인 한국교회연합을 태동시켰다. 이후 한국교회총연합에 이르기까지 분열에 분열을 거듭한 끝에 초창기 한기총호를 탔던 선원들 역시 뿔뿔이 흩어졌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나마 한기총에 남아있던 회원들까지도 2년이 넘는 대표회장 공석에 서로 다툼에 다툼을 이어갔고, 소위 소강석 목사측과 전광훈 목사측으로 나뉘어 고소고발을 난무하는 등 진흙탕 싸움에 이르렀다. 징계에 징계를 거듭하고 있으며, 솔직히 남은 회원들이 얼마인지 조차 쉽게 가늠하기 힘들다.

다행히 양측과 큰 대척점 없이 두루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정서영 목사이기에 양측 모두를 감싸는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할 것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이제껏 선원이 없는 한기총호를 다수의 선원들이 마치 선장인 듯이 행동한 부분은 단호하게 뜯어 고쳐야 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다. 선원은 선장을 보필해 각자 맡은 자리에서 무사항해를 해야 할 사람들이지, 결코 선장의 키를 자신들이 대신 쥐고 이리저리 뱃길을 돌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이제 소강석 목사측이든지, 전광훈 목사측이든지 정서영 목사 체제의 한기총이 온전히 갈 수 있도록 두 팔 걷고 도와야 한다. 이단시비라든지 서로를 향한 상처내기도 멈춰야 한다. 그렇지 않고 또다시 자신들의 목적과 유익만을 위해서만 한기총을 흔들려고 하면, 모처럼 항해준비를 마친 한기총호는 또다시 좌초의 위기를 맞게 된다. 지금은 대표회장과 회원 교단 및 단체가 하나 된 마음으로 똘똘 뭉쳐 나설 때이다. 더 이상 장위동으로, 용인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개인의 영달만을 위해 혈안이 되어서는 안 된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지금이라도 한교연이라든지, 한교총의 배로 바꿔 타는 것이 맞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바람이 무색하게 최근 한기총 선관위원회(위원장 엄기호 목사)에서 보여준 행태는 다소 의아하다. 단 한명의 대표회장 후보조차 없는 상황서 정서영 목사의 용단으로 가까스로 체면치레를 했으면, 단독후보이기에 그냥 만장일치 박수로 추대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비밀투표를 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누구를 위하며, 무엇을 위한 비밀투표인지 알 수 없는 대목이다. 자칫 정서영 목사의 대표회장 추대를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단 몇 표가 나오든, 이제 하나가 되어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출발부터 꺾는 셈이다. 굳이 한 차례 연기되어 가까스로 단독으로 입후보한 정서영 목사에게 무슨 의미가 있으며, 대외적으로도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도 모호하다. 물론 정기총회 당일 현장에서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이왕이면 새롭게 출발하는 한기총의 의지도 보여줄 겸 만장일치 박수로 추대하는 것이 보기에는 좋아 보인다. 더구나 몇몇 목회자들이 무슨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벌써부터 대표회장 후보 흔들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 역시 한기총은 물론 한국교회 전체를 위해서도 결코 올바른 처사가 아니다. 선장이 선원을 못 믿고, 선원들이 선장을 따르지 않으면 이 배는 결코 순항하지 못한다. 지금은 서로를 신뢰하고, 이해해야할 순간이다. 언제까지 한기총호를 목회자가 아닌 변호사에게 맡겨놓을 생각인가.

지도자들의 회개와 각성이 우선

이제 선원들을 제대로 구성했다면, 다음으로는 명성을 잃어버린 한기총호의 위상을 되찾는 일이다. 작금의 한기총의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떨어질 대로 떨어져있다. 7대 종단의 종교 지도자들의 모임체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에서조차 한기총의 회원자격을 논할 정도로 창피와 수모를 당한바 있으며, 이를 틈타 예장통합과 합동, 기하성, 감리교 등 대형교단이 주축이 된 한국교회총연합이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유일무이한 연합기관인 냥 행세를 해도 막을 길이 없었다. 오히려 한기총은 금권선거의 온실, 이단으로 얼룩진 단체, 수재의연금과 지진 헌금 유용 등에 따른 윤리적 타락 등 숱한 불명예만을 수집하고 있으면서도, ‘역사와 전통을 가진 보수연합기관의 시초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했으나, 한기총이 무너진 지 족히 10년은 넘는다. 한 때 잘 나갔던 유명 식당이 윤리적, 도덕적 해이로 인해 파리만 날리고 있는데, 문제가 되는 부분을 대대적으로 개선하지 않고 단지 과거의 명성만을 내세운다고 떠난 손님들이 되돌아올 리 만무하다. 지금은 한기총의 명예를 실추시킨 지도자들이 회개하고 반성하는 때이지, 오히려 큰소리 뻥뻥 치면서 나설 때가 아니다.

다행히 새롭게 대표회장에 오를 정서영 목사가 한기총 정상화를 위해서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변화를 우선 꼽고 있어서 기대가 크다. 누구보다 한기총 변화의 바람 속에서 중심에 섰던 정 목사의 의지이기에 그 뜻을 따라 모두가 함께 노력한다면 잃어버렸던 위상은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작금의 연합기관의 분열이 신학의 문제이거나, 신앙의 문제가 아니기에 목회자들의 스스로 회개와 각성을 통해 거듭나, 대사회로부터 존경받는 모습을 보인다면 더디지만 한국교회 보수연합기관의 제1의 단체로 한기총의 명성을 되찾을 것도 자명하다. 그렇지 않고 목회자와 교회가 현실에 안주해 변화에 민감하지 않다면, 한기총의 미래뿐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는 암울한 미래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돈과 권력이 아닌 오직 하나님 말씀에 의존해 목회자의 사명을 감당해 나간다면 누구든지 한기총의 앞날에 우려보다는 큰 기대를 할 것이다. 혹여나 몇몇 인사들이 또다시 대표회장 후보를 흔들어 그들만의 돈잔치를 만들려고 한다면, 파렴치도 이만한 파렴치가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깨달아야 한다.

기관 통합에 앞서 한국교회 전체 아울러야

이제 선원과 위상을 되찾았다면, 목표를 정해 출항하면 된다. 한기총이 그동안의 공백을 단지 연합기관 통합에만 방점을 맞춰서 메우려고 한다면 큰 오산이다. 어디까지다 한기총호는 연합기관 통합을 위한 것만이 출항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늘 한국교회는 대사회적으로 긍정보다 부정적인 모습만 비추며,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팬데믹을 넘어, 앤데믹으로 가는 시대에 정처 없이 방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한기총이 먼저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고, 그들에게 울림을 줄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그저 보수로서의 정치색깔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진정 우리 사회가 바르게 가도록 이정표를 제시해야 한다. 한국교회와 세상의 소통의 통로로서 역할을 다하고,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또 이단사이비, 동성애, 차별금지법, 종교인 과세 등 한국교회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과감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도 있다. 아울러 평화통일, 복음통일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각종 분열과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화해자로서의 책임도 마다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일들이 먼저 선행이 되어야 한기총은 그동안의 과오를 벗어나, 진정 새롭게 거듭나 모두에게 인정을 받게 된다. 한기총이 정상궤도를 되찾으면, 자연스럽게 한국교회 역시 회복될 수 있다. 한국교회의 회복은 곧 우리 사회의 안전과 평화를 도모할 수 있고, 침체되어 있는 대한민국이 다시 생동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이렇게 한기총이 스스로 변화의 주체로서 거듭난다면, 흩어져 있는 연합기관의 통합은 누가 나서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

이처럼 정서영 대표회장 후보가 정견발표에서 말했듯이 한기총의 잘못된 부분을 과감하게 도려내고, 새로운 한기총으로 거듭난다, 한기총은 진정 한국기독교와 사회, 정부로부터 명실공히 한국의 기독교를 대표하는 영향력 있는 기관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말고, 한기총과 한교연, 한교총이 진정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나가 되기 위해 나서주길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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