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순임 목사.
유순임 목사.

기미년 독립만세운동의 울림이 대지를 적신 지도 104주년을 맞았다. 일제의 온갖 핍박에 억눌려 국가를 찬탈당하고, 민족혼까지도 유린당했던 고통 속에서 끝까지 굽히지 않았던 우리 선조들의 애국애족정신은 오늘 대한민국의 든든한 뿌리가 됐다. 민족대표 33인을 비롯, 전국 방방곡곡에서 이름도 빛도 없이 목숨 바쳐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그들의 기개가 100년을 뛰어넘어 오늘에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은 씁쓸하기만 하다. 역사상 이렇게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때가 있어나 싶을 정도로, 사회 전반이 서로 쪼개져 잡음이 일고 있다. 남과 북의 다툼은 차치하더라도, 이념, 지역, 남녀, 세대, 빈부, 종교, 노사 등 수많은 갈등이 가뜩이나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경기침체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으며,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 AI시대에 따른 일자리 부족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한데 엉뚱한 곳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어느 하나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기관에서 몇몇 대안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수박겉핧기식에 그치고 있다. 누구보다 앞장서 올바른 메시지를 전달해야할 한국교회마저도 묵묵부답이다. 오히려 한국교회는 자정작용을 잃어버린 상태로, 분열과 갈등의 온상으로 전락해 버렸다. 정부와 사회, 종교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마땅한 대안을 내놓고 있질 못해, 국민들의 고통과 절망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 바로 필요한 것이 우리 선조들이 보여줬던 애국애족정신이 아닐까 한다. 개인의 유익과 권리가 아닌, 국가를 위해 한 생명을 내던진 이타정신과 희생정신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정부는 국가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다하고, 각 지자체 및 기관은 정부의 위기극복 프로젝트에 일심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또 종교, 특히 한국교회는 국민들의 닫힌 마음을 위로해주고, 국민들이 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줘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도 비록 어렵고 힘들지만 모두 이겨낼 수 있다는 긍정적 마인드로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 하나의 기계가 잘 돌아가기 위해서 작은 톱니바퀴 하나씩이 잘 맞물려 돌아가듯이, 서로 부족한 것은 채워주고 남는 것은 나누며 화합과 일치로 변화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개인이기주의가 팽배한 우리 사회가 더 이상 가 아닌, ‘우리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다시 써야 한다. 과거 우리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가 아닌 우리라는 마음에서 어려움을 극복해왔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초토화된 국가를 재건하기 위해 모두가 피땀 흘려 열심히 일했으며, 국가부도 상태인 IMF 때에는 모두가 장롱 속 깊이 숨겨둔 금을 내놓으며 함께 잘 살아보자고 외쳤다. 또 서해안 기름유출 때 보여준 모습은 대한민국이 하나 된 민족이라는 인식을 세계에 재확인시켜준 뜻 깊은 모습이기도 했다. 지금이 다시 우리가 하나로 모일 때인 것이다. 전국에서 마음과 마음이 모여서 들불처럼 번진 3.1만세운동처럼, 다시 한 번 마음과 마음이 모여 우리 모두 행복하게 잘 살아보자는 운동을 벌여야 한다.

3.1104주년을 맞아 100여 년 전 힘없던 우리 민족이 일제의 총칼에도 굴하지 않고 나섰던 마음처럼,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지경에까지 처한 작금의 대한민국이 가장 높은 곳부터 가장 낮은 곳까지 서로 화합해 유기적으로 움직여, 하나님의 섭리 속에 이 또한 모두 극복할 것이라 확신한다.

예장 열린총회 초대 총회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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