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화 목사.
임용화 목사.

대한민국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수년간 합계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지난해에는 0.78명에 불과하다. 이는 OECD 회원국의 합계 출산율 평균이 1.59명인 것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 질 다음세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가소멸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가 요즘처럼 인구수를 걱정한 경우도 없었다. 과거 1,2차 베이비부머 세대를 거치면서 출산율이 급증했고, 이후 세대를 거치면서도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IMF 등 굵직한 경제 사태를 맞이하면서 점점 출산율이 감소했다. 그러더니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를 하는 시기와 맞물려 저출산 고령화 현상은 뚜렷해졌고, ‘하나 낳아 잘 살자는 말이 무색하게도 한 명도 낳지 않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상황이 크게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저출산을 더욱 악화일로로 부채질하는 것은 바로 돌봄의 문제다. 오늘 부부들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맞벌이 부부가 많아져 경제적 여유는 생겼으나, 그만큼 아이를 돌보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더욱이 아이를 낳아 돌보기 위해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거나 출산휴가를 써야 하는데, 이는 곧 경력단절로 이어지기에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나마 출산휴가를 온전히 쓸 수 있는 회사라면 다행이겠지만, 실상 출산휴가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회사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결국 출산으로 인해 뒤따르는 외부적 요인들이 아이를 낳지 않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오늘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는 맞벌이 부부로 수입은 두 배(Double Income)이지만, 아이를 낳지 않는다(No Kids)’는 딩크족(DINK)은 이를 잘 대변해 준다. 안타까운 것은 딩크족의 문화가 어느새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되어 있다는 점이다.

갈수록 초고령사회로 접어드는 상황서 실질적 경제활동의 주체인 젊은 세대가 줄어드는 것은 국가 성장력 저하는 물론, 존폐마저도 위태롭게 한다. 따라서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선 나 홀로 1인 가구의 증가, 늦은 결혼 적령기, 혹은 결혼 포기와 출산 포기란 기이한 문화 등 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악한 문화를 제거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이를 낳기만 하면 이 나라와 사회가 어떻게든 책임진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당장 아이를 낳아 경제 공백기가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해주는 대책은 물론, 맞벌이 부부도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돌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여기에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말씀에 따라 누구보다 힘을 보태야 할 곳이 한국교회라고 생각한다. 성경적 가치관을 제시해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고, 돌봄의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물론 한국교회가 부흥성장하기 위해선 온전히 다음세대에 달렸다. 주일학교가 줄어들고 장년층만 증가하는 현실 속에서 더는 망설일 필요가 없다. 지금이야말로 생명과 사랑을 온전히 실천에 옮길 때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에서 초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종교계와 손잡고 종교시설 내 유휴공간을 활용해 돌봄·놀이시설을 만드는 등 인프라 확충에 나선다는 소식은 큰 의미를 갖는다. 지자체 홀로 고군분투해서는 지금의 상황을 드라마틱하게 바꿀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 사회, 종교에 이르기까지 한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지금의 상황을 그저 방관만 하고 있다면,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쳐버린다면 대한민국의 앞날은 정말 암울하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나사렛 증경감독·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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