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누가 그러대
나는 좀 더 반성하며 살아야 한다고

누가 그러대
참을 수 있는 데까지 참다보면 못 참을 것도 없다고

누가 그러대
살다보니 곁에 있는 많은 일들이 과분한 행운이라고

누가 그러대
그 사람들 곁에 내가 머물 수 있음이 축복 아니냐고

누가 그러대
서로 잡은 손에 36.5도가 유지됨이 최고의 행복이라고

누가 그러대
누가 그러대
절대 누累가 되지는 말라고

문 현 미 시인
문 현 미 시인

오늘날 우리는 성과 위주의 사회 속에 살고 있다. 즉 일의 시간이다. 좋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일의 시간에 올인한다. 성과를 향해 질주하다 보면 시간에 붙들리게 된다. 그것은 시간으로부터 구속 받는 삶이다. 사람이 주체가 아니라 시간을 중심으로 모든 게 돌아간다. 결국‘피로사회의 인질’로 살아가게 된다. 이렇게 스스로를 돌아볼 수 없는 삶은 인간성 상실 내지는 실종의 상태에 직면하게 된다.

시의 제목이“반성”이다. 오랜만에 이 단어를 대하면서 반성문을 썼던 기억이 떠 오른다. 그때는 반성문을 쓰면서 무엇을 잘못했고,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다짐을 하곤 했다. 어른이 되고 나서부터 잃어버린 게 바로 반성하는 삶이다. 신앙적으로는 회개하는 자세다. 시인은 반성이라는 제목을 앞에 배치하면서 주의를 환기한다. 첫 연“누가 그러대/나는 좀 더 반성하며 살아야 한다고”를 통해 반성하는 삶에 대한 강조를 한다. 시 전반에 “누가 그러대”와 각 연의 말미에“고”를 반복함으로써 리듬감이 배가된다. 자칫 평이한 시일 수 있지만 내용 자체가 지금의 시대에 꼭 필요한 덕목이다. 반성과 인내 그리고 함께하는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마지막 연에서“누가 그러대”를 반복하면서“절대 누累가 되지는 말라고”한다. 시간의 노예가 된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동시에 명사“누가”와 “누累가”가 언어 유희적인 재미도 느끼게 한다. 공자는 논어 위령공편衛靈公篇에서 군자는 자신에게 허물이 없는가를 반성하고, 소인배는 잘못을 남의 탓으로 들춰낸다고 했다. 후안무치의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 시를 읽고 한 번 쯤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기를.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새로운 시간을 살아서“시간에 향기를 되돌려 주는 시간 혁명”(한병철,『시간의 향기』)의 삶을 살기를 기대해 본다.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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