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는 보수·진보가 모처럼 한자리에서 함께 드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7일 열린 한국교회교단장회의에서 전격적으로 결정된 사항으로 한국교회총연합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보수 연합기관 뿐 아니라 진보 진영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까지 함께 하기로 한 건 큰 의미가 있다.

부활절연합예배는 한국교회 연합사업의 상징과도 같은 연례행사 중 하나다. 그 배경엔 NCCK가 한국교회 내에서 오랜기간 연합사업의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 그러나 NCCK1988년 한반도 평화통일 선언을 발표한 후 보수진영이 합동과 통합을 중심으로 한 한기총을 창립함으로써 그 구도가 완전히 양분됐다.

그런데 이 보수 진보 양립의 끈을 이어준 게 부활절연합예배라 할 수 있다. 비록 정치적으론 다른 입장에 서 있지만 한국교회가 주님의 부활을 축하는 부활절연합예배만큼은 보수 진보 구분없이 함께 드리는 게 좋겠다는 여론에 따라 양측이 주최와 설교를 번갈아 맡는 등 연합사업의 기본 틀을 유지한 게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10년들어 한기총이 금권선거와 이단 영입 등 구설수에 오르며 균열의 바람이 불기 시작됐다. 한기총에서 정치적으로 제명된 교단을 주축으로 한국교회연합이 탄생하면서 그후 부활절연합예배는 각 연합기관이 각기 주관하는 개별행사로 전락하고 말았다. 연합기관 통합론이 비등하면서 도중에 몇 차례 함께 자리를 마련한 적이 있지만 과거의 연합정신을 살리는 데는 미치지 못한 채로 분열의 상징으로 굳어져 온 게 지금까지의 부활절연합예배다.

그랬던 부활절연합예배가 올해 다시 연합과 일치의 분위기를 살리게 된 건 단순한 일회성 행사를 뛰어넘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일단 보수와 진보가 대화를 통한 합의의 정신을 살렸다는 건 유의미하다. 그동안 일부 연합기관 간의 통합 논의가 상당 부분 진행된 배경도 부활절연합예배를 함께 하는데 보탬이 됐을 것으로 본다. 3기관이 함께 하는 연합예배에 한국장로교총연합회까지 합류하기로 한 것도 모처럼 연합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한몫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부활절연합예배는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해 새벽 미명에 드리던 게 전통이다. 과거엔 여의도 광장에서 새벽에 수십만 명의 성도가 모이는 거교회적인 행사였다.

그러나 연합이 실종되고 각 연합기관별 행사로 굳어진 후에는 각기 교회에서 따로 드리면서 시간도 주일 오후 시간으로 변경해 드리고 있는 형편이다. 올해 보수 진보가 함께 드리는 연합예배도 명성교회에서 331일 주일 오후 4시에 드리게 된다.

좀처럼 이해가 안 가는 점도 있다. 모처럼 한교총, 한기총에 한장총까지 참여하는 부활절연합예배에 한교연만 빠졌는가 하는 점이다. 한교연은 한기총의 분열사태로 탄생한 후 통합 등 주요 교단이 한교총을 새로 만들어 나가긴 전까지 사실상 순수 보수 연합체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런 기관을 빼놓은 채 완전한 보수 진보 연합예배라고 규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부활절은 성탄절과 함께 기독교의 최대 축일이다. 죽음을 이기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사건이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모든 교회가 하나 돼 그 날을 기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급격한 교세 추락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교회가 모처럼 함께 자리하는 부활절연합예배가 한국교회 위기 극복에 힘을 모으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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