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사랑도 거짓말, 웃음도 거짓말’.

옛날에 김추자 라는 가수가 이런 노래를 불러 공전의 히트를 쳤는데 당국이 가사가 국민들에게 불신감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방송을 금지시킨 일이 있었다. 이런 가사가 부정적이고 퇴폐적이라고 단죄할 만큼 70년대의 한국사회가 건전하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시대에도 거짓과 거짓말이 판을 치던 사회였다. 그렇다면 3~40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의 우리 사회는 눈에 띄게 깨끗하고 건전하게 변했는가.

이완구 전 총리가 취임 70일 만에 사퇴했다. 최단명 총리로 기록된 그는 현직 총리가 부패 스캔들의 한가운데 놓인 것 자체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었지만 그의 발목을 잡은 결정적인 원인은 그의 잦은 말 바꾸기, 즉 거짓말이었다. 정치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직자의 거짓말은 정부, 즉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어서 그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이 전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된 직후 처음에는 “가까운 사이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1년동안 23번이나 만나고 두 사람의 휴대전화에 217차례의 착·발신 기록이 남을 정도로 빈번한 교류가 이뤄진 것이 확인되면서 그의 거짓말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이 총리의 사퇴 과정은 도덕성과 정직성이 결여된 공직자에 대해 국민이 어떤 심판을 내리는지를 똑똑하게 보여 준 사례다.

1년 전 세월호 참사 때도 공직자들의 무책임과 거짓, 탐욕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공적 기관과 업체의 유착이 관리감독 소홀로 이어졌고 개인의 욕심을 챙기느라 공복으로서의 책임감은 뒷전이었다. 세월호 구조 실패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청와대와 해양수산부, 해경 등 정부 기관은 뻔한 거짓말을 했다.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그들은 자기 살길만 찾았다.

이번 성완종 사태에 연루된 정권 실세들에게도 공직자로서의 최소한의 덕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도층이 갖춰야 할 도덕성이나 품위 따위는 애초 기대하기조차 어려웠다. 메모에 적힌 8명은 한결같이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발뺌하고 있다. 수시로 만났다는 증언이 나오고 수십, 수백 차례 통화 내역이 공개된 후에야 “잘 기억이 나자 않아서”라며 새로운 오리발을 내미는 것이 그들의 전형적인 행태이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거짓말에 이골이 날 지경이다. 재보궐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염려해 아무리 감추고 그럴듯한 변명으로 포장해도 이제 알건 다 안다. 거짓에 중독된 탐욕스런 지도층에 나라를 맡겨도 되는 것인지, 대통령이 과연 무사히 임기를 마칠 수 있을지, 이러다 대한민국이 침몰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혹자는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고 거꾸로 국민이 대통령과 현 정부를 걱정하는 작금의 상황이 바로 오늘의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아니겠냐고 말한다.

거짓말이 어찌 정치인들만의 전유물이겠는가. 한국교회 강단에서 난무하는 거짓말은 양심을 좀 먹고 성도들의 영혼을 갉아 먹는 행위이다. 하얀 거짓말, 빨간 거짓말로 실체적 진실을 구분하기도 하지만 거짓말은 모두 거짓말일 뿐 속이고 감추고 발뺌하는 기본적인 속성에서 차이가 없다. 예수님도 “거짓 선지자들을 삼가라. 양의 옷을 입고 오나, 속에는 노략질하는 이리라”(마7:15)며 겉과 속이 다른 교회지도자들의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과연 거짓말에서 얼마만큼 자유로운가.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