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재 범 목사
더 이상 교회는 성범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오히려 성범죄자들이 은밀하게 숨기에 더 없이 좋은 공간이 되어 버렸다. 서울 강남의 한 대형교회 목회자가 지하철역에서 여성들을 몰래 촬영하다 덜미를 잡혔는가 하면, 여신도 상습 성추행 논란으로 입에 오르내렸던 모 목사는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직자인 목사가 여성 교인들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고 지하철역에서 몰카나 찍고 있는 현실은 부끄러움을 넘어 참담함 그 자체이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의 한 대형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한 이 목회자는 서울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앞에선 여성들의 뒷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혐의로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붙잡혔다. 이 목회자의 휴대폰에는 여성 3명의 신체를 촬영한 동영상과 사진이 나왔다.

게다가 그는 교회에서 직분을 맡은 여성들을 교육하고 훈련시키는 업무 등을 한 것으로 전해져 더욱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모 교단에서는 상습 성추행을 일으킨 모 목사가 여전히 건재하다. 오히려 당당하기까지 하다. 이 목회자는 상습 성추행이 불거지자 형식적인(?) 사과를 하고 교회를 사임한 후 뻔뻔하게도 인근에 다른 교회를 창립했다. 성범죄를 일으킨 목사가 무슨 낯짝이 있어 교회를 다시 세우느냐, 그런 교회에 누가 가겠느냐 싶겠지만, 그는 빠르게 세를 불렸다. 한국교회를 이끄는 젊은 스타 목회자의 상징으로 군림했던 그는 여전히 건재하다.

교단에서도 그를 어쩌지 못했다. 전에 있던 교회에서 이 목회자를 징계해 달라고 노회 재판국에 고소했으나 노회 재판국은 차일피일 미루며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결국 총회에까지 이를 가져갔지만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빴다. 결국 이 목회자에 대한 심판은 사회법의 영역으로 옮아갔다. 그것도 이 목회자가 속한 현재의 교회가 그전에 있던 교회 교인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무더기로 고소했기 때문이다.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오히려 당당하다. 적반하장이 따로 있을 수 없다. 경찰에서는 적시 사실의 허위 여부 조사를 위해 이 목회자를 소환할 방침이어서 결국 사회법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건들은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며 대서특필되고 있다. 더불어 교회의 위신은 또 다시 땅에 떨어지고 있다. 복음전파를 사명으로 하는 모든 교회에 이 같은 일은 악영향을 미친다. 전도의 문을 가로막고 교회 전체를 범죄소굴로 인식하게 만들고 있다. 부끄럽고 답답할 따름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교회 구성원 대부분이 교회 내에서 발생되는 성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교회의 성범죄나 혹은 목회자들의 성적 타락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를 방지할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교회에서 목회자의 성범죄가 드러날 때 피해자의 편에서 문제해결에 나서는 목사나 교인들은 극히 드물다.

따라서 교회 내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목회자와 교인들의 인식이 변화되어야 한다. 또한 윤리 강령을 제정하여 건전한 성윤리 의식을 목회자들과 교인들에게 철저하게 주입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목회자 자신이 여성 성도들을 대할 때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옛날 방식으로 친근감을 보이기 위해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하는 것도 삼가야 할 것이다. 옛 풍습에 익숙한 일부 목회자들은 거리낌 없이 어린아이를 껴안거나 볼에 입을 대는 행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

이런 행위는 외국의 경우 절대 용납되지 않은 성희롱이다. 특히 성인 여성교인들에 대해서는 말할 나위가 없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해도 이성 사이의 신체 접촉을 가볍게 여기는 잘못된 사고를 버리지 않으면 교회 내에서 성범죄를 근절하기 어려울 것이다.

교회는 이제 우리 사회의 각종 범죄 예방에 초점을 둔 복음 선교 방식을 마련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단순히 교인 수를 증가시키는 방식보다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건전한 사회 조성에 교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요구되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교회는 깊이 인식해야 한다. 목회자 스스로 건전하고 올바른 성윤리 의식을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예장 성서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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