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재 범 목사
한국교회는 짧은 선교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성장과 발전을 해왔다. 이는 모두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은혜 속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한국교회의 성장이 둔화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때 5만 교회 1200만 성도를 자랑하던 교세는 반 토막이 났다. 교세만 반 토막이 난 것이 아니다. 교인들은 물론 목회자들의 신앙 열정도 차갑게 식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는 사회적 영향력을 상실하고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한국교회 전반에서 한국교회 정체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찾고자 몸부림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한국교회가 다시 한 번 과거의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냉철하게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개혁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교회가 이처럼 마이너스 성장에 신음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교회가 한국사회의 급격한 문화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중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문화 전반에 대한 인식 부족과, 세상 문화를 바라보는 교회의 왜곡된 시각은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가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초기 한국교회의 역사를 보면 기독교가 이 땅의 문화를 주도해 갔었다. 기독교가 교육을 비롯해 의료, 음악, 출판, 사회사업, 사회복지 등 문화전반에 영향력을 발휘하며 문화를 선도해 갔다. 당시 기독교는 세속문화를 선도하며 상위문화로서의 자리 매김을 분명히 했다. 기독교가 이 땅에 전래된 이후 개화기 문화에 미친 영향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선교초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 때 이 땅의 문화를 주도했던 한국교회가 지금은 세상 문화를 쫓아가는 현실에 놓여있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한국교회는 암암리에 이 땅의 문화를 선도하고 창출해 내는 문화 주도권을 빼앗기고 만 것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현실을 인정하고 자기 성찰을 통한 원인 규명을 분명히 하고 새로운 기독 문화를 창출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 한 번 문화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주도해 가야할 기독교 문화란 무엇일까? 폴 틸리히는 “종교는 문화의 실체요, 문화는 종교의 표현 양식이다”라고 했다. 이 말은 문화는 일종에 ‘종교를 담는 그릇’과 같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기독교 문화는 기독교 정신을 겉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기독교 문화는 기독교 정신과 원리가 담겨 있는 삶의 양식이며 생활 양태이다.

이와 같이 기독교 문화가 기독교 복음을 담아내는 그릇이라면 그릇 안에 들어 있는 내용, 즉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표현양식은 그릇의 모양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교회는 세상의 문화에 대해 무조건 배타적인 자세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세상 문화를 통해 기독교 문화가 추구해야 할 독특한 색깔을 찾아내야 한다. 즉 현대의 문화를 적극 활용하여 그 문화에 복음을 담아 유용한 전도의 매체로 사용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세상 문화를 선용하고 새로운 기독교 문화를 창출해 갈 때 명심해야 할 것은 그 문화 속에 반드시 복음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상실하는 순간 그 문화는 생명도 없고 복음도 없는 거짓 문화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아무튼 복음의 본질을 희석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교회는 다양한 문화의 옷을 입고 세상으로 나가 복음을 증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작금의 모든 문화 현상들을 성경적 관점에서 재조명해보고 세상 문화들의 반기독성과 해악성을 폭로하면서 더 나아가 건전한 기독교 문화를 새롭게 창출해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독문화 사역자들뿐만 아니라 이 땅의 모든 교회들이 합력하여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교회 안에서의 열린 예배, 지역봉사학교, 문화마당, 청년 뮤지컬 공연, 독거노인 돌보기 운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지역주민들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복음’을 담은 건전한 기독교문화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창출될 때 교회는 다시 생명력을 갖게 될 것이다.

예장 성서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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