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명 환 목사
5년전 동일본을 강타한 대지진으로 인해 후쿠시마 제1원전의 수소폭발과 방사능 유출 사고가 일어났다. 순식간에 2만여명의 희생자가 속출했고, 전국적으로 17만여명의 피난 생활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더욱 무서운 것은 후쿠시마 사고는 종결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제1원전의 모든 폐로 작업이 완료되기까지 최대 40년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폐로 공정의 최대 난관인 녹아내린 핵연료를 꺼내는 작업은 1호기와 2호기는 2020년부터, 3호기는 2017년부터 각각 시작될 예정이다. 한 때는 일본열도의 주요 에너지원이었던 후쿠시마 원전이 이제는 생명의 터전을 집어 삼키는 거대한 괴물이 되어 버린 셈이다.

말 그대로 하나님의 창조질서가 인간의 이기에 의해 철저하게 짓밟히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체르노빌 사고와 후쿠시마 사고 등을 통해 원자력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았음에도 여전히 맹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오히려 원자력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원자력 발전소를 줄이기보다 더욱 박차를 가했다. 자연이 주는 경고를 무시한 채 인간이 옳다고 경거망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수명을 다한 원자력을 중지시키는 결정보다 오히려 수명을 더 늘려서 사용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이는 첨예한 대립으로 국민 분열까지 야기시키고 있다. 4.13총선을 앞두고 YWCA연합회 등이 이와 관련해서 마련한 여야의 입장을 듣는 자리에서 집권당이 내놓은 원자력 발전소 계속 운전 등에 대한 대책은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인간이 하나님의 준엄한 경고를 무시할 것인지 되묻고 싶다. 제아무리 첨단시설을 갖춘 일본의 원자력 시설이라고 해도 지진에 의한 쓰나미의 도미노 현상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평소 누구보다 자신들의 놀라운 과학 실력에 자만하던 일본이 아닌가.

가뜩이나 인간의 성장에 대한 무한 욕망에 의해 지구는 시름시름 앓고 있다. 뒤늦게 몇몇 나라와 단체 등에서 지구를 살려보겠다고 노력하지만, 신흥 강국(?)의 등장으로 이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구의 환경파괴는 가속화되고 있다. 이상기온으로 인해 빙하는 계속해서 녹고 있으며, 멸종위기를 맞은 동식물들의 숫자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지구가 자정능력을 상실한 지는 이미 오래전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도 4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 이제는 여름과 겨울 2계절만 뚜렷한 나라로 변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끔찍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제 눈을 돌려 현실을 똑바로 직시해야 한다. 단지 한 나라의 부국강변을 위해 소중한 자연을 파괴하는 일을 자행하지 말아야 한다. 이 땅에 모든 족속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너나 할 것 없이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소중히 보존하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 경제적 성공가도를 달리기 위해 무분별하게 자연을 망쳤다면, 이제는 보상을 해줄 때이다. 더 이상 자연이 아파하지 않도록 인간이 나서서 반창고를 붙여줘야 한다.

온 천하에 녹색이 확산되도록 생명보존 운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작은 것 하나부터 실천에 옮게 푸르른 지구의 모습을 되찾도록 손을 맞잡고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그 중심에 한국교회가 서야 한다. 하나님의 아름다운 피조물들이 인간의 탐욕과 자본의 지배 가운데 고통당하고 신음하고 있는 것을 바라만 보지 말고,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회복하는 일은 의무이자 책임임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껏 부흥성장에만 초점을 맞춘 한국교회는 이제 침묵으로 일관했던 과오를 회개하고,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고귀한 생명의 가치가 상실되지 않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하나님이 주신 소중한 생명을 택하지 못했음을 고백하고, 우리와 우리 자손이 살고 하나님의 피조세계를 살리기 위해 생명보존에 소홀하지 말아야 한다.

인천 갈릴리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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