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계가 동성애 문제를 놓고 내부 갈등의 양상을 보이면서 소모적인 논란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동성애 문제가 또 다시 한국교회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교회협) 인권센터가 김조광수 감독을 초청해 이야기마당을 진행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단체들은 행사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부터 행사 장소인 한국기독교회관 앞에서 농성과 시위를 벌이고 기자회견을 통해 교회협의 행태를 비난했다.

게다가 반대측은 이야기마당이 개최될 예정이었던 한국기독교회관 2층 강당을 사실상 점거했다. 행사는 예정된 시간에 시작되지 못했고, 이에 맞서 주최측은 비밀스럽게 7층 예배실로 장소를 옮기면서까지 행사를 강행했다.

그럼에도 행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반대측이 7층 예배실에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대거 7층으로 몰려갔기 때문이다. 7층 행사장에 진입한 반대측은 통성기도를 드리며 행사를 방해했고, 결국 흐지부지 난장판 속에서 행사는 마무리됐다.

이번 사태는 여전히 하나 되지 못하고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현 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한국교회가 대중 및 일반 국민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자기들만의 생각에 사로잡혀 게토화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해 보인다.

△소모적인 동성애 논란
동성애 문제는 최근 수년간 한국사회와 한국교회의 뜨거운 감자였다. 2013년 부산에서 개최된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를 결사반대했던 보수 교계에서 제기했던 문제 중 하나가 ‘WCC가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이유였다.

제10차 총회 당시 동성애 문제는 회의석상에서도 논란거리였다. WCC가 공식 입장을 밝혀야 하는지를 놓고 소란이 일었다. 당시 힐라리온 대주교(러시아정교회 대회협력위원장)는 “동성 결혼이 성경적 가족관을 파괴하고 있다. 일부 교회와 국가가 동성 결혼을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비성경적 세속주의에 맞서 세계 교회가 답해야 한다. 이러한 응답이 WCC가 해야 할 중요한 임무”라고 연설했다.

그러나 힐라리온 대주교 발언에 수백여 명의 총대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블루 카드를 흔들었다. 아프리카 감리교 소속 제니퍼 목사는 “힐라리온 주교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많은 사람이 성 정체성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부당한 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교회가 약자들에게 돌을 던져서는 안 되며, 그들을 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캐나다 연합 감리교 소속 조던 목사는 “성 소수자를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이 우리 사회의 분열을 초래하고, 약자들을 주류에서 몰아내는 것이다. WCC 공식 문서에는 성 소수자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이번 기회에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종 일치 성명서에는 끝내 성소수자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동성애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동성애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나 반대 입장을 보류한 것으로 WCC가 동성애를 지지한다는 비난이 또 다시 거세게 일었다.

울라프 트베이트 WCC 총무 역시 ‘WCC의 동성애 옹호’ 주장에 대해 “WCC는 동성애 문제와 관련해 어떤 결정도 내린 적이 없다. 우리는 동성애를 지지하지도 반대하지도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동성애는 한국교회 내에서 계속해서 논란의 불씨로 남아 있었다. 기독교 정치 세력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4.13 총선에서 국회 입성을 노렸던 기독자유당 등도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을 중요한 정책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교회협이 김조광수 감독을 초청해 이야기마당을 강행하면서 한국교회는 동성애를 둘러싼 내부 갈등과 소모적인 논쟁에 직면하게 됐다.

△교회협의 무리수
김조광수 감독 초청 이야기마당이 진행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보수 교계는 물론 진보적인 인사들조차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일각에서는 교회협을 해체하라는 목소리까지 대두됐다.

교회협 인권센터의 입장은 동성결혼합법화 소송 당사자인 김조광수 감독으로부터 ‘차이’를 듣겠다는 명분이지만, 김조광수 감독이 동성애자인데다 꾸준히 퀴어영화를 제작해온 인물이어서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또한 그동안 한국교회 일원이면서 동성애 문제에 유독 침묵을 지켜왔던 교회협이 ‘동성애에 찬성하는 입장을 공식화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까지 더해졌다.

교회협 인권센터는 김조광수 감독 초청 이야기마당을 진행한 다음날인 4월 29일 소장 정진우 목사 명의로 입장문을 발표하고, 이야기마당에서 발생된 폭력적 방해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교회협은 “우리 사회와 교회의 쟁점이 되고 있는 동성애 인권 문제에 대한 복음적 응답의 길을 찾기 위해 내부 간담회로 계획되었다”며 “그러나 악의적 왜곡에 기초한 일부 반대자들은 본 센터와 교회협에 대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근거도 없고 사리에도 맞지 않는 비방을 일삼고 심지어는 이야기 마당이 진행되기로 예정된 실내를 물리력으로 점거하며 행사를 방해했다.

또한 그것도 모자라 최소한의 신변안전을 확보하고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려고 마련된 임시 장소까지 난입하여 평화적 행사를 물리력으로 방해했다. 이는 신앙적으로 참으로 야비하고 부끄러운 일일뿐 아니라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동성애 옹호 공식화(?) 의혹
그러나 이 같은 교회협 인권센터의 해명과 반박에 대해 여전히 보수 교계는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교회협이 지난해 12월 출간한 ‘우리들의 차이에 직면하다-교회 그리고 게이, 레즈비언 교인들’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책은 WCC 부총무를 지낸 앨런 브래시 아테로아 뉴질랜드 장로교회 목사가 1995년 펴냈으며, 성소수자에 대한 일방적인 견해를 밝히지 않고 진실한 논의와 열린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저자인 앨런 브래시 목사는 동성애에 대해 보고 듣지 못한 채 자랐다가 지인 중 동성애자인 친구의 삶을 접하고 성찰을 하게 됐다고 토로하면서, 동성애가 북미와 유럽, 오세아니아의 많은 교회에서 논쟁의 중요한 소재가 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또한 흔히 개신교에서는 동성관계에 대한 15군데의 성경 말씀을 인용하지만, 성서에서 성령의 인도와 예수의 가르침이 아니라 성윤리를 찾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인류 역사에서 동성애의 역사적 전모를 밝히기는 쉽지 않지만, 동성애는 어느 시대와 장소에서든 존재했다. 동성애에 대한 오해와 탄압이 줄어들고 있는 만큼 논의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교계 보수 진영에서는 지난해 이 책을 출간하고 올해 김조광수 감독을 초청해 이야기마당까지 강행하는 의도가 무엇이냐며 동성애 옹호를 공식화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대규모 반대 집회 ‘또 다시’
게다가 보수 교계는 다음달 11일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동성애를 둘러싼 한국교회의 분열과 갈등은 더욱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2016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 교단연합 국민대회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는 최근 가진 모임에서 퀴어축제를 결사반대하고 순교자적 자세로 동성애를 조장하는 세력과 끝까지 결사항전할 것을 천명했다.

준비위는 대회 당일인 6월 11일에 앞서 5월경 ‘6.11 동성애 축제 서울 시청광장 사용허가 취소’를 촉구하는 기독교계 연합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며, 5월 마지막 주를 성경적 성윤리 강조 주일, 동성애에 대한 설교 주일 등 성결 주일로 지킬 계획이다.

또한 대회 당일인 6월 11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교계 연합 기도회와 국민대회를 통해 동성애 퀴어축제를 강력히 반대할 입장이다. 아울러 연속적인 사업으로 확대해 나가 대회 이후 6월 11일부터 19일까지는 생명·가정 존중 포럼을 비롯해 동성애 관련 건강 보건 세미나, 국가인권위원회 동성애 옹호 및 문제점 세미나, 동성애 합법화 반대 글로벌 연대 조직, 어린이·청소년 성결 교육 프로그램(에이즈 예방 등) 개발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아울러 국민대회는 조용목 목사(은혜와진리교회)를 대회장으로, 준비위원장에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를, 공동 준비위원장에 김명찬 목사(한교연 총무협 회장)와 신언창 목사(한기총 총무협 회장), 구자우 목사(한장총 총무), 김창수 목사(예장합동 총무), 이흥정 목사(예장통합 사무총장), 이경욱 목사(예장대신 사무총장), 강천희 목사(기감 총무)를, 사무총장에 박종언 목사(동성애대책위원회 사무총장)를 각각 선임했다.

이밖에도 대회 본부장에 동성애 반대 단체장 및 연합기관 소속 동성애반대 위원장들을 세우고, 기획위원회를 비롯해 진행위원회, 대외협력위원회, 시설위원회, 홍보위원회, 동원위원회, 안내위원회, 질서위원회, 예전위원회, 재정위원회, 봉사위원회, 전문위원회, 법률위원회, 의료위원회 등에 각 교단 및 단체 총무들을 내정했다.

△퀴어축제 홍보만 해준 꼴(?)
준비위는 자칫 동성애 혐오로 비춰질 수 있는 우려를 불식하고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과연 이러한 목표를 이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서울광장 일대에서 퀴어문화 축제가 열렸을 당시, 꾸준히 퀴어축제 반대를 외쳐온 한국교회는 서울시청 광장 맞은편인 덕수궁 대한문 앞 등지에서 피켓 등을 들고 반대 목소리를 외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동성애 반대 집회를 두고 일각에서는 요란한 집회로 오히려 퀴어축제를 홍보만 해준 꼴(?)이라는 비판이 쇄도한 바 있다.

당시 퀴어축제에서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것 중 하나가 행사 옆에서 북을 치고 춤을 추던 반대집회의 모습이었다. 어찌나 신나게 공연을 했는지, “한국 문화로 표현된 퀴어 행사냐”고 묻는 외국인도 있었다.

또한 차이코프스키의 곡에 맞추어 진행된 발레 공연도 입방아에 올랐다. 고전주의 음악가 중 동성애자로 알려진, 러시아 출신의 차이코프스키 노래로 공연을 하면서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모순된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또 이날 반대 집회에서 등장했던 깃발 중 ‘붉은 바탕에 흰 십자가’가 그려진 깃발이 1989년에 동성 연인 결합을 제도로 인정하고, 2012년에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덴마크의 국기와 흡사해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쨌든 이러한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집회가 도리어 동성애를 홍보만 해 준 꼴(?)이 되었다고 혀를 찬 바 있다.

△게토화된 교회, 희망 없다
교계 일각에서는 김조광수 감독 초청 이야기마당과 교단 연합으로 준비되고 있는 대규모 동성애 반대 집회를 바라보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국교회가 갈등과 분열로 얼룩진 채 사분오열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동성애를 이슈화해 또 다른 갈등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일각에서는 한국교회가 정작 역량을 집중해야 할 한민족선교나 평화통일의 문제는 뒷전으로 미뤄둔 채 쓸데없는 일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남북이 한 치의 양보 없는 대치 속에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고, 이로 인해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전체가 북핵 등 긴장고조로 인해 전쟁의 소용돌이에 직면해 있는데도 이러한 민족의 평화와 공존에 대해서는 별반 관심 없이 오로지 동성애 문제 등에만 과도하게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계의 한 인사는 “국민들이 과연 동성애에 그렇게 큰 관심을 갖고 있는가. 한국교회 전체가 왜 동성애 문제에만 그렇게 혈안이 되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영향력을 상실하고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라. 게토화된 교회, 자신들만의 울타리에 갇혀 외부와는 격리된 채 그들의 관심사에만 집착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갈등과 분열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인 존경을 받기 위해서는 사회와 소통하고 국민과 함께해야 한다. 대다수 국민들의 한의 소리를 듣고 그들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관심과 배려, 한민족을 위한 선교와 정책에 교회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대안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