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명 찬 목사

올해로 광복 71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광복과 함께 시작된 분단도 71년이 되었다. 71년 전 일본제국주의 치하에서 해방되었으나 강대국들의 횡포와 우리의 죄로 인한 분단의 아픔은 오늘까지도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분단의 골은 깊어졌으며 남과 북은 각기 다른 체제 속에서 서로를 적대시한 채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그리스도인을 자처하는 우리들은 민족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해 역사적인 소명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광복 71주년을 맞았지만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허리가 두동강난 채 남북으로 갈라진 민족의 아픔은 그대로이다.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 등 강대국들은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민족의 운명을 저울질하고 있다.

남한은 사드 배치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중국의 강한 반대 속에서 혐한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북한은 끊임없는 핵개발과 미사일 실험을 강행하며 한반도를 긴장과 전쟁의 소용돌이로 내몰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민족의 앞날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남북분단을 고착화시키고 왜곡된 이념 대립에 편승했던 자세를 버려야 한다. 하나님과 민족 앞에 저지른 죄를 통렬히 회개해야 한다. 우리는 이데올로기 대립을 지양하고 용서와 화해와 일치의 모범을 보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야 한다. 절대로 증오와 대결을 부추겨서는 안 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통일은 분단 해소의 완성이며 진정한 해방의 시작이다. 평화통일을 위해 주변국들의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분단 해소의 주체는 남과 북이다. 남측이 북측에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남북간의 상호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분단 극복의 첫걸음은 남북의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다. 특히 한반도의 비핵화는 한민족을 비롯해 동북아, 나아가서는 세계평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핵무기는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파괴하고 지구상의 모든 생명을 위협한다. 북한의 핵무기는 폐기해야 하며 세계적인 수준의 비핵화로 확산되도록 남한이 적극 나서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남북한의 화해보다는 과거의 냉전적 사고에 기반을 둔 남북 대결을 부추기는 분위기가 알게 모르게 확산돼 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교회의 통일운동은 다시 한 번 전쟁 분위기의 확산을 저지하고 남북한의 평화적 공존을 위한 신학적 논리를 개발해 확산시키는 일을 최우선적인 과제로 삼아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무력의 사용이나 전쟁은 기독교 신앙의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으며, 남북한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민족의 생명을 살리고 더 나아가 통일을 이룩할 수 있는 길임을 한국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에게 인식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기독교계의 통일운동과 통일논의는 통일의 과정이 단순히 정치적인 통합을 이루어 가는 과정이 아니라, 남북한의 민중과 피조세계 전체의 생명을 지키고 보장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통일논의의 과정에서 민중과 피조물의 삶이 가장 중요한 의제 중의 하나로 부각돼야 하며, 생명을 거부하는 어떤 형태의 통일논의나 과정도 단호하게 거부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세워 놓을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사실을 전제한다면, 통일논의는 신앙을 비롯해서 경제와 문화 등 삶의 모든 영역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왜 무력이나 폭력을 거부해야 하는지. 그리고 아무리 상황이 어렵게 흘러가도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은 왜 반드시 계속돼야 하는지의 문제들에 대한 해답은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광복 71주년과 분단 71년을 맞는 오늘, 한국교회가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을 다하기를 당부한다. 한민족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향해 매진해 나갈 때 비로소 한국교회는 역사와 민족 앞에 그 책임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예장 한영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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