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바울 목사.
한국교회가 4월 16일 부활절 예배를 앞두고 분주하다.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까지 겹쳐 더욱 바쁜 모습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4월 16일은 전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한 세월호가 3년 전 차가운 바다 속으로 침몰한 날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부활절 예배는 어느 해보다도 경건하게 드려져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보여주기식’ 예배의 형식을 취해서는 안된다. 자칫 종교개혁 500주년에 함몰되어 겉으로 휘황찬란한 예배를 준비했다가는, 여론의 뭇매를 피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부활의 참의미를 되새기기보다 이벤트적인 퍼포먼스에만 집중할 경우에는 이 땅의 모든 소외된 이웃들의 비난을 면키 어렵다.

그들은 누가 부활절 메시지를 선포하고, 얼마나 많은 성도들이 참여해 예배를 드리는지는 관심이 없다. 어디까지나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이 땅에도 함께 하신다는 믿음뿐이다. 그럼에도 대형교단, 대형교회의 목회자들을 위한 예배만을 기획한다면, 이는 하나님이 보시기에도 아름답지 않은 모습이다.

따라서 이번 부활절 예배는 모두가 경건한 마음으로 이 땅의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모양새가 되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진보적 성향인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사)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등이 16일 오후 안산 화랑유원지 야외공연장에서 드리는 ‘2017년 4.16 가족과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예배’에 기대가 모아진다. 어찌 보면 이 사회가 한국교회를 향해 진심으로 요구하는 부활절 연합예배의 모습일지 모른다. 단순히 진보와 보수를 떠나 이 땅의 가장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한국교회가 보여줘야 할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보수적인 성향의 단체나 교단에서도 이번만큼은 진심으로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예배를 드리기를 소원한다.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과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혼란스러운 국정 안정 등을 위한 기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 땅의 소외되고 고난 받는 이들을 위한 기도를 드리기를 원한다. 그것이 하나님이 보시기에도 좋으시며, 이 땅의 모든 국민들이 한국교회를 향해 진심으로 원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더해 한국교회가 이왕 할 거면,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모습을 보이지 말고, 화합과 일치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현재로서는 부활절 연합예배가 각기 다른 장소에서 드려질 것으로 보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장소의 통일이 아니다. 한국교회가 하나의 염원을 가지고, 하나의 제목을 가지고, 한마음으로 기도하는 것이다. 이 나라와 민족, 소외된 이웃을 위한 통일된 기도를 드리면 된다. 마치 3.1 만세운동이 전국에서 들불처럼 일어났듯이, 한국교회의 기도운동이 부활절을 기해 전국에서 활활 타오르기를 간절히 요청한다.

이 사회로부터 신뢰를 상실하고, 위상마저 바닥으로 곤두박질한 한국교회. 어디하나 성한 곳이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이런 위기의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부활절을 거듭남의 시발점으로 삼아 진보와 보수를 떠나 오직 하나님 안에서 하나됨을 추구하고,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모습으로 변화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예장 호헌 증경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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