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선교 현실이 목사님의 인간관계, 교회와 정치적 리더십의 관계성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이를 지양해야 한다. 그러한 것을 끊어내야 한다. 그리고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교회가 교회를 개척하는 운동이야말로 이러한 정치적 목적의 선교를 지양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형제교회 운동도 이러한 연장선상에 있다.”

형제교회 운동을 펼치고 있는 정릉교회 박은호 목사는 작은교회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한국교회의 작은교회에 대한 도움과 선교 방향이 변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예장통합측에 속해 있는 박 목사는 교단이 92년부터 추진했던 만사운동(만교회 사백만성도운동)을 예로 들며, “2009년 통계를 볼 때 교회는 2500교회 늘었지만 교세는 50만명이 느는데 그쳤다. 교세의 허수까지 치면 전혀 성장 없이 교회만 늘어났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목사의 지적대로 예장통합측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박 목사는 “그때 개척했던 교회들이 십중팔구 목사가 개인적인 열정으로만 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한국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작은교회가 올바로 서기 위해서는 교회가 교회를 개척해서 교회가 수평적으로 세워져가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릉교회는 이러한 박 목사의 지론에 따라 박 목사 부임 후 과감하게 작은교회 지원체계를 수정했다. 기존에 수십교회에 10만원씩 매달 후원하던 것에서 정릉교회가 새롭게 교회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그 동안 3개의 교회를 개척했고 그 교회가 다 건강하게 섰다. 선교지에도 7개 교회를 개척해 건강하게 잘 운영되고 있다. 금년 기준으로 형제교회는 9개 교회가 됐다.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고, 내면적으로 함께 세워져 가는 교회를 지향하고 있다.

형제교회 목회자에게는 정릉교회 교역자와 똑같은 대우를 해 주고 있다. 목회자 생활비는 물론, 자녀 학비 지원, 실질적으로 필요한 사역을 지원해 준다. 봉사활동과 전도, 수련회, 부활절 찬양대 활동, 의료봉사, 이미용봉사 등을 같이 해 오고 있다.

박은호 목사는 수십교회에 10만원씩의 선교비를 주고 교회간 수직적 관계를 맺는 것은 작은교회를 세우는 일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그는 선교비를 주고 받는 교회간에 수직적 관계가 형성되고 이것이 정치적 교권다툼에 악용된다고 지적했다.

박 목사는 또 한국교회 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미자립교회’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자립교회’라는 용어 자체가 교회를 잘못된 시각으로 보는 데서 생겨났다는 것이다. 교회를 경제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큰 교회가 작은교회를 돕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타자를 위한 교회(church for others)가 아니라 함께하는 교회(church with others)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마다 수직적으로 거느리는 체계가 아니라,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함께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은호 목사는 “형제교회 목사님들과 교류하면서 배우는 부분이 많다”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순수하게 꿋꿋하게 목회하는 것을 보면 존경심까지 우러나온다. 단지 자리가 다른 것뿐이다”라고 피력했다.

현재 정릉교회와 함께하는 형제교회는 9개다. 9개 교회 모두가 예장통합측 소속이다. 박 목사는 다른 교단의 교회와도 교류를 하고 싶지만 지금은 교단 밖으로까지 여력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작은교회세우기연합의 거점교회로서 활동하면서 교단 밖에서도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박은호 목사는 정릉교회에서 8년을 목회하면서 주차장을 한 평도 늘리지 않았다. 교회의 규모에 비해 주차장이 매우 협소하지만, 박 목사는 주차장을 늘이는 일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목회의 본질, 더욱 중요한 일에 하나님의 소중한 돈이 쓰여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 목사가 형제교회를 선정하는 요건은 단순하면서도 본질적이다. 목사님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복음에 대한 헌신과 순수성, 목회에 대한 열정, 박 목사가 요건으로 생각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그는 “교회는 사도적 교회의 본질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예수님의 식탁공동체, 협력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가 충분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작은교회가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많은 교회가 있지만 교회의 본질과 정체성을 가진 교회를 더욱 많이 세워야 한다. 백향목같은 교회가 아닌 겨자씨같은 교회를 세워야 한다. 겨자초같이 어디든 뿌리를 내려서 소박하게 복음의 향기를 전하는 교회가 많아져야 한다. ceo처럼 경영하는 교회가 아니라 오로지 주님께 맡겨진 소명을 붙들고 양떼를 기르는 목양에만 집중하는 목회자와 교회를 세워가야 한다. 그럴 때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경쟁력을 회복하고, 바로 설 수 있다. 희망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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