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병 환 FC

지난 1월 중국에서는 메신저 위챗을 통해 초당 76만개의 중국 전자화폐 홍바오가 전달됐습니다. 위챗을 서비스하는 텐센트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시가총액 순위 11위에 오른 거대기업입니다. 중국 결제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알리페이를 서비스하는 알리바바도 2015년 6월 설립한 인터넷 전문은행 ‘마이뱅크’를 통해 고객 기반을 급속도로 넓혔습니다. 금융 후진국으로 인식되던 중국도 인터넷 전문은행 분야에서는 획기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지난 3일 국내 첫 인터넷 전문은행 K뱅크가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영업 첫날 가입자 수만 4만 명에 육박했습니다. 16개 시중은행의 지난 1년간 월평균 비대면 계좌개설 합산 건수인 1만 2000건을 크게 웃도는 수치입니다.

이처럼 금융소비자의 관심이 뜨거운 이유는 편의성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가입 가능하고 GS 편의점을 통해 24시간 수수료 없이 예금 인출이 가능합니다. 보안카드나 인증서 없이도 송금이 가능합니다. K뱅크는 스마트폰 내에 OTP를 내장하고 지문인증 서비스를 제공해 스마트폰만 있으면 금융거래가 가능합니다. 다만 1일 이체한도를 5억 원 이상으로 설정할 경우 실물 OTP를 발급받아야합니다. 특히 K뱅크의 퀵송금(간편송금)의 경우 상대방의 전화번호와 이름만 알면 문자메시지로 송금할 수 있습니다.

가격경쟁력도 갖췄습니다. 지점 인력 비용 등을 대폭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예금 금리를 시중은행보다 높게, 대출 금리를 더 낮게 설정돼 있습니다. 현재 정기예금은 최대 2%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으며, 대출 금리는 최저 2.73%입니다.

특히 시중은행에서는 대출이 불가능한 4~7등급의 중간 신용 등급 고객들에게 4.19%의 저금리 대출을 제공합니다. 신용정보가 부족해 신용등급을 부여받지 못했지만 상환 능력이 있는 ‘씬파일러(Thin Filer)’의 주거래은행이 되겠다는 전략입니다. 씬파일러 대부분은 사회 초년생과 대학생들입니다.

다만 자리를 잡기까지 극복해야할 과제도 많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예치금에 대한 안정성 확보입니다. K뱅크는 초기자본금 2천500억 원을 그동안 설립과정에서 상당 부분 소진했습니다. 증자가 필요하지만 은행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금산분리법 때문에 자금조달이 원활치 않습니다.

현행 은행법에 의해 대주주인 KT는 10%까지 지분을 보유할 수 있습니다. 이미 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추가 출자 한도가 얼마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에 정부에서 추가 투자가 가능하도록 금산분리법을 완화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했습니다. 하지만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한다는 정치권의 우려, 대통령 선거 일정으로 인해 국회에서 통과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처럼 1금융권에 속하는 만큼 잦은 도산으로 신뢰를 잃은 저축은행보다 안정성을 갖췄지만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에는 아직 부족합니다. 또한 이체 서비스를 매우 간소화했기 때문에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되거나 이체 사고가 날 우려도 있습니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성공할 경우 시중 은행의 일자리 또한 대규모로 축소될 것입니다.

하지만 경쟁사가 많아질수록 더 나은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소비자에겐 좋은 소식입니다. K뱅크와 곧 출범될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아 건전한 서비스 경쟁이 펼쳐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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