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신 목사

‘난세(亂世)’ 그야말로 세상이 어지럽다. 한국교회가 이처럼 혼탁한 세상을 비추는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격동기다. 광장에서 시작된 촛불 민심은 권력을 남용하던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끌어내렸다. 대통령은 구속되어 감방에 갇혔다. 5월 9일이면 대선이다. 불과 한 달 남짓 남았다. 대다수 국민들이 정의롭고 공정한 새로운 대한민국, 새로운 지도자, 새로운 민주주의를 열망하고 있다.

2014년 침몰한 세월호는 3년 만에 처참한 모습으로 인양되었다. 세월호는 단순히 3백여 명의 어린 생명들을 앗아간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총체적 부실을 드러낸 전무후무한 참사이자 국민 모두를 비탄에 잠기게 한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세월호의 진실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우선은 미수습자들을 하루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 가슴에 응어리진 한을 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교회는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말씀대로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과 요구 속에서 교회가 어디에 서 있는지 뒤돌아봐야 한다. 교회의 권위와 사회적 신뢰도는 바닥을 치고 있다. 교회 내에서 불거지는 수많은 문제들은 교회 담을 넘어 세상 사람들의 비아냥거림 대상이 되고 있다. 교회 갈등과 분규는 날로 증가하고 있고 목회자의 성추문, 재정의 불투명성, 교회세습 등이 잊을만하면 한 번씩 언론지상에 등장하고 있다.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한국교회 구성원의 하나인 본인을 비롯해서 한국교회의 내로라하는 지도자를 자처하는 목회자들, 기타 현장의 수많은 목회자들, 천만 명에 이르는 성도들 모두가 회개하고 자기 자신부터 깨끗해지고 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세상 사람들보다 의롭고 정의로우며 정직한 모습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동안 세상 사람들과 차별되는 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에 오늘날과 같은 사태에 처하게 된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교회가 사회에 희망을 줄 수 있도록 환골탈태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는 결코 희망을 줄 수 없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올해를 기점으로 한국교회가 새롭게 개혁되고 갱신되는데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여기에는 너와 나가 따로 없다. 모두가 나 자신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말로만 개혁과 갱신을 외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우후죽순으로 다양한 행사들이 준비되고 있지만 겉만 번지르르하고 알맹이가 없는 것 같아 아쉽다. 개혁과 갱신은 결코 말로 되는 일이 아니다. 뼈를 깎는 심정으로 나 자신을 바꾸고 그리스도인들이 나서 세상 사람들과 차별된 모습을 행동으로 보일 때 비로소 진정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아직도 교회에 희망이 있는가’라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여전히 한국사회의 희망이고, 또 희망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올해, 세월호 3주기와 겹치는 올해 부활절에는 이 땅의 모든 고난 받는 이들을 위해 한국교회가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장 통합피어선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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