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재 성 교수

3. 관습과 허황된 관행의 반성

종교개혁의 상징적인 사건이자, 응축된 신앙의 표현은 루터의 95개 조항에서 표출되었다. 루터가 주장했던 바는 면죄부 판매를 고치자는 것이었다. 면죄부 판매제도 자체를 폐지하자는 것도 아니었고, 면죄부을 사게 되면 연옥에 있는 사람들이 구출되어서 나온다는 교리를 부정하는 것도 아니었다. 95개 조항 속에다 루터가 기독교 신앙의 핵심조항을 다 열거하거나 재구성한 것도 아니었다. 루터는 당대의 왜곡된 관행과 익숙해진 현상들에 대해서 재점검한 촉구한 것 뿐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면죄부 제도를 활용해서 엄청나게 큰돈을 벌어들이고 있던 교황과 그에게 아첨하여 브라덴부르그 지방과 마인쯔의 대주교를 겸직하게 될 정도로 로마가톨릭의 정치꾼이 된 알브레흐트의 회개를 부르짖은 것이었다. 이들의 하수인들이 벌이는 사악한 행동들을 질타한 것이다. 이처럼 로마가톨릭의 갱신을 주장하는 루터의 심중에는 믿음으로 말미암은 칭의와 하나님의 은총이 가장 성경적으로 소중한 가르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34세가 되어가는 루터는 관습과 관행에 젖어서 죽어버린 기독교를 회생시키는 반성의 목소리를 쏟아 내놓았다. 바로 루터의 가슴에서 나온 신앙고백이었다. 그는 1516년 설교에서 알브레흐트 대주교가 발행하는 종이로 만든 증서를 비판하였다. 유럽 북부 귀족 가문에서 지속적인 권력을 축적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벌이는 타락상을 비판한다는 것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루터는 허망한 면죄부 시행의 사례들을 개선하고, 하나님의 은총에 대한 바른 태도를 요청하면서 95개 항목을 비텐베르그대학교회의 출입문에 꽂아 놓았다. 종교개혁의 상징적이자, 역사적인 사건이 되었던 이 논쟁 주제들에 대해서, 당시 로마 교회 권력자들은 도미니크 수도사 요한 테젤과 어거스틴파 수도사 루터와의 사이에 벌어지는 라이벌(경쟁적인) 다툼이었다고 치부해 버렸다. 테젤은 탁월한 설교의 은사를 받은 사람으로 호소력 있는 문구를 만들어서 면죄부 판매에 큰 재능을 발휘하였다.

여러분들이여, 이 증서를 구입하는데 한 분을 지불하지 않으시렵니까? 이것은 여러분들에게 돈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지만, 신적이며 불멸하는 영혼이 온전하고 확실하게 하늘나라로 가도록 해 주는 것입니다.
이에 정면으로 맞서는 루터는 주저없이 로마가톨릭의 최고 권력자 교황의 왜곡된 사면권을 비판했다.

<계속>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 조직신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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