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 순 임 목사

부활의 아침이 밝았다. 최순실 사태와 대통령 탄핵에 이은 조기대선,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발사 도발, 사드 배치를 둘러싼 국내외 다툼, 남북갈등, 계층갈등, 동서갈등, 세대갈등 등 혼란스러운 이 사회가 부활의 기쁨으로 어둠이 걷히기를 소망한다. 무엇보다 전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전쟁이 종식되고, 가난과 굶주림, 각종 억압과 차별의 고통이 사라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멀리 북녘 땅에도 예수그리스도의 생명의 부활이 널리 울려 퍼지기를 소원한다.

유독 어두운 기운이 가득했던 지난해였지만, 올해는 부활절을 기해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빛이 우리 사회 곳곳을 환하게 비추기를 바란다. 눌린 자와 갇힌 자, 절망한 자, 병든 자, 소외된 자에게 자유와 용기, 희망과 치유의 놀라운 역사가 일어나길 기도한다. 사망권세를 이기신 예수그리스도의 능력과 축복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깃들기를 기대한다. 부활의 아침, 개인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사라지고, ‘내’가 아닌 ‘우리’라는 의식이 확산되기를 원한다. 거짓보다 진실이 살아 숨쉬고, 불의보다 정의가 가득한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되길 염원한다.

무엇보다 부활절 아침 한국교회가 생명으로 거듭나 이 땅에 모범을 보이길 간절히 기도한다. 그동안 보여줬던 한국교회의 모습은 생동감 있는 모습이라기보다는, 색을 잃어버린 무채색과도 같았다. 초기 한국교회가 보여줬던 사랑의 종교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작금의 세상 사람들은 한국교회를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심지어 한국교회를 향해 가진자들의 종교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분열과 갈등으로 하나 되지 못한 것은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역사이자, 아픔으로 남았다. 인정하기가 쉽지 않지만 이제는 교회가 세상을 걱정하기보다,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는 지경에 처해 버렸다.

부활절 아침 한국교회가 총체적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땅의 소외된 이웃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기도를 간절히 드려야 한다. 가진 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기에 목을 맸던 과오를 인정하고, 가장 낮은 자의 심정으로 가난하고 굶주린 자들의 손을 잡아주어야 한다. 더 이상 세상적인 것에 욕심을 버리고,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각오로 오직 주님만 바라보며 세상의 소금과 빛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

더불어 하나가 되지 못하고, 여러 모양으로 갈라진 것에서 탈피해 온전히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감당하는데 전력을 쏟아야 한다. 자신들만의 주장만 내세우며 헛심공방 하지 말고, 서로 양보해 하나로 거듭나야 한다. 예수님의 부활하심에 동참하고 철저한 개혁과 갱신으로 깨어나 이 땅의 죽임을 당한 자들의 한의 소리를 들어줘야 한다.

특히 올해 부활절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4월 16일과 똑같은 날이다. 어느 부활절보다도 올해 부활절에선 이념과 갈등 등 서로 다름을 모두 벗어버리고 한국교회가 여전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미수습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유가족들의 메말라 버린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 또 더 이상 이 세상에 어른들의 욕망으로 인해 채 꽃도 펴보지 못한 어린 생명들이 죽임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나님께 울부짖으며 기도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예수그리스도의 부활에 동참하는 길이자, 한국교회가 생명으로 거듭나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요11:25~26)”

예장 열린총회 초대총회장/ 본지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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