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과 고기

밤에 눈을 뜬다
그리고 호수 위에
내려앉는다.

물고기들이
입을 열고
별을 주워먹는다.

너는 신기한 구슬
고기 배를 뚫고 나와
그 자리에 떠 있다.

별을 먹은 고기들은
영광에 취하여
구름을 보고 있다.

별이 뜨는 밤이면
밤마다 같은 자리에
내려앉는다.

밤마다 고기는 별을 주워먹지만
별은 고기 뱃속에 있지 않고
먼 하늘에 떠 있다. 

 

▲ 정 재 영 장로
지난 4월 8일 황금찬 시인께서 향년 99세로 하늘로 가셨다. 1918년 강릉 양양 출신으로, 『문예』 와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후 시력 66년 동안 『현장』(1965)을 비롯하여 39권의 시집을 펴냈다.

평론가들은 그분의 작품을 향토적 정서와 기독교 사상에 바탕을 두고 현실에 대한 지적 성찰을 담았다고 한다. 월탄문학상, 한국기독교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보관문화훈장, 대한민국예술원상 등을 받았으며, 2015년에는 시인의 이름은 딴 '황금찬 문학상'이 제정됐다.

위 작품은 그의 고향인 양양군의 낙산해변에 세운 시비에 실린 작품이다.

별은 하늘의 상징이고, 고기는 땅의 존재이다. 하늘과 땅의 양극성에 밤의 시간을 통한 시인의 신앙적 정서와 고백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분이 기독교 신앙인이라는 면에서 물고기는 인간의 은유로 사용한 것을 추론할 수 있다. 주님께서 어부의 비유를 통해 사람을 낚는 일과 물고기를 낚는 일을 연결시켜 가르친 것과 같이 하늘은 신의 영역이고 고기의 호수는 인간의 영역임이 쉽게 이해된다. 밤의 시간, 신과 인간의 교류를 고기가 별을 먹는다고 표현한다. 이 말은 기도이며 말씀에 대한 청종이다. 별의 영광은 곧 신의 영광이다. 이것은 밤마다 내려앉는 신의 끊임없는 축복임을 담고 있다. 밤은 여러 가지로 은유되고 상징된다. 고요한 순간, 타인과 단절된 고독의 시간, 현실적 어려움의 시간을 암시하기도 한다. 그런 시간이 신과의 조우의 시간임을 내포하고자 함이다.

마지막 연에서 물고기 뱃속의 별은 동시에 하늘에 있는 별이다. 수많은 별들의 무한성과 물고기 안의 유한성에서 초월성과 임재성의 기독교 신앙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창작론에서 보면 역시 이질적 요소로 구성된 요소가 하나의 융합적 이미지로 생성되는 면은 융합시학의 좋은 예시가 된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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