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이 암초에 걸렸다. 한교연과의 통합에 매진해 온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의 직무가 정지됐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김노아 목사가 이영훈 목사를 상대로 낸 '직무집행정지 등 가처분'을 일부 인용해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그의 직무집행 정지를 결정했다.

이영훈 목사의 발목을 잡은 것은 3연임이었다. 재판부는 이미 한기총 20·21대 대표회장을 지낸 이영훈 목사가 올해 또 대표회장에 입후보하여 선출된 것이 ‘대표회장의 임기를 1년으로 하되,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는 정관을 위반했다고 봤다.

이영훈 목사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어렵게 고비를 넘어온 한교연-한기총 통합이 무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영훈 목사와 한교연 정서영 대표회장은 최근 양 기관의 대통합에 합의하고 다락방 류광수 목사로 하여금 소속 개혁총회를 탈퇴하도록 함으로써 통합에 전기를 마련한 바 있다.

법원이 김노아 목사 자신을 대표회장 대행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상 지난 2011년 길자연 목사의 직무정지 때처럼 제3의 인물을 대행으로 파송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영훈 목사가 추진해 온 한교연과의 통합은 새로운 대표대행이 와서 그 뒤를 이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영훈 목사의 직무 정지에 따라 그가 대표회장 자격으로 추진해온 모든 것이 무효가 된다면 한교연과의 통합을 위한 합의도 자동 폐기처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면 한기총은 대표대행체제에서 총회를 다시 열어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해 통합작업을 다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통합작업은 당분간 미뤄질 수밖에 없다. 만에 하나 현 한기총 내부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 이단집단 인사가 새로운 대표회장으로 선출될 경우 이단에 강한 거부감을 가진 한교연과의 통합이 아예 물 건너 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교연은 지난 18일 임시총회를 열고 한기총과의 통합을 적극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한교연은 양 기관 통합의 걸림돌이었던 다락방 류광수 목사 문제가 해결된 만큼 더 이상 통합작업을 미룰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통합을 적극 추진해 온 이영훈 목사의 직무가 정지되어 다른 대표가 세워질 때까지 공백이 불가피해 진 것은 아쉽지만 기관 통합이 개인을 상대로 하는 게 아닌 만큼 누가 대표가 되든 중단없이 통합작업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한교연이 이처럼 통합에 적극성을 띄게 된 것은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온 류광수 목사 문제가 해결된 것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아무래도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한국교회가 하나되어야 한다는 명제를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교연 한기총 통합작업은 그동안 알맹이도 없이 마치 뭐엔가 쫒기듯 급하게 이루어진 측면이 없지 않다. 이영훈 목사가 법원의 불리한 판결을 예감하고 이를 피하기 위해 앞뒤 안보고 서두른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이리 재고 저리 재다간 될 일도 안 된다며 속히 결단을 내린 것까지 평가 절하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영훈 목사의 직무정지사태는 본인이 법을 위반한 잘못이 가장 크지만 그가 다시 영입한 이단인사에 의해 발목이 잡힌 만큼 한기총내에서 활동하는 이단문제 처리는 더 이상 쉬쉬하고 숨길 문제가 아니다. 이단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드러난 이상 한국교회가 이단 척결에 확실한 의지를 모은다면 한교연-한기총 통합은 한국교회 미래를 위해 보다 긍정적인 신호탄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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