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 타 선 목사

세월호 침몰 이후 1103일 만에 안산 단원고 2학년 8반 고 백승현 군의 유류품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백 군의 어머니가 연합뉴스에 제공한 사진에는 백 군의 학생증과 여행을 떠날 때 준 5만원, 1회용 안경렌즈, 지갑, 여행용 가방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3년이 지나 돌아온 유류품에 마치 아이가 돌아온 것처럼 마음이 저리다. 장미 대선으로 조금은 묻혔지만, 3년 만에 뭍으로 올라온 세월호 선체 수색으로 인해 각종 유류품들이 발견됐다는 소식은 국민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있다. 시간은 흘렀는데, 당시의 아픔은 여전히 상처로 남아 가슴을 후벼 판다.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질까. 어른들의 이기심만 아니었어도, 가족들과 함께 밝은 미래를 꿈꿨을 아이인데, 얼마나 외로웠을까. 엄마가 준 용돈을 한 푼도 쓰지 않은 아이의 마음은 어땠을까. 새로 산 신발을 친구들에게 뽐내려던 아이의 아픔은 어땠을까. 세상 그 무슨 말로도 표현 할 수 없는 슬픔이자 아픔이다.

안타까운 것은 세월호 사건이 언젠가부터 정치적인 입씨름의 도구로 전락해 버렸다는 것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가족을 파탄지경으로 몰아넣은 책임에 대해서 물어야 하는데, 진보와 보수는 이념논쟁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여전히 진실을 두고서 양측의 공방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들에겐 죽임을 당한 아이의 절규의 외침은 들리지 않는 모양새다.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와서 여야가 서로를 헐뜯으며 책임소재를 묻기보다는 인양이 된 세월호에서 미수습자 9명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세월호 인양에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인 가가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빠르게 희생자 가족들의 아픔을 덜어줄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이 나라가 희생자 가족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뒤늦은 사과와 반성일지 모른다. 이유를 불문하고 선체 수색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대선에 세월호를 이용하거나 그들의 아픔을 동정거리로 여긴다면 국민의 지도자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것은 채 꽃도 피어보지 못하고 차가운 바다에 수장당한 아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다. 어른으로써 같이 책임을 통감하지는 못할망정, 죽임을 당한 아이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지도자는 국민의 선택도 받지 못한다는 것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아니 그런 지도자는 국민들에게 필요 없는 대통령일지 모른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한국교회가 미수습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해주길 바란다. 특히 누구보다 엄마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여교역자들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그들이 따뜻한 어머니의 품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기도하자. 더 이상 이 땅에서 가족의 붕괴를 가져오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간구하자.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상처를 입은 아이들의 멍든 가슴을 치유해주고 보듬어주는 어머니의 기도를 하자.

5월 가정의 달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9명의 미수습자들이 망망대해 속 어둠 속에 갇혀있지 말고,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더 이상 아파하지 않기를 바란다. 비록 힘들겠지만 면밀하게 수색해서 단 한 구의 미수습자가 나오지 않도록 노력해주기를 바란다. 누구보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기다렸을 미수습자 가족들의 응어리가 풀어지길 소망한다. 얼룩지고 닳아 해진 희생자들의 유류품과 함께 꽁꽁 감춰져 있는 진실이 꼭 밝혀지길 기대한다. 돌아온 4월 갈릴리의 봄은 왔는가.

세계목회자선교협의회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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