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보 연 교수

인터넷을 뒤지다가 여성 노숙인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다룬 글이 눈에 띄었다. 서울역을 비롯한 용산역, 영등포역 등의 주변에서 노숙인들은 힘들여서 찾아보지 않아도 눈에 들어올 정도로 너무나 많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남성이고 여성은 눈에 띄지 않는다. 거리를 헤매는 여성 노숙인들이 없어서는 아니다. 여성 노숙인들의 아픔을 생각해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남성 노숙인 보다 여성 노숙인이 적은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2011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노숙인 실태 파악 결과를 보면, 2689명의 거리노숙인 중 201(7.5%)명이 여성이었다. 이들은 가정폭력과 가출, 그리고 정신적인 장애 등의 이류로 오늘도 거리를 헤매며,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한마디로 이들은 사회적 약자이다.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를 비롯한 일부 단체에서 실시하는 성탄절 노숙자 초청잔치에 간간히 여성 노숙인이 눈에 띄는 것을 보면, 여성 노숙인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들이 남성들과 다르게 시설을 이용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복지부가 2011년 전국 141개 노숙인 시설을 조사한 결과, 전체 시설 이용자 1만1천302명중 여성노숙인이 26.4%인 2986명이었다.

그런데 왜 서울역을 비롯한 용산역, 영등포역 등에서 여성 노숙인을 보이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노숙 생활에 따른 위험성이 남성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여성은 노숙으로 내몰릴지라도 사람들 눈에 잘 띄는 곳으로 나오기를 꺼려 한다.

여성 노숙인이 가장 많이 겪는 문제는 납성으로부터의 폭력이다. 같은 노숙인 처지에서도 일반적으로 힘이 더 센 남성이 여성에게 가해자가 되고, 여성은 피해자가 된다. 무엇보다도 이들이 겪는 것은 일반적인 폭력보다도, 성범죄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 언론사의 보내용을 여성노숙인 문제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성희롱은 다반사고 성추행은 물론. 심할 경우 성폭행 사건도 일어나며, 아이도 낳는다. 여성 노숙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며, 접근해 윤락가에 팔아넘기는 '인신매매' 사건까지 발생한다”

공감한다. 이밖에도 여성 노숙인들이 거리에서 생리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여기에다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거리는 여성 노숙인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여성 노숙인들은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그래서 여성 노숙인은 거리 노숙을 최대한 피하려고 한다. 서울역을 비롯한 용산역, 영등포역 인근 무료 급식을 이용하지만, 아무 곳에 몸을 누이진 않는다. 그들은 찜질방, PC방, 교회 철야 예배장소, 기도원, 심야에 운영되는 시장 혹은 극장 등을 전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남자들 틈에 섞여서 술잔을 주고 받는다. 그 후에 일어나는 일은 모른다.

사회복지사와 여성 상담을 주로 하는 전문가들은 여성 노숙인들이 혼자의 힘으로 일어날 수 있는 자활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것은 남성 노숙인의 자활과는 구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녀노숙인 모두에게 주거지와 일자리가 필수적이지만, 우선순위는 여성 노숙인에게 두어야 한다.

남성의 경우 일자리가 제공되면 주거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반면 여성은 주거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여성 노숙인에게 주거 문제는 자활에 있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민간사회복지단체 및 종교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이른바 '쪽방'에서 잠시라도 생활할 수 있는 여성 노숙인들은 그나마 다행인 경우다.

하지만 그 쪽방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거리로 내몰리는 게 대다수 다반사이다. 그 얼마 안되는 경비가 이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분명한 것은 여성 노숙인들도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사회적 약자이다.

굿-패밀리 대표/ 개신대 상담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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