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희 원 목사

모처럼 연휴기간 한반도 동쪽지역에서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강원도 강릉과 삼척, 경북 상주 등 세 곳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산림 140여ha가 소실되고, 민가 30여채가 불에 타 311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속수무책으로 번져 나가는 불길에 이재민들은 망연자실 하늘만 바라볼 뿐이다. 비라도 내리면 좋으련만 건조주의보가 매정하기까지 하다. 바람까지 거세 꺼진 줄로만 알았던 강릉 산불이 다시 살아나는 등 큰 피해를 막지 못했다.

이번 산불은 입산자들의 부주의에 의한 것이거나, 산 주변 논두렁 소각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소중하게 가꿔온 우리의 산이 시꺼멓게 타버렸다는데 안타까움을 숨길 수 없다. 어릴 적부터 그렇게 불조심 캠페인을 벌여왔건만, 여전히 산불 예방에 대한 인식은 많이 부족한 상태이다. 불타버린 산야를 회복시키려면 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갈지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지금보다 곱절의 노력과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다행히 산불 규모에 비해 인명피해는 크지 않다. 그러나 인명피해가 크지 않은 것은 정부의 빠른 대처도 아니고, 관계부처의 노련한 행동도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지금보다 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만큼이나 피해가 발생한 것은 정부와 관계부처의 안일한 태도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는 앞서 지진 등 천재지변의 사고에 있어 국민안전처의 느린 재난 문자 발송을 질타한 적이 있다. 느린 것을 넘어 아예 반경 몇 킬로미터를 넘어가면 문자 메시지를 보내지도 않아 국민안전처의 대응방안을 두고 이야기도 많았다. 하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거대한 화마가 점점 번져갈 때에도 재난 안전시스템은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 각종 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나 기상청 등 누구보다 앞장서서 재난 상황을 전했어야 할 기관들이 국민안전처에 재난문자 발송을 요청하지 않았다. 물론 국민안전처 역시 이들 기관의 요청이 없어 긴급문자를 발송하지 않았다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았다. 불길이 삽시간에 번지는 가운데서도 지역주민들은 어떠한 문자도 받지 못했다. 자칫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결국 국민들의 안전을 누구보다 책임져야할 기관들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 나라의 소중한 산야를 지키고,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각종 사건사고들에 책임을 가지고 감당해야할 기관들의 이러한 안일한 생각들이 화를 키운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고는 발생하기 이전 예방하는 차원과 사고가 발생한 뒤 후속조치가 중요하다. 다시 말해 국민들의 안전의식과 관계기관의 책임 있는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소홀할 경우 화마는 언제든지 다시 찾아와 소중한 우리의 산야를 태우고, 소중한 생명을 앗아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기독교국제선교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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