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에 당선돼 취임했다. 국민들과 한국교회는 기대와 바람을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과 변화의 행보는 역대 대통령들이 했던 것보다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민 80% 이상이 문 대통령의 취임 일주일의 행보를 보면서, 앞으로 국정운영을 잘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유독 한국교회의 보수적인 목회자들만, 문재인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것은 무엇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무조건 싫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문 대통령은 북한과 가깝기 때문에 기독교가 인정할 수 없는 북한에 무조건 퍼줄 것이라는 관념이 목회자들의 머릿속에 꽉 차 있다.

제국주의적이며, 식민지신학을 그대로 받아들인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 이 같은 생각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영미선교사들은 한국에 상륙해 일본식민지세력을 정당화 해주며, 정교분리를 주창했다. 한마디로 정치적인 문제는 일본이 담당하고, 도덕적, 교육적인 문제는 선교사들이 담당한다는 정교분리의 원칙을 내 놓았다.

이 정교분리원칙은 박정희 대통령이 철저하게 이용했다. 종교인들의 정치적 참여를 철저하게 막았다. 보수적인 한국교회의 목사, 선교초기부터 정교분리에 익숙해진 한국교회의 목사들은 “권력도 하나님으로부터 나온 것이니, 독재정권이라도 무조건 복종하라”고 교인들에게 외쳤다. 국민들의 의식화와 독립운동, 민족운동을 철저하게 봉쇄했던 것이다.

이러한 관념에 사로잡힌 보수적인 한국교회 목사들에게 진보적인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과 변화의 모습이 곱게 보일 리 없다. 그리고 대통령의 이름을 아무렇지 않게 부르면서, ‘빨갱이’, ‘용공’, ‘좌경’이라고 비난한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한국교회와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손발을 맞춰 나갈지가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당시 보수적인 한국교회는 수차례에 걸쳐 시청광장서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교회와 정부 간에 날선 대립각을 세웠다. 이유는 북한과 가깝다는 이유에서였다. 한마디로 목회자들의 생각을 관념이 지배한 것이다.

게다가 보수적인 한국교회와 문재인 정부 간에 풀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수년 동안 보수적인 한국교회가 반대해온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이다. 대선 과정에서 보수 교계의 표심을 의식한 문 캠프 진영은 이에 대한 접점을 만들고자 애썼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한기총과 한교연을 방문한 자리에서 ‘동성애와 동성혼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음에도, 관념에 사로잡힌 보수적인 목회자와 교인들은 믿지를 못하고 있다.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보수적인 목회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인 것이 분명한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들은 과거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하에서 “권력도 하나님으로부터 나온 것, 무조건 복종하라”고 외쳤던 인사들이다. 이들 중 일부는 불의한 정권을 위해 성직자 가운과 후드를 착용하고, 한손에는 태극기, 또 한손에는 성조기를 들고, 불의한 대통령을 향해 계엄령을 선포하라고 외친 인사들이다. 이것은 분명 관념이 한 것이다.

이밖에도 한국교회와 정부가 해결해야 할 사안은 종교인과세 문제, 종교 간의 형평성 문제, 인권법, 이슬람교도들의 할랄식품 문제, 이슬람교의 확산 저지 등등 산적해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보수적인 한국교회와 마찰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적인 목회자, 선거결과 겸허히 인정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정권 인수과정도 없이 바로 취임해 산적한 국정의 현안을 처리해 나가야 한다. 10년 만의 정권교체라는 축배를 들기도 전에 분열된 대한민국의 국론을 통합하고 아울러 적폐청산까지 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차기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동성애와 동성혼을 반대한다’고 밝힌 만큼 이러한 소신을 믿고 새롭게 선출된 대통령을 위해서 기도하고 적극 도와야 할 것이다. 혹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고 하더라도 선거결과를 겸허히 인정하고 이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혼란과 갈등 속을 겨우 헤쳐 온 지금, 한국교회가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갈등과 분열을 멈추고 국민통합과 화합을 위한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선서 행사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취임사를 낭독하며 국민 통합의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저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된 해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청산에 대한 의지도 거듭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권위를 내려놓은 모습과 낮은 경호, 소탈한 서민적 모습으로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대통령 취임선서식은 이례적으로 유연한 경호 속에 부드러운 분위기로 진행됐으며, 일반 시민이 문 대통령과 셀카를 찍을 정도로 권위와 격식을 내려놓은 모습에 환호를 보내는 국민들이 많았다.

한국교회 저변에서도 “누구를 지지했던 선거는 끝났다. 새로운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고 적극 협력해 나가자”는 여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양극화 해소, 청년 일자리 확대, 북핵과 사드로 상징되는 한반도 위기 극복, 세대 통합, 정의롭고 건전한 사회문화 형성 등 산적한 현안들을 새로운 정부가 충실히 감당할 수 있도록 짐을 나누고 힘을 보태자는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누구 지지했을까

이번 대선에서 과연 기독교인들은 어떤 후보를 가장 많이 지지했을까? 비밀투표인 관계로 누가 누구를 지지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략적인 윤곽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기독교인들 39.3%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다. 그 뒤로 안철수 후보가 25.9%, 홍준표 후보가 21.5%, 유승민 후보가 6.7%, 심상정 후보가 6.0%의 지지를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실제 득표율(41.1%)보다 다소 낮지만 가장 많은 기독교인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했다. 홍준표 후보보다 안철수 후보의 표가 많다는 조사 결과도 흥미롭다.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는 이 밖에 세부적인 것도 물었다. 자신을 보수인지, 진보인지를 묻는 질문에 기독교인 응답자들은 29.7%가 보수라고 대답했으며, 그 비슷한 비율인 29.0%가 자신을 진보라 대답했다. 자신을 중도 기독교인이라고 대답한 이들은 36.0%에 이르러 진보, 보수 기독교인보다 더 높은 수치를 보였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찬반을 묻는 질문에 개신교인들 중 74.5%는 찬성, 18.8%는 반대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면과 복권에도 66.0%의 개신교인들이 반대했고, 찬성은 26.6%였다.

이런 입장은 후보 선택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독교인 10명 중 7-8명이 ‘최순실의 국정농단’(38.6%)과 ‘박 전 대통령의 불법적 국정운영’(36.7%)을 후보 결정에 영향을 미친 요인이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또 차기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로 절반의 기독교인들(50.1%)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꼽았다. 최우선 개혁 분야로는 ‘정당과 국회’를 지목한 기독교인들(57.8%)이 가장 많았다. 사드 배치에 기독교인들 중 53.4%는 찬성했고, 31.8%는 반대했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놓고 볼 때 대다수 기독교인들은 국민들의 정서와 크게 동떨어져 있지 않다. 가장 많은 기독교인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고, 자신을 ‘보수’라 대답한 사람과 ‘진보’라고 대답한 사람이 엇비슷했으며, 오히려 ‘중도’라고 대답한 이들이 많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도 대다수가 찬성했고, 사면과 복권을 반대했다.

이는 ‘한국교회는 대체로 보수적’이라는 통념과는 배치되는 결과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교회는 보수적’이라는 일반적 인식에는 특정 목회자들이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한국교회 저변에서 활동하는 소위 정치꾼 목회자들, 일부 대형교회 목회자들 중 상당수가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들 목회자들이 주도하는 행사나 기도회 등의 활동이 전체 한국교회의 모습으로 인식되면서, 교인들의 직접적인 성향과는 상관없이 ‘보수 꼴통’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셈이다.

실제로 지난 2일 기독자유당의 ‘홍준표 지지선언 기자회견’은 교계 내에서 큰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기독자유당은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범기독교계’라는 표현을 내걸었고, 동의도 받지 않은 채 마치 함께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는 것처럼 무단으로 연합기관 등의 명의를 초청단체로 사용했다.

기자회견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한기총, 한교연,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예장대신총회 등에서 “우리 이름을 무단으로 사용했다. 우리는 특정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분명한 선을 긋고 나서며 진화에 진땀을 뺐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계가 특정후보를 지지한 것처럼 비쳐진 것을 완전히 돌이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권력 감시하고 견제하는 예언자적 역할 기대

한국교회는 과거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하며 정권 감싸기에만 급급했던 부끄러운 전력을 갖고 있다.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박근혜 정부만 하더라도 한국교회 일부 지도자들은 정부를 비호하기에 앞장섰다.

최순실이라는 비선실세가 국정을 마음껏 농락한 배경에는 최태민 목사라는 인물이 오래 전부터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한국교회는 그가 목사가 아니라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변명으로 일관하는데 급급했지만 그가 모 총회에서 안수 받은 전력이 사실로 확인되며 온갖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아울러 최태민 목사 활동 당시 내로라하는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그의 발 앞에 엎드려 그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그와 함께 활동했던 전력들이 드러나면서 비단 최태민 목사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교회 전반의 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이처럼 권력 주변을 맴돌며 권력의 충실한 시녀 노릇을 한 예는 한 둘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수많은 목회자들이 정권에 줄을 대려고 안달을 했다는 이야기도 떠돈다. 또한 군사정권 하에서는 독재자의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을 빌어주는 일들이 허다하게 일어나기도 했다.

이제는 한국교회가 이처럼 정권에 아부하고 기생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크다. 권력에 잘 보여 세속적 명예와 이득을 취하려 할 것이 아니라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예언자적 역할과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