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태 영 목사

히스기야는 남왕국 유다의 13대 왕으로 29년 동안 재임했다. 그가 말년에 중병이 들었다. 이때 아모스의 아들 이사야가 히스기야에게 나아가 병이 회복되지 않고 죽게 될 것이라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다. 낙심천만한 히스기야는 하나님께 매달려 불쌍히 여겨달라고 기도한다. 히스기야의 기도를 들으신 하나님께서는 히스기야를 보아서가 아닌 당신과 다윗을 보아서 더 살게 해주겠다고 약속하신다. 유다의 멸망을 원치 않으시는 하나님께서 그리하신 것이다. 어찌 됐든 죽을병에 걸린 사람이 다시 살게 되었으니 얼마나 기뻤겠는가!

그때 마침 바빌론이 히스기야를 문병한다며 사신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속내는 유다의 형편을 정탐하기 위해서이다. 당시 히스기야는 앗시리아에 조공을 바치는 굴욕을 당하면서, 이를 벗어나기 위해 바빌론과의 동맹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히스기야는 바빌론의 속내도 모르고,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사람처럼 궁 안의 내탕고는 물론이고 국가비밀인 무기고까지 모두 열어 보여주면서 바빌론 사신을 환대한다(왕하 20:12-13). 한 나라의 주권을 책임진 자가 이처럼 분별없이 처신했으니 어찌 좋은 임금이라 할 수 있겠는가. 당장 하나님의 진노가 떨어진다. 히스기야의 몸에서 태어날 아들 중에서 바빌론 포로로 끌려가 환관이 될 것이라고. 실제로 히스기야가 죽은 100년 뒤에 유다는 바빌론에 굴복당하고 왕족들 대부분이 포로가 되어 끌려간다.

당시 히스기야는 제 안일밖에 관심이 없었다. 신명기 신앙인은 그런 히스기야에 대해 평하기를, “자기의 목숨이 붙어 있는 동안은 평화와 안전이 계속되리라고 혼자 생각하였다.”(왕하 20:19b)고 한다. 나라의 운명이 어찌 되든, 백성이 어떤 고통을 당하든 거짓 평화일지라도 조용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고, 제 목숨만 안전하면 족했으니 그런 왕의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할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싸드 배치를 둘러싸고 벌이는 국방부 안보 담당자들과 보수 언론의 행태는 어떤가. 나라의 주권보다 미국과의 동맹을 더 중하게 여기는 이들 같아 하는 말이다. 제 나라에 해가 되는지도 모르고(물론 저들은 반대로 말하지만) 동맹을 더 중하게 여기는 이들의 생리는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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