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희 원 목사

호기심에 북한 관광에 나섰다가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은 22살의 청년 웜비어의 소식에 전 세계가 침통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 다시 한 번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이며, 위험한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소식은 남북관계의 개선여지마저 불식시키고, 한반도에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웜비어는 인터넷에서 본 웅장한 건물이 많은 신비로운 나라를 가보고 싶다는 호기심으로 북한을 찾았다가, 호텔에서 정치선전물을 떼었다는 이유로 출국 직전 평양공항에서 체포됐다. 그리고 두 달 만에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웜비어는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울먹이면서 자신을 제발 구해달라고, 살려달라고 간절히 애원했다. 그러나 북한은 웜비어에게 노동교화형 15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이에 미국은 웜비어의 석방을 위해 막후협상을 벌여 가까스로 그를 데리고 나올 수 있었지만, 이미 웜비어는 혼수상태에 빠진 뒤였다. 안타깝게도 17개월 동안 억류당했다가 풀려난 이 가엾은 청년은 고국에서 6일 만에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북한은 식중독인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린 뒤 수면제를 먹어 코마에 빠졌다고 주장했으나, 웜비어를 진단한 병원 의료진은 심각한 뇌손상을 입은 것을 이유로 북한의 고문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문제는 웜비어의 사망으로 미국이 그 책임을 북한에게 묻겠다고 강경하게 나섰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 도발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어지러운데, 이번 사태로 북미 관계는 더욱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다. 미국 내 여론마저 호의적이지 않은 상태로, 긴장감은 배가 되고 있다.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남북관계 개선의 희망마저 불꽃이 사그라진 모습이라는 점이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이번 사태에 대해 ‘북한 책임론’을 부정할 순 없다. 어디까지나 인권을 무시한 북한의 처신은 그 무엇으로도 변명될 수 없다. 하나님의 소중한 생명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점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설령 북한 말처럼 식중독이 원인이 됐다고 해도, 이미 웜비어의 자유를 억압한 부분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

다만 제재와 압력만으로 풀 수 없으며, 대화가 필요하다고 믿는다는 문 대통령의 통일기조는 변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말 그대로 제재와 압력은 북한을 마치 궁지에 몰린 쥐의 형태로 만들어, 자칫 한반도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전쟁까지 발발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강대국의 논리만 쫓으면 답이 없다. 우리 스스로 대화와 타협으로 정점을 찾아야 한다. 문제를 지적해도 우리 정부가 주도적인 입장이 되어야 한다. 거기서 남북통일은 첫 발을 떼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다시 한 번 웜비어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고, 이 땅에 두 번 다시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소망한다.

기독교국제선교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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