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보 연 교수

“아빠 하늘에서도 우리 가족하고 나 잘 지켜봐 줄 거지? / 나랑 언니가 아빠 역할 도맡아 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 아빠만큼은 못하겠지만, 엄마도 우리가 잘 책임질게. / 아빠 여기서는 너무 고생하면서 살았으니까 / 올라가서는 편하게 아프지 말고 있어! // 아빠 우리 독수리 오남매들 땜에 고생 많이 했지. / 고마운 아빠 얼굴, 목소리 꼭 기억할게. / 그리고 내가 팔 못 주물러주고 아빠 보내서 정말 미안해. / 다음에 보면 내가 팔 백만 번 주물러 드릴게요. / 아빠. 사랑해요. 진짜 많이 사랑해요.”(하늘로 보낸 편지 중)

지난 8일, 서 모씨가 아파트 외벽 도색작업을 하던 작업자들의 목숨 줄인 밧줄을 끊어 김 모씨를 숨지게 했다. 이 글은 숨진 김 씨의 둘째딸이 하늘나라에 간 아빠를 그리워하며, 쓴 <하늘나라에 보낸 편지>이다. 가슴이 찡하다. 문명이 발달하고, 욕망이 가득 찬 이웃에 의해 죽임을 당한 김 씨는 7명 가족의 가장이었으며, 가난하지만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이었다.

그날 작업을 하던 인부들은 고소공포증을 잊기 위해 음악을 크게 틀어 놓았다. 서 씨는 틀어놓은 음악소리가 시끄럽다며, 홧김에 밧줄을 끊어 김 씨가 추락해 숨지게 했다. 믿기지 않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김 씨는 칠순의 노모와 부인, 그리고 다섯 아이의 아빠이고, 7식구를 책임지는 가장이었다. 많은 식구를 부양하기 위해 임금이 높은 일만을 찾아다닐 수밖에 없었다. 아빠의 죽음을 모르는 27개월 된 김씨의 딸은 “아빠가 언제 오느냐”고 칭얼돼 주변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김씨는 5명의 아이들의 보다 나은 삶과 누구보다도 잘 키우기 위해 위험한 일을 선택했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가족이었다. 힘들지만 조금만 참고 견디면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외롭게 자란 부인은 많은 아이가 집에 태어나는 것을 선택했다.

김 씨 가족의 안타까운 소식은 인터넷 카페 모임인 <양산 웅상이야기> 게시판에서는 참변소식과 졸지에 가장을 잃은 김 씨 가족의 막막한 생계에 대한 이야기가 실렸다.

이 카페의 한 회원은 '그가 끊은 밧줄에 매달린 건 1명이 아니었다'는 글을 올렸다. 자발적인 모금운동을 제의한 것이다. 이 카페는 2만 7천 여명이 모이는 지역 대표 온라인 카페다. 지역민들이 가입하고 있는 등 회원 4만 여명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카페 '러브 양산 맘'도 김씨 유가족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자발적으로 모금활동에 들어갔다. 이 카페 운영자 박선희 씨는 "회원 대부분이 엄마, 아빠들이어서 남은 가족을 돕기 위해 모금에 자발적으로 동참했다"고 했다. 양산시시설관리공단, 양산경찰서 등도 자체 모금운동을 펼치는 등 피해가족 돕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사고가 난 아파트 주민 이모(68)씨는 "부인과 아이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힘을 냈으면 한다"면서, "하늘나라에 간 김 씨의 명복을 빌어주고 싶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뿐 아니라 주변 곳곳에서 유가족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유가족이 사는 부산에서도 모금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남 완도의 한 병원 원장은 유가족에게 연락해 현금 200만원을 보냈다. 부산진구청도 기초생활수급자인 유가족에게 300만원을 지원했다.

부산진구청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연계해 앞으로 모인 기부금을 유가족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진구청 관계자는 "고인의 유가족들이 전국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이다. 관련 문의는 부산진구청 희망복지과 전화로 해달라"고 행복한 고민을 털어 놓았다.

김 씨는 잘못된 이웃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하지만 그의 죽음을 통해 아름다운 우리사회를 보게 한다. 진정한 이웃이 누구인가를 알게 하는 아름다운 온정은, 아직 우리사회에 사랑이 메마르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 아닌가. 또한 이것은 잃은 자에 대한 초월적인 사랑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교회도 여기에 동참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표현해 본다.

굿-패밀리 대표/ 개신대 상담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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