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군함도’라는 영화가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있다. 영화 군함도의 배경이 된 하시마는 일본 나가사키현 노모반도 서쪽, 나가사키항에서 18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멀리서 보면 섬 모양이 마치 바다에 떠 있는 한 척의 군함을 닮았다고 해서 '군함도' 또는 그곳에 강제 징용된 사람들의 삶이 지옥 같았다 하여 일명 ‘지옥섬’이라고 불린다.

일제는 이곳 지하에 매장된 석탄을 캐기 위해 800여 명의 조선인을 강제로 끌고 갔다.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은 이곳에서 마치 노예와 같은 취급을 받으며 배고픔과 생명의 고비를 넘겨가며 하루 12시간 이상 노역에 시달렸다. 이중 질병, 익사, 탄광 사고 등으로 사망한 사람이 공식 확인된 사람만 122명에 달하며, 확인되지 않은 사망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일본은 이 군함도를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적지 신청을 냈고 유네스코는 이를 받아들여 2015년 7월에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이런 현실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군함도’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파야 할 비극적 역사의 진실을 알리고 그 과정에서 일제의 잔학성을 다시한번 드러내줄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막상 영화가 개봉되고 나니 조선인 강제징용의 비극적 실화보다는 탈출극에 초점을 맞춘 액션 블록버스터에 가깝다는 평이 나오면서 실망이 넘어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 영화가 일제에 의해 저질러진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일부 관객들은 이 영화가 군함도에서 일제에 의해 핍박받는 조선인의 실상을 제대로 그리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조선인을 일본인보다 더 악랄하게 그림으로써 '친일' 색채마저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런 논란은 역사에 대한 기준과 잣대가 보는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씁쓸한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 감독과 제작자측은 “일본 제국주의에 편승한 친일파의 존재는 사실이며, 역사적 청산이 이뤄질 때까지 지적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는 입장인 반면, “아무리 친일파가 나빠도 그 원인을 제공한 일제 보다 더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일본보다 친일파를 더 악랄하게 묘사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하는 것이다.

그런 논란은 이 영화에 대한 일본과 중국의 반응을 보면 참고가 될 듯하다. 일본은 이 영화 자체를 불편하게 여기고 있다. 일본의 극우 언론들은 영화 ‘군함도’가 거짓, 날조되었다는 식으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고 일본 정부도 “한·일간 재산 청구권 문제는 이미 해결된 문제”라며 이 영화가 미칠 파장을 서둘러 차단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관영매체들은 ‘군함도’를 ‘항일대작’이라고 극찬하며 영화를 중요한 비중으로 보도하면서 2차 세계 대전 독일과 일본의 태도를 비교하는 등 일본 정부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없는 태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영화 ‘군함도’는 역사적 사실에 기초하고 있으나 어디까지나 창작물에 불과하다. 작가나 감독은 이런 역사적 사실을 어떤 관점에서 가공하느냐에 따라 비판을 받기도 하고 찬사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친일파가 나쁘냐 일제가 더 나쁘냐 하는 것이 아니다. 밝은 것도 어두운 것도 모두 우리의 역사다. 그런 역사를 잊어버리는 것이 문제다. 아프고 또 드러내기 싫은 것이라도 밝히 드러내 역사의 교훈을 삼고 다시는 되풀이 하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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