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장로교 총회가 일제히 개회됐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300여개의 교단은 저마다 개혁과 갱신을 부르짖으며,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의 거듭남을 위해 전심을 다하는 모습이다. 특히 갈라지고 쪼개진 한국교회의 하나 됨을 위한 화합과 일치에 주력하고, 동성애, 종교인 과세, 차별금지법 제정, 이슬람 등 굵직한 사안을 처리하는 데에도 골몰하고 있다. 여기에 총회의 1년을 책임질 임원선거는 여전히 뜨거우며, 이단사이비 안건은 올해도 한국교회 전체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전반적으론 성총회가 예상되지만, 몇몇 곳에서는 화합과 일치 대신 분열과 갈등의 아픔을 또다시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 대통합의 기회 살리나

장로교 총회가 11일을 기점으로 한 첫째 주, 18일을 기점으로 한 둘째 주에 대부분 열리는 가운데, 모두의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에 대한 각 교단의 인준 여부다. 이미 한기연은 창립총회를 열어 오는 12월까지 모든 것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이번 가을 정기총회에서 각 교단의 한기연에 대한 인준절차를 무난하게 처리하면 그렇게 소망했던 한국교회 대통합의 단초를 놓을 수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한기총에서 앞서 임시총회를 통해 공석이었던 대표회장 자리에 엄기호 목사를 앉혔기 때문에 한기총과 한기연의 통합까지도 바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한기연에 자연스럽게 동참할 것으로 여겨지는 몇몇 교단이 반대의 입장을 내놓을 경우, 말은 달라진다. 만일 상황이 이쯤 되면 한기연은 한국교회의 대통합을 위한 키워드가 되지 못한 채, 매번 그랬듯이 한국교회의 대표성이 아닌 몇몇 교단 총회장들의 모임으로 전락될 우려가 있다. 이는 교단장협의회가 교단장회의로, 또다시 한교총으로 이름을 바꾸고 한기연에 이르기까지 매번 똑같은 래퍼토리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장로교 총회가 매우 중요하다. 어떠한 안건보다도 한국교회의 하나 됨을 위한 안건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예장 통합과 합동, 고신, 합신 등 내로라하는 교단의 총회가 열리는 18일부터 시작하는 주간에 결판이 날 공산이 크다. 한국교회 대통합을 한걸음 더 앞당길지, 아니면 다시 주저앉을지 두고 볼 일이다.

변수는 한기총 엄기호 대표회장이 통합을 위한 통합이 아닌, 한기총으로 복귀에 의한 통합을 주창하고 있기에 각 교단의 인준여부와 관계없이 한기총과의 통합에는 시일이 좀 더 걸릴 예정이다. 특히 엄 대표회장이 명칭까지 문제를 삼으며 한기총을 고집하고 있기에 한기연과 한기총의 통합은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1%의 가능성이라도 한기총에서 이탈한 교단들이 한기총으로 복귀를 하게 될 경우 상황은 급반전된다. 그렇게 될 경우 한기연은 유명무실해지고, 보수연합단체의 기틀은 다시 한기총으로 돌아갈 것으로 판단된다.

통합의 아이콘이 분열의 아이콘으로(?)

해마다 장로교 총회는 연합과 일치와 더불어 분열과 갈등의 그림자가 따라다녔다. 교단끼리의 통합이 마땅히 축하받을 일이지만, 통합이 또다른 분열을 야기한 것은 사실이다. 소위 남은 자들과 떠난 자들과의 입장차이로 인한 다툼이다. 혹자는 교단을 지킨다고 해서 수호측, 교단을 떠났다고 해서 이탈측으로 나뉘어 서로 옳음을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통합을 한 뒤 설고 입장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재차 분열이 되는 현상이다. 소위 이합집산의 모양이 곳곳서 연출되는 것이다. 그렇게 쪼개진 교단은 부끄럽게 00교단A, B, C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안타깝게도 올해 장로교 총회에서도 이러한 그림은 또 그려질 전망이다. 그것도 대통합의 아이콘이었던 교단들이 1~2년을 채 버티지 못한 채 휘청거리고 있다. 11일 총회 시작을 알린 예장 대신(구 백석)총회가 대표적 케이스다. 동 교단은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한국교회의 일반적인 상황에서 타교단과의 통합을 계속 추진한 결과 대통합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그 과정 중 예장 대신과의 통합은 교단의 명칭까지 바꿀 정도로 한국교회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벌써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그것도 자랑스럽게 바꿨던 교단 명칭이 문제가 됐다. 2년 전 백석과 통합에 반대하면서 급기야 잔류를 선택했던 대신 수호측은 대신총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의 총회결의무효 판결을 받아내면서, 대신(구 백석)측의 ‘교단 명칭 사용하지 말라’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전방위적인 압박을 해왔다. 이런 과정에서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서 교단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과 아직 항소심이 진행 중이기에 교단 명칭을 고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이미 예견된 일이기도 했지만, 양측의 입장은 쉽사리 정돈되지 않았다. 정회와 속회는 5시간에 걸쳐 끊임없이 반복됐다.

그러다가 총회 정책자문단은 △대신으로 하되 항소심에서 패소할 경우 즉시 백석으로 한다 △백석으로 한다 등 2개의 안을 놓고 표결을 진행했다. 그 결과 교단 명칭을 ‘백석’으로 환원한다는 결론이 먼저 발표됐다. 하지만 구 대신측에서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곳곳에서 의견충돌은 계속해서 일어났다.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그 와중에 구 대신측 임원들은 항소심 진행 상황 등을 보고하면서 대신 총회 명칭을 사용해야할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총대들에게 호소했다.

사태가 이쯤 되자 총회 정책자문단은 또다시 장고에 들어갔다. 이들은 2번째 회의 결과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대신 명칭을 그대로 유지한다 △승소를 위해 증경총회장들이 적극 협력 △재판에 패소할 경우 구대신은 모든 권한을 내려놓는다 △총회는 임시총회를 언제든 열 수 있도록 한다 등에 합의했음을 알렸다. 이번에는 총대들이 수긍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자칫 큰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었던 총회는 가까스로 진화가 됐다. 하지만 대신 수호측이 △‘대신’이라는 교단명칭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 △2015년 제50회 총회 결산 후 가져 간 1억 5000여 만원의 재산반환 청구 등에 대한 내용증명을 보내놓은 상황이라서, 언제든지 다툼은 예고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교단끼리의 통합은 어느 한쪽의 흡수의 모양이거나, 혹은 통합을 위한 분열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특히 외형적인 숫자에만 국한되어 무리한 통합을 추진할 경우 통합의 효과는 금방 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대신총회와는 다르게 분열의 조짐이 보이는 교단도 있다. 3개 교단의 통합을 이뤘던 A교단이다. 분열의 아이콘이었던 과거를 극복하고 통합의 아이콘으로 거듭난 지 1년 만에 재차 분열의 아이콘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다름 아닌 사무처 직원들의 밀린 임금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통합 이전에 이미 발견된 것이었다. 지난해 3개 교단 통합을 이뤄내면서 축제의 분위기도 있었지만, 반대로 과거 통합과정에서 아픔을 겪었던 일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특히 일부는 총회 이전에 각 교단의 부채를 각자 부담키로 했음에도,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후폭풍을 염려하기도 했다. 일부는 임금 포기각서를 따로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불거졌다. 당시에는 통합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넘어갔지만, 1년 만에 급기야 일이 터진 것이다.

실제로 당시 3개 교단은 통합을 하면서 △각 교단의 부채도 합동총회 이전의 부채는 각자 부담키로 한다는 통합 조항을 넣었다. 따라서 합동하기 이전의 밀린 임금 등은 현 총회에서 따로 지급할 이유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합동 이전에 각 부채는 서로 책임지기로 했기 때문이다. 자칫 통합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통합 이전으로 돌아갈 가능서도 배제하진 못한다. 물론 개인의 임금문제로 인해 교단 간 통합이 무산될 리는 만무하지만, 빠르게 해결하지 못할 경우 분명한 것은 분열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분열의 아이콘이란 오명을 얻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번 총회가 분열로 가는 지름길이 될지, 아니면 통합의 땅을 더욱 굳게 만들지는 총대들의 선택에 달렸다.

대사회적 영향력 회복 가능한가

올해 장로교 총회가 중요한 것은 심각한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를 되살릴 운명의 기로에 서있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1월 1일 시행되는 종교인 과세에 대한 만반의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목소리만 내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이제는 단순히 정부에서 세금을 내라고 하니까 낸다는 생각을 벗어나, 얼마나 슬기롭게 낼까를 생각할 때이다. 그리고 각 총대들에게 그러한 사실과 정보를 온전히 전달해야 한다. 자칫 뒷짐만 지고 있다가는, 철저히 낭패를 보게 된다.

더욱이 종교인 과세에는 과세 자체로만의 문제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세무조사가 뒤따른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성전이 철저한 경제논리의 희생양이 될 우려가 크다. 몇몇 교단에선 이중장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으며, 끝까지 저항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분명한 것은 한국교회가 대한민국 국민이면 모두가 내고 있는 세금을 회피하려는 모양새로만 보여서는 안된다. 세금은 내되, 세무조사는 피하자는 생각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안건들이 이번 총회에선 집중적으로 다뤄진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동성애 문제도 심각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8개 교단 이대위에서 각 교단에 기장 임보라 목사에 대한 이단성 판단을 요청할 정도로, 동성애 문제는 시대의 관심사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이질감이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교회 안에서는 뜨거운 감자다. 각 교단의 판단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 모르지만, 그 판단에 따라 교단 간 다툼도 불가피해 보인다. 따라서 각 교단은 무턱대고 “8개 교단 이대위에서 이단성이 있다고 했기 때문에 우리도 이단으로 본다”는 입장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교단 내부적으로 엄밀히 따져서 스스로 올바른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동성애 문제 극복을 위한 한국교회의 목소리가 분산되지 않도록, 동성애 대응을 위한 기구의 단일화를 꾀하는 입장 조율 등도 다뤄봄직 하다.

이밖에도 한국교회의 대사회적 영향력 증대를 위한 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사실 한국교회는 과거 어느 종교보다 사회적 영향력을 크게 발휘했다. 소외된 이웃을 위한 나눔과 섬김의 사역 전개는 한국교회를 사랑의 종교로 인정받게 만들었다. 그러나 작금의 한국교회는 누구보다 재물과 권력을 탐하는 종교로 비춰지고 있다. 타종교보다 선한 일을 많이 하고 있음에도 별개로 손가락질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 오죽하면 세상이 교회를 걱정한다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때문에 이번 총회에선 해마다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겠지만,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말뿐이 아닌 행동까지도 변화가 될 수 있도록 개혁과 갱신의 마음을 다잡는 총회가 되어야 한다. 단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하기 위한 안건마을 다루지 말고, 긴급동의안이라도 올려 교단별로 ‘나부터 회개합니다’란 캠페인을 전개하든지, 무릎을 꿇고 통곡의 기도를 드려야 한다. 세상적 기준에서 벗어나 하나님이 보시기에도 좋은 모습이 될 수 있도록 총대들은 각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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