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일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에 남북대화를 통한 평화를 호소해 온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대화 요청을 보란 듯이 묵살하고 핵무기 위협을 거듭함으로써 문재인 정부의 입지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런 와중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미국을 방문해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배치를 요청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는 북한의 잇단 핵 위협에 우리도 핵으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일부 강경 여론이 국내에 팽배한 시기와 맞물려 있다. 일단 미국은 한국이 현시점에서 전술핵무기를 갖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만약 북한의 핵 위협에 한국이 핵무장으로 맞설 경우 일본과 대만 등 주변국들의 핵무장 도미노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20년 전부터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계속해 왔다. 북 김정은 정권이 갑자기 돌변해 저렇게 강경하게 나오는 게 아니란 말이다. 최근 수년간 북한의 핵능력의 급격한 증대는 물론 북한에 모든 책임이 있지만 그동안 두 손 놓고 지켜보기만 한 우리 정부와 미국, 중국 등 주변국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미국은 대북 강경기조를 유지해 온 공화당의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폐기하고 “최고의 압박과 관여”로 명명된 새로운 대북정책을 제시하고 나섰다. 이에 위기를 느낀 김정은이 미국과의 유리한 협상 고지를 점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 지난 정권에서 한미간에 합의한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한중간에 갈등도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마당에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고수정책과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강력한 응징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약속이 공허하게 들 릴 수도 있다. 우리 정부가 아무리 북한의 도발을 결코 묵과하지 않고, 핵과 미사일을 반드시 포기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해도 지금으로선 북의 도발을 억제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북의 핵을 막을 수 있을까. 만일 우리가 북의 수준으로 핵무장을 한다면 우리도 가만히 앉아서 죽지 않겠다는 일종의 마음의 위안은 받을 수 있을지언정 그것이 전쟁을 억지하고 평화를 가져다준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강대강 전략이 한반도를 또다시 전쟁터로 만들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자기들 생존이 오로지 핵에 달려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전쟁이 아닌 평화적 방법으로 통일을 위해 달려온 우리까지 덩달아 핵무장론에 넘어간다면 한반도에서 평화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결국 그 끝은 남북 모두가 공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이 핵무기로 무장한다고 우리도 따라가는 방법으로는 서로 죽이고 죽는 전쟁밖에는 길이 없다. 북한은 하루속히 핵·미사일 개발 계획을 중단하고 대화의 자리로 나와야 한다. 그것만이 자신의 안전 뿐 아니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지키고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지금 시점에서 평화를 위한 대화 제의는 무기력해 보일 수 있으나 평화를 위해서는 핵무기보다 강력한 힘이 대화에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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