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태 영 목사

‘라틴어수업’으로 잔잔한 반향을 일으킨 한동일 교수는 ‘진리가 무엇인가? 를 설명하면서, ‘진리’라는 표현이 태생적으로 중세의 그리스도교적 문화에서 영향을 받아 학문하는 사람들도 많이 쓰지만, 유독 종교와 관련된 표현이 많기 때문에 ‘진리’라는 말은 불가피 종교와 함께 이해해야 하는 용어라고 한다.

그렇다면 ‘종교란 무엇인가?’ 한자 풀이로 ‘종교(宗敎)’란 ‘으뜸 되는 가르침’이지만, 한동일 교수는 종교란 마치 한 무리의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정원과 같다고 한다. 여기에는 모든 종교를 통틀어 말하는 아주 큰 정원과 각각의 종교라 할 수 있는 작은 정원들을 말하기도 한다. 정원 안에는 종과 수가 다른 식물들이 제한된 범위 안에서 함께 자란다. 하지만 큰 정원이든 작은 정원이든 정원이 지닌 특성 때문에 서로가 비슷한 식물들만이 자랄 수 있는 것처럼, 크고 작은 각각의 종교 역시 같은 생각과 가치관을 지닌 이들만이 함께 있기 마련이다. 이들은 자기들끼리 ‘진리’를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각자 자기가 뿌리 내리고 있는 정원만이 진리이고, 자기 밖의 다른 정원은 거짓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원과 달리 자연에는 잡풀과 잡목이 따로 없다. 다 제각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구성원들이다. 정원 안에서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식물들은 뽑아내야 할 잡초에 불과하지만, 자연에서는 잡초가 따로 없다. 각기 다른 식물은 ‘틀린 존재’가 아니라 ‘다른 존재’이다. 배척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할 존재이다. 한동일 교수는 각각의 종교가 그런 자연 같은 분위기가 조성될 때 비로소 진리는 진리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다. 진리를 수호한다며 시도 때도 없이 나와 다른 것만을 찾아내서 틀렸다고 정죄하고 배척하는 태도야말로 진리를 압살하는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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