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태 영 목사

 이나영 교수(중앙대/사회학)는 ‘종교가 인간을 버릴 때’라는 칼럼(경향, 17.12.11.)에서 한국교회를 실란하게 비판한다. 한국 사회에 평등과 인권 감수성을 도입하고 민주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투쟁해 온 기독교와 천주교. 엄혹하던 박정희 독재정권과 폭압적 독재정권에 맞선 이들. 1980년대 민주화과정에서 누구보다 앞장섰던 교회가 지금 어떤 모습인지 보라고 한다.

특정 집단을 저주하고, 낙인찍고, 차별을 정당화하며, 법적 죄와 도덕적 책임까지 지우는 일에 앞장서는 이들이 바로 같은 종교를 믿는 자들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고 한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두 팔 활짝 벌리던 그 장소, 경찰에 쫓기던 ‘운동권’ 학생들에게 문을 열어 주던 바로 그 자유와 해방의 장소에서, 똑같은 모자를 쓰신 분들이 여성억압을 정당화하는 사실에 분노한다고 한다. 성평등이 성소수자를 인정하는 용어라며 여성가족부에 난입해 농성을 벌이고, 차별금지법은 동성애허용법이라며 온갖 반대집회를 개최하는 이들, 아이를 낳을 수도, 안전하게 기를 수도 없는 세상에서 임신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데 앞장서는 자들이 하나님과 예수님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사실. 살아 있는 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이들은 진정 종교인인가, 세속화되고 제도화된 이익집단인가, 약자를 탄압하는 권력집단인가, 아님, 이러한 현상 자체가 더 이상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소멸될 위기에 처한 종교의 역설적 위상을 증명하는 것인가 라고 묻고 있다.

종교가 단지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위해 존재할 때, 사회적 약자들을 정죄하고 버릴 때, 살아계신 하나님은 어떻게 반응하실 것인가. 그때가 언제 올지 모르나 정의를 실천하고 ‘항상 깨어 있으라’던 하나님의 말씀은, 더불어 살아감의 가치를 깨닫고 차별을 야기하는 불평등의 축을 바로잡으며, 공공의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종교가 존재해야 함을 일깨우는 것 아닌가 라고 반문한다. 위 칼럼은 그래도 한국의 교회와 기독교인들을 향해 불의에 맞서 정의를 실천하는 데 앞장서 줄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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