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보 연 교수

구랍 23일 9시20분 KBS는 성탄특집으로 ‘천상의 엄마’를 방송했다. 카톨릭의 이야기지만 매우 감동적이었다. 부산시 암남동에 자리한 마리아수녀회는 80여명의 수녀들이 가난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희망의 공동체였다. 그녀들에게 붙여진 이름은 ‘하늘에서 온 엄마’다. 그녀들이 키운 1200여명의 아이들 때문이다.

생후 1개월이 된 아기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18살 아이까지…그 아이들은 수녀들을 ‘엄마’라 부른다. 80명의 수녀들과 1200명의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울고 웃는 일상의 이야기. 누가보아도 거룩한 종교이다. 이 땅에서 버림받은 가난한 사람들의 보호자이다. 그들의 삶의현장은 가난한 아이들이 있는 곳이다. 예수님도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현장에 계셨다. rm 곳에서 하나님나라운동을 벌이셨다. 하늘에서 온 엄마는 보육사 한명과 함께 아이 10명을 돌본다. 그러다보니 씻기고 입히고 먹이느라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 일반가정의 부모가 2-3명의 아이를 기르는데도, 쉴틈없이 바쁜 것을 생각하면, 사랑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들은 세상의 부귀와 영화를 다 버리고, 부모에 의해서 버리진 아이들의 엄마가 되기로 하나님과 약속했다. 아이들은 자신을 돌봐주는 수녀를 ‘하늘에서 온 엄마’라고 부른다. 수녀들도 ‘엄마’라는 호칭을 사랑한다.

이 수녀회의 중심에는 선교사제였던 알로이시오 신부가 있었다. 어릴 적부터 가난한 이웃을 위해 일하는 사제가 되기를 꿈꾸었던 알로이시오 신부는 미국의 풍요로운 사제 생활에 거부했다. 그리고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을 선교지로 선택했다. 그는 거리를 헤매는 전쟁고아를 보고, 이들을 돌보기로 했다. 그리고 마리아수녀회를 창설했다. 스스로 가장 처절하고 고통스러운 역사의 현장서 가난한 이들의 친구로 살았다. 고아들의 아버지가 되었다.

수녀들의 품에서 자란 아이들은 18세가 되면 수녀원을 떠나 독립해야 한다. 험한 세상으로 나가 혼자의 힘으로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 그들의 삶을 돕기 위해 수녀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반찬을 만들어 보내주고, 사랑을 전한다. 이렇게 사랑을 받은 아이들은 오랜 세월이 지난 후 하늘에서 온 엄마의 사랑을 가슴으로 깨닫는다.

보통 아이들이 그런 것처럼 사춘기가 되면 아이들은 좀 달라진다. 방 좀 치우라고 야단을 쳤더니 퉁명스러운 대꾸를 하는가하면 창틀 위에 올라앉는 위험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사춘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과 방황이 시작되는 나이, 수녀원에서 자란 아이들의 방황은 깊다.

50년전에 세워진 마리아수녀회. 수녀들의 품에서 자라 사회로 나간 아이들은 12,000명이 넘는다. 수녀들은 아이를 기르기 위해 마리아수녀회를 선택하고, 고난의 길을 걸었다. 수녀가 되겠다고 집 떠난 딸이 아이들 빨래감에 묻혀 사는 모습을 본 부모는 집에 가자고 손을 잡아 끈다. 아기를 업고 안고 다니니 수도자 망신을 시킨다고 질타도 받는다.

그럼에도. 수녀들은 오늘도 부모에 의해서 버려진 아이, 이 수녀회를 종업한 종업생들을 위해서 기도한다. 그리고 처절하고 고통스러운 현장서 힘겹게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과 역사의 현장에서 하나님나라운동을 벌였던 예수님을 생각한다. 이들은 예수님의 남눔과 섬김을 통해 실천한 사랑을 부모에 의해서 버려진 가난한 아이들과 함깨 하나님나라운동을 이 땅에서 벌이고 있는 것이다.

굿-패밀리 대표/ 개신대 상담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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