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아 목사.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제24대 대표회장 선거에 예장 성서총회 총회장 김노아 목사(세광중앙교회)가 단독으로 선다.

앞서 두 번의 도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김 목사는 조심스럽지만 이번이야말로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의 수장이 되겠다는 각오다.

김 목사의 한기총 대표회장을 향한 도전은 고갯길이 많았다.

첫 번째 도전은 기하성 여의도총회 총회장인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와의 대결이었다. 하지만 김 목사는 링 위에 올라가지도 못한 채 이영훈 목사의 당선을 지켜봐야만 했다. 본인은 아니라고 했지만, ‘은퇴 목사’라는 결격 사유(?)로 인해 후보자격이 박탈 됐다. 결국 이영훈 목사 단독으로 나선 대표회장 선거는 볼 것도 없이 결과가 정해졌다. 그렇게 첫 번째 도전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끝났다.

김 목사의 두 번째 도전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영훈 목사의 사직서 제출로 인해 이뤄지게 됐다. 법원이 김 목사가 이영훈 목사를 상대로 제기한 대표회장 직무집행정지 등 가처분(2017카합80229)에 대해 김 목사의 손을 들어줬고, 이영훈 목사는 대표회장직 사의를 표명했다. 그렇게 치러진 대표회장 선거에서 김 목사는 새로운 인물들과 대결을 펼쳐야 했다. 김 목사의 반대편에는 예장 합동총회의 신흥강자 서대천 목사와 기하성 여의도총회의 베테랑 엄기호 목사가 서 있었다. 그래도 반여의도 정세덕분에 김 목사의 우세를 점치는 총대들도 많았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었다. 3명의 후보들이 한 치의 양보 없이 맞붙고, 교계 언론사들이 치열한(?) 대리전까지 치렀으나 결과는 뻔했다. 군소교단들의 열망으로 개혁의 바람이 불지 않을까 기대감도 컸지만, 뚜껑을 열자 ‘공수표’였다. 대형교단의 완력(?), 혹은 대형교단을 향한 선망(?)은 만만치 않았다. 직무정지를 당한 전직 대표회장이 속한 교단이라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고작 4개월 임기의 대표회장 자리마저 군소교단에게는 돌아가지 않았다. 그렇게 제23대 대표회장 자리는 기하성 여의도총회 엄기호 목사에게 돌아갔다. 더욱이 김 목사는 상대적으로 젊은 피였던 서대천 목사에게도 순위를 양보해야만 했다.

두 번의 실패를 맛본 김 목사는 비록 생채기는 났지만 단단해졌다. 여전히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들이 존재하는 것도 안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실추된 위상과 영성을 회복하고, 중소교단의 권익을 보장하겠다는 대의를 위해 한눈팔지 않을 계획이다. 무엇보다 한교총과 한기연, 교회협 등 한기총보다 몇 걸음 더 앞서가는 교계 연합단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한국교회를 한기총이 매개체가 되어 하나 되게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뿐이다.

특별한 변수만 없으면 한기총 제24대 대표회장 당선이 유력한 김 목사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단순히 김 목사 개인에게 바라는 것을 넘어서, 한국교회를 위기에 빠트리는 것에서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다행히 김 목사가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켜주기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솔직히 실력을 떠나 김 목사는 우직하게 한국교회를 섬길 준비가 되어 있다. 무엇보다 중소교단들이 가슴 속 깊이 담아놓은 설움을 해소시켜줄 인물이기도 하다.

이는 김 목사의 그동안 행적과 대표회장 후보로서의 다짐만 들어도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기총 신천지 대책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는 김 목사는 누구보다 신천지 대책에 탁월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신천지로 인해 한국교회에 더 이상 피해가 없도록 신천지 이단활동을 저지하고, 신천지 해체를 위한 성경적 흑백을 전개하겠다는 끝없는 외침만 들어도 알 수 있다.

실제 김 목사는 “한기총을 반 국가세력으로 몰아가고, 한기총 해체를 요구하면서 대형집회로 선동하고 있는 신천지에 대해서 이단들의 공격을 말씀으로 차단 분쇄해 교회와 한기총을 지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기 때문에 김 목사를 신천지 대책의 최전방에 앞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여기에 도탄에 빠진 한기총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중소형 교단들의 위상 제고를 위해 ‘통합위원회’를 두고, 한기총을 이탈한 교단들을 영입하기 위해 총대들의 의지를 규합하는 데에도 전력을 쏟겠다는 그의 각오는 작금의 한기총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모든 이들에게 작지만 소망을 심어주고 있다. 그동안 대형교단의 그늘에서 아쉬움이 컸던 중소교단들이 ‘이번에는 꼭’이라고 곱씹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 역시 한 번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이기에 이번 결과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판단된다.

뿐만 아니라, 김 목사는 WCC와 동성애 반대 합법화, 종교인과세에 대한 지속적 반대 입장 등 한국교회 보수층의 목소리마저 대변하고, 120년 된 한국기독교의 대표 단체인 한기총이 자체 건물 하나도 없는 것은 부끄러운 교회사라면서 한기총 건물까지도 세우겠다고 말하고 있다. 79살이라는 비교적 많은 나이지만 호탕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밥상은 차려졌다. “열매 있는 일을 확실하게 하겠다”고 밝힌 김 목사는 총대들의 선택을 온전히 가져오는 데에만 집중하면 된다. 또 남은 일정을 얼마나 슬기롭게 소화하는가에 달렸다. 물론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가 워낙 변수도 많아서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지만, 대표회장 선거가 치러질 정기총회 당일까지 숱한 바람을 밀리거나 주저앉지 않고 잘 견뎌내면 된다. 무엇보다 다 차려진 밥상만 스스로 엎지 않으면 한기총 대표회장이라는 왕관을 쓸 수 있다. 왕관을 써야만 본인이 밝힌 대로 실추된 한국교회 위상도 세우고, 중소교단의 권익도 보호할 수 있다. 이제 위기에 처한 한기총을 살릴 구원투수가 될지, 아니면 패전투수가 될지는 김 목사 개인의 노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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