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총 제24대 대표회장 선거가 올 스톱되어 재선거로 치러지게 됐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제29회 정기총회가 법원의 ‘대표회장 선거실시 금지 가처분 인용’ 결정에 따라 정회됐다. 또 엄기호 목사의 임기가 종료되어 공석이 된 대표회장에는 공동회장 중 최고 연장자인 김창수 목사(예장보수합동)가 임시로 대행을 맡게 됐다.

당초 예장 성서총회 총회장 김노아 목사 단독 출마로 치러질 예정이었던 이날 대표회장 선거는 청교도영성훈련원 원장 전광훈 목사가 제기한 ‘대표회장 선거실시 금지 가처분’을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1민사부가 인용하면서 모두 중지됐고, 29회 정기총회 역시 개회예배 후 엄기호 목사의 인사말에 이은, 2017년도 감사 및, 결산보고 까지 진행한 뒤 대표회장 선거부터는 다음 속회총회로 넘겨졌다.

재판부는 전 목사가 소속 단체인 청교도영성훈련원 전광훈 목사에 대해 “한기총 선거관리규정 제2조 제3호에 의하면 대표회장 후보자의 자격과 관련해 ‘피선거권은 소속 교단의 추천을 받은 자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면서, “그러나 한기총 정관 제5조에 의하면 채무자의 회원은 ‘본회의 목적에 동의하는 한국기독교의 교단과 단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6조에 의하면 한기총 회원은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한기총 대표회장 선출 경위 및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한기총 소속 교단만이 대표회장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표회장 선거가 무산되어 일찍 정회가 될 것이라는 추측과 달리, 이날 정기총회는 엄기호 목사의 임기가 종료됨에 따른 대표회장 임시 대행을 누구를 세우냐를 두고서 의견이 엇갈려 긴 시간이 흘렀다.

법대로 하자는 의견과 엄기호 목사가 4개월 밖에 안했으니 계속 맡아서 하게 하자는 의견, 대표회장이 단독으로 세우지 말고 임원회를 통해서 세우자는 의견 등이 맞섰다. 그 중에서도 임원회를 통해서 하자는 안과 정관대로 하자는 안이 맞붙었다.

이들은 한기총 정관 제20조 다항의 공동회장의 임무와 관련 “대표회장 유고시에 대표회장이 지명한 공동회장이 이를 대리한다. 단, 지명하지 아니하였을 때는 연령순으로 대행한다”는 부분을 두고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임원회를 거치자는 총대는 대표회장이 ‘유고시’가 아니기 때문에 지명할 수 없다는 논리로 맞섰고, 정관대로 하자는 안은 지명하지 않았을 때 공동회장 중 ‘연령순’으로 하자는 논리로 물러서지 않았다.
양측은 물러섬 없이 격론을 벌인 끝에 241명의 총대 중 186명 찬성으로 ‘연령순으로 한다’는 정관에 따라 김창수 목사를 대행으로 세웠다.

임시 의장을 맡은 김창수 목사는 “어려운 순간 맡게 됐다. 여러 총대들이 한기총에 잘 협조해 주길 바란다”며 간단한 소감을 밝힌 뒤, “선관위를 구성하는 등 모든 것을 위임한 뒤 정회하자”는 총대들의 의견대로 정회를 선언했다.

아울러 이날 총회에서는 법원이 대표회장 선거실시 금지 가처분을 인용함에 따라 올스톱한 제24대 대표회장 선거와 관련 선관위원장 최성규 목사와 선관위원들이 사과하고 총 사퇴하라는 주장도 불거져 나왔다.

이에 선관위원장 최성규 목사는 “사과하라고 하는데 전체 동의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신 선관위의 그동안의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선관위의 회의록에 모든 결과가 다 들어 있으며, 사과와 함께 사퇴에 대한 입장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질적인 ‘사과’라는 총대들에게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최 목사는 대표회장 선거가 중지된 사실에 대한 책임 있는 사과보다는 “법무법인 로고스가 한기총을 상대로 대표회장 선거를 금지해달라는 수임을 맡았다”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서운함을 표하기도 했다.

그렇게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던 문제는 선관위가 재구성되어 명단이 공개되면서 재점화됐다.

선관위원장에 공분을 샀던 최성규 목사가 다시 올랐기 때문이다. 새롭게 구성된 선관위원회 조직은 선관위원장에 최성규 목사, 부위원장에 정학채 목사, 서기에 이병순 목사, 위원으로는 이건호 목사, 조갑문 목사, 김상진 목사, 안이영 목사, 김우제 장로, 김명식 목사 등 9명으로 알려졌다. 정학채 목사와 조갑문 목사, 김상진 목사, 안이영 목사, 김명식 목사 등이 새롭게 선관위원으로 세워졌고, 이태희 목사와 황덕광 목사, 조경삼 목사, 김정환 목사 등은 탈락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표회장 재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선관위의 위원장이 총대들의 사과 요청에도 묵묵부답하다가, 다시 위원장의 직을 맡은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과를 하고 사퇴를 했어도 모자랄 판에, 선관위원장을 고사하지 않고 재차 맡은데 “이건 아닌데…”라는 반응이다. 일부는 “한기총 선관위를 맡을 인물이 이렇게 없었나”하며, 회한의 마음을 표하기도 하고 있다.

선관위의 마이웨이

그럼에도 선관위원회는 7일 오후 1시 30분 제24대 대표회장 선거 무제한 공개토론회를 열고, 모든 의혹에 대해 소상히 밝히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자 무제한 공개토론회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3인의 후보들 중 엄기호 목사만이 얼굴을 내비쳤다. 엄 목사도 무색했는지 “여의도로부터 완벽한 서류를 받았다”는 간단한 신상 발언만 한 뒤 급하게 단상에서 내려왔다.

▲ 한기총 선관위원장에 최성규 목사가 재선임된 가운데, 무제한 공개토론회에 엄기호 목사만 단독으로 등단해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3명의 후보들이 모두 참석하지 않아 이미 의미가 퇴색된 자리였지만, 공개토론회는 중단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후 공개토론회는 선관위원장인 최성규 목사의 억울함(?)에 대한 성토의 자리에 불과 했다.

최 목사는 앞서 전광훈 목사가 제기한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실시 금지 가처분 인용과 관련해서 법원의 판단이 이상하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관 이하 선거관리규정 등은 살피지 않고, 판단을 해서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한기총이 피해를 봤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면서 사전에 개인이 배포한 한기총 정관 등이 담긴 자료를 토대로 한기총 정관 제2장 회원 제6조(회원의 권리)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는 회원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과 운영세칙 제1장 회원 제3조(회원권 제한과 제명 및 탈퇴) 1항 중 ‘3년간 (회비)미납하면 회원권을 상실한다’는 조항을 들어 청교도영성훈련원이 회비를 미납했기에 회원 자격이 없음을 은연중에 내비쳤다. 덧붙여 선거관리규정 제12조(부칙) 1항의 ‘본 규정에 명기되지 않는 사항은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의로 시행한다’는 조항을 내세워 선거 과정 속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거듭 밝혔다.

하지만 기자들의 시선은 달랐다. 최 목사가 빨간 줄까지 그어가면서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한 부분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밝힌 모 기자는 최 목사가 “정기총회 현장에서 회의록에 사과와 사퇴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는 내용이 회의록에 들어있지 않다고 압박했다. 또 후보 등록 서류도 명시된 8개를 제외한 것은 불법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최 목사는 말을 달리했다. 모든 것을 직무대행에게 맡기고 정회가 됐기에 문제가 될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면서 선관위원장 사퇴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사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표회장 선거실시 금지 가처분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대해선 “이의신청을 하거나 항소를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말 그대로 전 목사와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하지만 어찌됐든 한기총 사태를 가져온 장본인이나 다름없는 최 목사가 사과 대신 자신의 잘못을 회피하기 위한 노력에만 심혈(?)을 기울인 점에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가 계속해서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되어 진정 한기총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최 목사가 깨달아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선관위원장 직무정지 가처분

이런 가운데 청교도영성훈련원 원장 전광훈 목사가 임시 대표회장 김창수 목사와 선거관리위원장에 재차 오른 최성규 목사의 직무를 정지해달라는 ‘임시대표회장 등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서에 따르면 전 목사는 “한기총의 임원, 실행위원, 총회 대의원으로서 한기총의 제24대 대표회장 선거를 무산시킨 장본인들이 재선거를 주관하는 것은 한기총의 정관에 명백하게 위반되고, 신뢰와 공평과 정의의 원칙상으로도 맞지 않는다”면서, 한기총의 제24대 대표회장 선거가 정상적으로 법과 원칙에 입각해 공명정대하게 치러져야 한다고 사료되어 부득이하게 사건 신청에 이르게 됐음을 밝혔다.

먼저 김창수 목사와 관련해선 “엄기호 대표회장의 임기가 1월 30일 총회로 만료되었다고 하더라도 민법 제691조를 유추해 구 대표회장으로 하여금 법인의 업무를 수행케 함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지를 고려하지 않고, 엄기호 대표회장이 사고나 질병이나 장기 해외 체류 등의 사정이 전혀 없으므로 한기총의 총회에서 김창수 목사를 연장자라고 해 임시 대표회장으로 지명했다고 하더라도 자치법규인 한기총의 정관의 해석상 대표회장 유고시라고 볼 수가 없으므로 한기총 정관의 규정에 명백하게 위반해 불법으로 임시 대표회장으로 지명된 것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특히 전 목사는 최 목사에 대해 “한기총 정관 제19조(임원의 선출과 임기) 1의 나항에 의하면 ‘대표회장의 임기는 1년, 1회에 한하여 연임할 수 있다’라는 규정을 선거관리위원장 임의로 종전 대표회장으로 선출되었던 자는 정관상 연임제한금지에 해당되므로 후보자 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기자회견으로 밝혀 정관의 규정에 명백하게 위반되는 불법 유권해석을 해 일부 출마자의 후보자 등록을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선거관리규정에도 없는 신원조회증명서를 후보자 등록서류로 요구했고, 후보자로 등록한 채권자에 대해 한기총 정관상 소속 단체인 청교도영성훈련원의 대표로 등록한 것인데, 소속교단의 추천서가 없다고 하는 이유로 정관의 규정에 반하여 후보자 등록 박탈 결정을 했고, 이에 불복해 채권자가 청교도영성훈련원에 선거실시금지가처분 신청을 하게 해 인용되게 한 근본 원인을 제공했던 것”이라고 첨언했다.

무엇보다 최 목사를 “선거관리위원장으로서 선거파행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해 한기총의 제24대 대표회장 선거가 무산되게 한 책임의 당사자로서 대표회장 선거를 다시 치르게 해 한기총과 한기총 소속 대의원들에게 엄청난 재산상, 정신상, 피해를 초래했던 장본인”이라고 지적하고, “또다시 무산된 재선거를 주관할 선관위원장으로 그 직무를 수행한다고 하는 것은 공정하고 엄격하고 투명하게 선거관리를 책임지고 주관해야 할 선관위원장의 중대한 직책과 사명에 분명하게 반하고 신뢰와 공평과 정의의 원칙상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아울러 전 목사는 “최성규 목사가 원하는 대표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불법적이고 부적절한 처신으로 대외적으로 신뢰와 명예에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며, “한기총 또한 보수 정통개혁 기독교 교단과 단체의 대표적인 단체로서의 위상을 현저하게 전락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김창수 임시 대표회장에 의해 선관위원장으로 임명되었다고 하더라도 선거파행의 장본인으로서 이를 완곡하게 거절하고, 더 나은 분이 공명하고 정대하게 대표회장 선거를 주관하도록 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였어야 함에도 또 다시 선관위원장으로서 불법을 자행해 자신의 입맛에 맞는 대표회장을 선출하려고 획책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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