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의 결과를 브리핑 중인 최성규 선관위원장(가운데)과 위원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제24대 대표회장 선거가 갈수록 가관이다. 청교도영성훈련원 대표 전광훈 목사의 대표회장 후보 접수 거절에 대해 법원이 ‘선거금지 가처분’을 내림에 따라 한차례 홍역을 치른 한기총 제24대 대표회장 선거가 선관위 무능과 독선, 그리고 아집으로 인해 점점 수렁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법원의 가처분으로 인해 공정한 선거를 바랐던 모든 이들은 오히려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질 우려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특히 이유야 어찌됐든 선거금지 사태를 불러온 당사자인 최성규 목사가 진정성 있는 사과 없이 재차 선거관리위원장으로 재선임된 것도 모자라, 이미 후보가 아니라고 선관위 스스로 탈락시킨 후보까지 링 위에 다시 올리자 분개하고 있다.

그럼에도 선관위는 예정된 선거일정을 그들만의 방식대로 진척시키고 있다. 선관위는 12일 오후 5시 등록을 마친 대표회장 후보들의 기호추첨을 갖기로 했다. 회의실에는 ‘제24대 대표회장 후보자 기호추첨’이라는 내용과 ‘12일 오후 5시’라는 시간이 적시된 대형플랜이 내걸렸다. 교계의 이슈인 만큼 교계 기자들도 대표회장 후보의 면면을 보려고 대기했다. 하지만 약속된 5시가 넘어도 대표회장 기호추첨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선거관리위원장인 최성규 목사가 교단 행사 참석 때문에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장에는 정작 후보로 등록한 김노아 목사와 엄기호 목사도 등장하지 않았다. 다시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했어야 했음에도, 교단행사 때문에 모두를 헛걸음하게 했다. 결국 한기총 최충하 사무총장이 선관위원장의 늦는 연유에 대해 기자들에게 공지하는 한편, 늦더라도 결과를 보도 자료로 내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보도 자료는 나오지 않았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당초 5시 정각에 현장에 있었던 교계 기자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양 후보측 관계자까지 모두 떠난 뒤 뒤늦게 온 선관위원장에 의해 회의가 진행되어 그 결과에 대한 브리핑이 남아 있던 기자들과 늦게 온 기자들에게 행해졌다. 그렇게 발표된 것이 기호 1번 김노아 목사와 기호 2번 엄기호 목사를 후보로 제24대 대표회장 선거가 치러진다는 내용이었다.

선관위의 마이웨이에 후보등록을 하지 않은 전광훈 목사측은 ‘선거금지 가처분’을 초래한 최성규 선관위원장이 그대로 있는 한 후보로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앞서 한기총 재선거를 가져온 장본인이나 다름없는 최성규 목사와 최 목사를 선관위원장으로 재임명한 임시 대표회장 김창수 목사에 대해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제기했고, 지금도 몇 건의 고발상태로 있는 자가 위원장으로 있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김창수 목사와 야합해 불법선거를 자행하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거듭 진정성 있는 사과와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실제 전 목사는 ‘△선거중지가처분에 따라 후임 대표회장이 세워지지 않았는바 민법에 의거 후임이 세워질 때까지 직전 대표회장이 대표권을 행사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연장자를 임시대표회장을 세운 것은 불법이고 △이러한 불법자에 의해 선임된 선관위장 역시 불법인바 두 사람에 대한 직무를 정지시켜 달라’는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한 상태다.

따라서 전 목사는 납부만 하면 후보 등록이 돼 선거전에 참여할 수 있음에도 후보등록비 5천만원과 발전기금 1억원을 납부하지 않았다.

이 건은 선관위 발표에 의하면 3월 7일 1차 심리가 예정돼 있다. 선관위가 27일로 대표회장 선거일정을 정했기 때문에, 3월 7일이면 최성규 선관위원장에 대한 직무가 모두 끝난 상태로 사실상 가처분은 기각이나 다름없다.

물론 완전기각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불법 선관위장에 의해 치러진 선거에 의해 당선된 대표회장(김노아 후보든, 엄기호 후보든)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으로의 신청취지 변경 및 ‘선거무효’ 내지는 ‘당선무효 소송’이 본안으로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사태는 지난해 4개월짜리 대표회장을 선출시킨 전철을 그대로 밟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누가 당선되든, 소송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마이웨이만 고집하며 선거를 진행시키려는 선관위의 행태는 무능 아니면 독선, 아니면 무능과 독선의 총체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태가 이럼에도 최성규 선관위원장은 “법원의 가처분 인용에 따라 한기총 정관 6조에 의거 당초 3명의 후보를 모두 인정하기로 했으나, 전광훈 목사가 끝내 등록을 안 해 기호 1번 김노아 후보, 기호 2번 엄기호 후보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최초 등록 접수했다가 탈락한 전광훈 목사와 엄기호 목사 두 후보에 대해 등록비 및 발전기금을 12일 오후 5시까지 다시 납부하는 경우에 한해 서류 접수 없이 후보자격을 부여키로 했는데, 엄 목사는 돌려받은 금액을 재납부한 반면 전 목사는 납부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기호추첨에 있어서도 별도의 추첨 없이 이미 등록한 김노아 후보가 1번이며, 추가 등록한 엄기호 후보가 자동으로 2번이 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전 목사뿐 아니라, 또 다른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한기총의 앞날이 다시 법정다툼으로 번질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김노아 목사측이 엄기호 목사의 후보인정과 등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기총과 선거관리위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를 제기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혀, 한기총 제24대 대표회장 선거는 점점 안개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 목사측은 한마디로 김노아 목사가 단독 후보로 결정된 상태에서, 법원으로부터 자신의 피선거권이 있음을 확인 받은 전광훈 목사에 대한 하자 치유가 이뤄지는 것은 맞지만, 그것을 빌미로 피선거권 없음이 이미 확정된 엄기호 목사에게까지 후보자격을 준다는 것은 또 다른 불법을 자행하는 것이다. 때문에 선관위가 전 목사는 차지하고서라도 엄 목사까지 후보로 올린 것은 무리한 판단이라는 것이다.

김노아 목사 후보 선거본부장 김인기 목사는 “긴 말 하고 싶지 않다. 뒷일을 감당할 자신 있으면 선관위 마음대로 하라”는 말로 선관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분위기상 선거 이후 이영훈 목사 때처럼 대표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과 ‘당선무효 소송’이 본안으로 제기돼 또 한기총이 소송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대표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잡음이 계속해서 일자 일부 대의원들은 한기총이 해체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자조 섞인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증경 대표회장들까지 움직이게 했다. 최성규 목사와 박종순 목사를 제외한 생존하는 한기총 증경 대표회장들은 지난 9일 △최성규 선관위장이 물러나고 현 선관위가 해체하는 한편 △전광훈 목사는 즉시 고소고발 및 가처분 신청을 취하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공동합의문’을 작성해 양측의 합의를 이끌려 했다. 하지만 합의문에 사인을 요청받은 최성규 목사가 이를 공문으로 제출하라며 사실상 거부함에 따라 해프닝으로 끌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목적이야 어찌됐든 작금의 한기총을 바라보는 모두의 마음은 더 이상 한기총이 법정 다툼이 아닌 슬기로운 방법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는 점이다. 이제 공은 최성규 목사 본인에게 넘어갔다. 한기총을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본인의 마음에 달렸기에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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