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인 찬 목사

지난 해 10월 말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주일을 넘기고는 수년 동안 화두가 되고, 한국교회개혁의 열망을 담았던 목소리는 기념주일을 기점으로 올림픽 성화가 꺼지듯 그 열기(熱氣)가 한 순간에 꺼진 듯 한 형국이다. 그럼에도 한국교회는 여전히 심각한 문제들에 부딪혀있다.

각 교단들의 돈 선거현상은 세상의 윤리수준에 미치지 못하여 출마자들의 겁 없는 돈 뿌림도 분노할 두려운 일이지만 총대들의 돈 요구도 시대에 한 참 뒤떨어진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고, 제어할 능력을 가지지 못한 한심한 상태에 있다. 이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성직을 가진 목사나 장로들로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두려운 일인데도 불신앙적 구태, 작태를 버리지 못하고 크게 번민도 없어 보인다. 세상은 물론 교회들에게도 부끄럽도록 경찰서와 법정에 들락거리고, 투표부정에 대한 소문들로 지면을 채우는 것을 볼 때 그리스도인으로서, 성직자의 한사람으로서 염치없고, 한없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이것이 종교개혁 500주년을 그토록 요란하게 넘긴 한국교회 자화상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의 잔치를 파한 지금 ‘한국교회에 희망이 있는가?’라는 생각으로 시름이 깊어지는 것은 성격 탓인가.

작년 가을 노회 때에 전 국민과 한국교회를 욕 먹이며 공분케 하는 반개혁적인 일이 예장 통합측 동남노회에서 일어났다. 명성교회의 담임목사청빙에 관하여 총회(예장 통합) 법에 반하는 불법청빙을 결의한 일이다.

이 일을 보면서 역설적으로 ‘하나님이 한국교회를 개혁하기 위해 강하게 역사 하시는 것이 아닌가?’하는 마음이 뇌리(腦裏)를 채운다.

이제 한국교회는 한계점에 와 있다. 지금 바로 서지 못하면 하나님의 두려운 만지심은 물론이고, 사회 앞에 어떤 비하(卑下)가 일어날지 알 수 없다. 한국교회 갱신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하여 부정하는 이가 없으나 무엇이 어떻게 갱신되어야 하는가이다.

요한계시록 2:1-7은 에베소교회를 향한 주님의 칭찬과 책망이 함께 하고 있다. 에베소는 그 당시 ‘아시아의 관문’이라고 부를 만큼 소아시아 지방의 가장 큰 도시였다. 아시아에서 오는 모든 배들은 에베소 항구를 거쳐서야 로마로 갈 수가 있었을 정도였다.

에베소교회가 주님으로부터 들은 칭찬은 신앙적인 행위와 충성의 수고와 인내의 믿음이었고, 악한 자와 이단들을 결코 용납하지 않고, 믿음의 순결을 지킨 것이었다. 책망을 받은 것은 처음 사랑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주님을 위해 열심과 순결한 삶과 헌신적인 충성, 인내의 믿음은 대단했으나 그 속 중심에서는 주님에 대한 사랑이 식어져 갔다. 주님께서는 처음 사랑을 어디서 잃었는가를 생각하고, 회개하여 처음 행위를 가지라고 하신다.

처음 행위란 주님을 처음 영접했을 때의 뜨거운 사랑을 일컬음이다.

많은 부부들이 결혼생활의 여정 속에서 그 관계가 점점 무덤덤해져간다. 결혼하기 전, 연애 시절에는 온통 사랑의 빛으로 가득했었다. 만날 때마다 연인들은 머리도 새로 하고, 옷도 이것저것 입어보고, 연인을 위해 온갖 것으로 신경을 쓴다.

남자들은 공연히 돈 있는 척하며 비싼 선물, 비싼 음식을 사주고는 행복해 한다. 결혼의 연한이 더하면서 많은 여인들이 남편과 가족 앞에서 옷과 매무새에 신경이 무뎌간다. 흐트러진 머리와 씻지 않은 모습으로 아무렇게나 남편을 맞이한다. 그 때쯤 되면 남편들도 때로 아내의 생일도 잊고, 그 많던 선물도 남 이야기처럼 잊어버린 채로 무덤덤해져 간다.

이런 현상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우리가 처음 사랑과 설렘이 식었다’이다.

서로 사랑의 설렘이 있을 때는 단칸방에서 한 가지 음식만으로도 행복했었다. 남에게 별로 잘나 보이지 않는 남편이나 아내가 잘나 보이고, 그렇게 여겼다. 문제는 처음 사랑을 잃어버린데 있다.

우리가 처음 은혜 받고 얼마나 감격했던가? 찬송을 부르며 울고 웃었다. 밤을 새우며 기도를 드려도 늘 부족하기만 했다. 말씀을 들을 때마다 은혜가 되어 부흥회다, 기도원이다 말씀을 사모하여 얼마나 쫓아다녔던가. 주일에 아침도 거르고, 점심을 굶으면서도 교사와 찬양대, 기관봉사 등등이 좋아 교회를 떠나지 못했었다. 오늘도 그러한가. 문제는 주님에 향한 처음 사랑을 잃었다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주의 말씀을 듣고, 회복의 길을 찾아야한다.

“…너의 처음 사랑을 버렸느니라.”

종교개혁 500주년을 보내고 501년을 맞은 한국교회는 과감히 갱신하기 위하여 이 말씀을 귀 아프고, 심장이 떨리도록 들어야 한다.

“…너의 처음 사랑을 버렸느니라. 그러므로 어디서 떨어졌는지를 생각하고, 회개하여 처음 행위를 가지라. 만일 그리하지 아니하고, 회개하지 아니하면 내가 네게 가서 네 촛대를 그 자리에서 옮기리라.(계 2:4下~5)

의왕중앙교회 담임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